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업 총력전의 해」
지난해 11월 1일 인켈과 나우정밀을 흡수통합해 종합 전자업체로 변신한 해태전자의 신정철 사장은 당분간 국내영업 강화에 주력, 「인켈」과 「바텔」의 브랜드 인지도를 다시 정상으로 올려놓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통합대표 첫 해를 맞는 신정철 해태전자 사장을 만나 금년도 경영구상과 중장기 비전을 들어봤다.
-사업품목과 성격이 다른 회사들을 통합함으로써 조직의 융합에 많은 관심을 쏟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먼저 이와 관련한 경영방침부터 들려주시죠.
3사 통합에 따른 누수현상을 최소화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각각 다른 길을 걸어온 세 가구가 한 식구가 되려면 화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집안 가장으로선 불협화음 발생과 누수를 막은 후에야 살림을 넓혀갈 수 있기 때문이죠.
특히 관념적인 누수를 없애는 데 앞장설 것입니다. 일례로 「음식쓰레기 안남기기」와 같은 운동은 회사경영 측면에서 볼 때 사소한 것처럼 생각될 수 있지만 임직원 모두가 자기 자신을 스스로 컨트롤하는 기본적인 요소라는 점에서 아주 중요하다고 봅니다. 자기가 먹는 양조차 제대로 파악하고 조절할 수 없다면 효율적인 업무수행을 기대하기가 곤란할 뿐 아니라 조직의 누수를 확산시키는 주범이 될 수 있습니다.
또 해외출장비를 일률적으로 책정하고 집행하는 것도 관념적 누수현상에 속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더 많이 지출할 수도 있지만 필요 이상의 지출은 철저하게 통제할 것입니다. 여기에는 경영진이 솔선수범해야 하며 「열린 경영」을 통해 임직원 모두가 이를 공유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이와 함께 일선 현장의 젊은 세대들이 안정된 정서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힘쓸 것입니다.
대외적으로는 거창한 행사보다 전통문화를 CD롬에 담아 대리점을 통해 배포하는 등 물밑에서 펼치는 문화사업을 전개하면서 동질화한 기업문화를 만들어갈 계획입니다. 새로운 CI도 3월쯤 확정해 고객에게 신선한 기업이미지를 심어줄 생각입니다.
-앞으로의 경영계획이나 사업추진이 통합 이전의 해태전자와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그렇습니다. 해태전자는 이제 오디오와 통신기기를 주축으로 해 종합 전자메이커로 발돋움할 것입니다. 올해는 특히 한국영업에 총력을 다해 「인켈」 오디오와 「바텔」 전화기의 시장점유율을 다시 1위와 3위로 끌어올리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그동안 인켈에 속해 있던 3백여개의 전속대리점을 정예화하는 대신 연내에 전자전문상가를 중심으로 3개의 대형 직영점을 개설, 대대적인 판촉활동을 펼쳐나갈 것입니다. 전화기는 컴퓨터 전문 유통계열사인 해태I&C에서 주관하는 방안과 대리점을 확대시키는 방안을 검토중인데 어떤 방법을 채택하더라도 품질향상에 주력, 브랜드 인지도를 되찾는 데 역점을 두겠습니다.
매출목표는 올해 7천억원(내수판매 4천억여원)을 시작으로 오는 2000년에 2조원, 2005년에는 6조원을 달성한다는 중장기 계획을 세워놓고 있습니다. 제품군도 오디오의 비중을 올해 60%, 내년 50% 등으로 축소해 오는 2000년에는 AV 비중을 32%, 2005년에 17% 등으로 줄이는 대신 비제조의 비중을 70%(2005년)로까지 키울 방침입니다.
이와 함께 수출지향형 기업을 추구하고 해외생산을 확대하는 등 중장기적으로 해외시장쪽에 주력할 것입니다.
-해외사업과 관련한 구체적인 구상을 밝혀주십시오.
먼저 중국시장은 더이상 해외시장으로 보지 않고 한국시장처럼 올해부터 우선적으로 집중 공략할 지역입니다. 이를 위해 연내에 중국의 주요 5대 도시에 서비스망을 구축, 중국시장에서 인지도가 비교적 높은 「셔우드」 브랜드의 이미지를 확고히 심어나가면서 고급 오디오시장을 중점 공략할 계획입니다.
생산라인은 중국 내수시장에 주력하고 있는 심천공장(6개 라인) 외에 현재 이 근처에 1천만달러를 단독 투자해 수출용 오디오 및 통신기기공장(12개 라인)을 건설중인데 상반기 중 가동시키고 상해 또는 천진에 1천만달러를 투자해 제3공장(12개 라인)을 건설할 예정입니다. 이렇게 되면 중국은 총 30여개의 생산라인을 갖추고 연간 21억달러어치를 생산하는 대단위 생산기지가 될 것입니다.
