[새해 새설계..최고 경영자에게 듣는다] LG정보통신 사장

LG정보통신 송재인 사장

96년 정보통신업계의 신데렐라는 단연 LG정보통신을 꼽을 수 있다. 우선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의 디지털 이동전화시스템 상용화라는 역사적인 작업을 성공적으로 일궈냈다는 점만 보더라도 창사 이래 최대의 성과를 거둔 한 해로 평가되고 있다.

여기에 정보통신업계의 최대 이슈였던 신규통신 사업권경쟁에서 재계의 영원한 숙적인 삼성-현대연합을 제치고 개인휴대통신서비스(PCS) 사업권을 거머쥐는 데 주역을 담당한 공로만으로도 그룹 내 일등공신의 자리를 차지할 만 하다.

삼성전자와 함께 우리나라 정보통신산업을 이끌어온 쌍두마차로 인정받고 있는 LG정보통신에 97년은 96년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무엇보다 굴지의 통신업체라는 평가에 걸맞은 외형을 갖추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팽배해있다. 올해 LG정보통신의 매출목표는 1조2천억원. 비로소 모든 기업의 희망인 1조원클럽 가입이 확실시되고 있는 것이다.

97년부터 LG정보통신이라는 거함을 이끌게 된 송재인 신임 사장은 『올해를 세계 10대 통신기기 제조업체로 부상할 기틀을 마련하는 한 해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난해에는 CDMA 상용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시스템과 단말기분야에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였습니다. 올해 역시 CDMA 이동통신분야가 주력사업이 될 가능성이 커보입니다. 올해 개괄적인 경영방향에 대해 말씀해주시지요.

97년은 우리회사에 매우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입니다. 외형 면에서 1조원대에 진입할 것이고 이를 통해 확보된 성장재원은 미래산업에 재투자해 세계 10대 통신기기 메이커로 부상할 기반을 마련할 것입니다. 올해 매출은 지난해보다 46% 정도 성장한 1조2천억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경상이익은 6백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역점을 두고 싶은 것은 양적 성장에 못지 않은 질적 향상을 꾀하겠다는 것입니다. 자칫하면 생길 수 있는 급격한 외형성장에 따른 내부적인 부실을 사전에 막겠다는 생각입니다.

-전반적으로 이동전화 단말기분야의 마케팅이 경쟁사인 삼성전자에 비해 취약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만.

아날로그 단말기사업은 하지 않고 디지털 제품사업만을 하기 때문에 생긴 오해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 디지털 단말기만을 놓고 보면 경쟁사와 시장점유율 면에서는 대동소이한 상태입니다. 단말기분야에서 선두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올해 두 가지 사항을 중점 추진하려고 합니다. 우선 PCS사업까지 고려한 유통망 확대에 모든 힘을 기울일 작정입니다. 자체 유통망인 영업소와 특약점을 크게 늘리고 그룹 자매사는 물론 이용 가능한 타그룹의 유통채널까지 활용할 방침입니다.

이와 함께 경쟁력을 갖춘 다양한 모델을 개발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소비재 생산경험이 거의 없다는 점을 쉽게 떨쳐버리기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는 것이 시장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보다 파격적인 마케팅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렇습니다. 때문에 올해에는 무엇보다 소비자 만족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선 AS부문의 획기적인 개선을 목표로 AS센터를 대폭 늘려 고객에게 더욱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소비자 모니터링제도를 강화할 방침입니다.

이와 함께 디지털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이미지를 확산시키고 광고 및 각종 이벤트 등 보조 홍보수단을 적극 실시해 나갈 생각입니다.

-PCS사업권의 획득으로 상당한 기술인력이 LG텔레콤으로 빠져나갔습니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태산같이 쌓여있는 상황에서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인력충원에 대한 복안은 갖고 있는지요.

LG텔레콤으로 빠진 인원이 지난해 말로 약 1백50여명입니다. 사실 우리회사 규모로 봐서는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회사의 외형이 커지면서 필요인력이 점점 많아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지난해 PCS사업권을 획득하고 우리회사에 대한 평가가 높아진 후 입사를 희망하는 우수인력들이 많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역량을 갖춘 핵심인재를 어떻게 확보하고 육성하느냐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는 국적을 불문하고 해외의 우수인력을 확보하는 「타깃 리크루팅(target recruiting)」을 실시하고 해외 현지법인을 활용, 현지채용을 확대하려고 합니다.

이와 동시에 전문인력에 대해서는 연봉제를 실시하는 한편 사내기술대학원을 설립, 고급인력의 자체 양성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습니다.

-PCS사업권 획득으로 오히려 장비시장에서의 입지가 좁아졌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LG텔레콤의 경쟁사업자들이 LG정보통신 장비의 구매를 기피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가야 하겠습니다.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국내기업들이 아직도 국내시장에 지나치게 연연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LG정보통신 장비를 채택할 경우 기업비밀이 계열사인 LG텔레콤에 유출될 것이라는 우려를 갖고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해외경쟁사인 루슨트나 모토롤러사는 믿을 수 있고 국내업체인 LG정보통신은 믿지 못하겠다는 뜻 아닙니까.