영국공장도 연간 1억달러 규모의 생산체제를 갖춰야 독자적인 생산기지로 자립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생산능력을 연간 30만대(4개 라인)에서 80만대(10개 라인)로 확대하기 위한 추가투자를 내년 초부터 시작할 계획입니다. 여기에는 1천평 규모의 공장신축과 신규 생산라인 설비 등 모두 1천만달러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또 중남미에도 오디오 생산공장을 건설하는 등 오는 2000년까지 7개 해외공장을 가동시켜 해외생산 비율을 65%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철저한 현지화 정책을 추진해 해외인력 비중도 2000년 40%, 2005년 55% 등으로 늘려나갈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세계 주요 지역에 해외지역본부를 설치할 계획인데 올해에는 서울과 LA에 아주본부와 북미본부를 설치하고 98년에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구주본부, 2000년까지 브라질에 남미본부 등 4개 해외지역본부 체제를 갖출 예정입니다.
아주본부에서는 한국과 북한을 비롯한 아시아 전역과 오세아니아지역을 관할하고 북미본부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지역, 구주본부는 유럽연합(EU)과 동유럽 및 아프리카, 남미본부는 중남미 전역에 대한 사업을 주관하도록 할 것입니다.
-전자산업의 경쟁력은 근본적으로 기술에서 결정된다고 합니다. 기술력 향상을 위해 앞으로 추진할 계획을 말해주십시오.
신상품, 신기술 개발체제를 강화하고 히트상품을 개발하는 데 우선 주안점을 두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연구개발 능력향상을 위한 기반조성에 힘쓸 계획입니다. 먼저 기능대학 설립이 그 대표적인 예가 될 것입니다. 이른 시일 내에 사내 기능대학을 설립, 외국의 퇴역기술자와 국내 우수기술자들을 초빙해서 우수한 인력을 창출하는 것이 연구개발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봅니다. 또 기술력에서 앞선 외국상품도 적극적으로 도입해 기술력과 품질향상의 발판으로 삼을 생각입니다.
중장기적으로는 아주본부 내에 한국총괄센터, 일본정보센터 등의 R&D센터를 구축하고 미국 새너제이연구소를 멀티미디어와 첨단 전자, 정보통신 기술개발의 중심지로 육성할 방침입니다.
-마지막으로 3사 통합의 효과와 2000년대 사업구조를 밝혀주십시오.
3사 통합이 기술력과 유통망 및 브랜드, 그리고 그룹 차원의 투자집중화를 통해 초일류 기업으로 부상하기 위한 것이었듯이 시너지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선 전자4사에 이은 5대 전자회사로 성장하고 세계시장에선 2005년까지 기업 및 브랜드 이미지 차원과 제품품질 수준에서 10위권 내 기업으로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습니다. 그룹 차원에서도 해태그룹이 2000년 매출 10조원을 기록하면서 재계 15위로 발돋움하고 고정화한 「식품」그룹 이미지를 바꾸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봅니다.
또 3사가 통합됨으로써 멀티미디어, 정보통신기기 등 품목이 다양해짐에 따라 고객에 대한 기업의 역할을 강화할 수 있으며 서비스도 질적으로나 시간적으로 향상된 고객만족을 실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또 고객과 밀접해질 수 있는 기회가 증대되며 매출신장으로 이어져 유통망의 고정비 부담이 줄어들 것입니다.
여기에 본사의 단위당 주문량이 커지고 물류시스템도 단순해져 협력업체와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고 자연스럽게 본사의 대금결제 조건도 종전보다 훨씬 더 좋아질 것입니다.
사내적으로는 사원들의 활동무대가 넓어지는 한편 인재육성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사원들의 지적 수준이나 생활의 질이 크게 향상될 것입니다.
3사 통합을 이룬 해태전자는 오는 2000년에 △AV와 홈시어터시스템 등 멀티미디어부문(32%) △냉열기기, 순간온수기, 축전지, 에너지용품 등 에너지 관련부문(22.5%) △유무선 통신 및 케이블TV 관련제품 등 통신부문(15%) △계측장비, 의료기기, 첨단부품 및 정보서비스 등 첨단정보부품부문(7.5%) △컴퓨터관련 소프트웨어 등 정보통신 유통부문(20%) 등과, 인켈아트홀과 같은 비영리 문화사업부문으로 사업틀이 갖춰질 것입니다.
<이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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