장비구매문제는 가격과 성능 등 기본적인 시장원리에 맡기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특히 최근 들어 대미 무역수지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발상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무역수지 적자를 가장 앞서서 풀어야 기업이 눈 앞의 감정에 가려 대의를 무시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좋은 제품을 만들어 싸게 공급하는 제조업체의 본령을 다하겠습니다. 좋은 제품은 결국 팔린다는 평범한 진리를 믿습니다.

-이동통신분야의 급성장 때문인지 LG의 전통적인 주력사업인 교환기부문에 대한 관심이 적어진다는 느낌이 듭니다.

타부문의 부상으로 교환분야가 상대적으로 축소되고 있기는 하지만 교환기사업은 아직도 우리 회사의 핵심입니다. 우선 올해만 해도 반전자교환기 철거에 따른 대체수요가 많기 때문에 판매물량 확보에는 어려움이 없습니다.

하지만 결국 교환사업의 승부는 차세대 교환기인 TDX-100의 공급권 확보와 해외시장에서의 활약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초고속 정보통신 기반구축사업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서 교환부문보다는 전송부문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환과 이동통신분야에 비해 전송부문에 대한 투자가 소홀한 것은 아닌가요.

전송분야는 전통적으로 우리회사가 기술 등 전반적인 면에서 경쟁우위를 갖고 있습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전송분야는 매출의 12% 정도를 연구개발에 투자했습니다. 가입자광전송장치(FLC)와 2.5G 광전송장비를 사업화했고 광대역 디지털회선 분배장치를 개발하는 등 어느 해보다 많은 성과를 거뒀습니다.

또한 현재 초고속시장을 겨냥해 10G급 광전송장비와 멀티미디어 서비스용 차세대 광가입자 전송장치 개발에 모든 노력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최근 LG정보통신은 회사의 성격을 제조 중심에서 기술과 마케팅 중심으로 바꿔 나가겠다는 경영전략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 것입니까.

기술과 마케팅 중심의 회사로 전환하겠다는 것은 고부가가치 중심의 사업구조 조정과 함께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혁신을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우선 사업구조는 하드웨어 위주에서 소프트웨어기술이 중심이 되는 미래형 사업구조로 재편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이동통신, 광전송장비, 비동기전송모드(ATM) 관련장비를 전략사업으로 선정, 이에 필요한 투자를 집중해 나갈 계획입니다.

해와 및 국내 연구개발기능을 통합하는 글로벌 R&D체제를 구축하고 국내외 우수인력을 확보해 인재 중심의 회사로 발전시켜 나갈 것입니다.

생산분야는 최종조립과 테스트 중심으로 바꿔나가면서 생산기술력을 강화해 생산구조를 고도화할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분야별 전문 협력업체를 육성하는 한편 마케팅과 생산, 연구개발의 연계성을 강화해 나갈 계획입니다.

-직접생산은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됩니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대기업 입장에서 부가가치가 떨어지는 분야의 생산을 중소 협력업체에 점진적으로 넘겨 주겠다는 뜻입니다. 이미 지난해 무선호출 단말기 제품의 생산을 중단한 것이 그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발-생산-마케팅의 사이클 중에서 직접생산을 가능한 한 줄이고 기술개발과 마케팅분야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주면 좋겠습니다.

-해외사업, 특히 미국 현지에서 추진하고 있는 PCS 관련사업의 방향과 목표는 어떻게 잡고 있습니까.

해외사업 중에서 가장 우선시하고 있는 것은 이동통신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입니다. 특히 미국 PCS사업의 경우는 현재 우리회사가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분야입니다. 이는 특히 세계시장에서 주요 업체로 떠오를 수 있는 중요한 사업이라고 판단, 최대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의 PCS사업을 위해 지난해 연구개발기능을 수행하던 미국 현지법인인 LG인포콤을 연구개발, 생산, 설치운영을 전담하는 3개의 법인으로 확대 개편했습니다. 실질적으로 북미시장 진출의 전진기지로 이들을 활용하기 위해서입니다.

96년 미국의 PCS사업자인 넥스트웨이브사에 대한 장비공급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숙제입니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던 교환기분야의 해외전략에는 어떤 변화가 있는지요.

우리회사는 사실상 불모지였던 국내 교환기분야를 수출산업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자부합니다. 특히 동유럽과 동남아시아지역에서는 이미 상당한 시장을 확보한 상태입니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캄보디아, 인도 등지에 새로 합작법인을 세웠고 올해에도 이같은 해외진출전략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전략지인 루마니아를 중심으로 보스니아, 몰도바, 우크라이나 등지에 교환기를 중심으로 한 통신망 현대화사업에 적극 참여할 방침입니다.

<최승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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