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매킨토시 신화주역 스티브잡스의 야망 (114)

미국 기업들은 다윈의 적자 생존론을 오랫동안 옹호해 왔다. 기업 경쟁의 냉혹함이 생물학적 경쟁세계와 같은 것으로 간주되었다면 생존에 성공한 기업은 당연히 큰 축복을 받아야 할 것이다. 승자는 자연에 의해 선택된다.

선사의 스콧 맥닐리는 92년 스탠포드 MBA 과정 학생들에게 강연하는 도중에 다윈주의를 가장 저속하게 인용한 말을 했다. "점심에 누군가를 잡아 먹지 않으면 남의 점심 밥이 되고 맙니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재직하면서 승리감에 도취되어 있을 때도 다윈주의를 인용한 일이 있었다.

85년 초 한 인터뷰에서 오래된 기업이 젊은 기업을 따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잡스는 늙은 기업이 사라지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따라서 죽음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발명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래되고 진부한 체계를 모두 없애주기 때문이죠"라고 대답했다. 그 당시 그는 서른살도 채 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업 세계에서의 도태를 생태계에서의 죽음을 목격하듯 담담하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더 이상 자신이 정상의 자리에 서있는 것이 아니라 넥스트의 수장으로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은 잡스는 다윈주의에 대한 생각도 급격하게 변하게 되었다.

그가 새로 설립한 젊은 회사가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누구를 원망할 수 있겠는가? 넥스트의 주요 경쟁 상대인 애플, 선,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잡스의 주장처럼 나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없어질 만큼 오래되지 않았다. 잡스는 기술이 월등하기 때문에 기업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말할수도 없었다.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잡스는 자기에게 유리할 때만 다윈주의를 인용했던 것이다.

다윈주의는 매우 강력한 암시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는 연례 추계 컴덱스쇼를 보면 기업 경쟁과 생물학적 생존 경쟁의 유사점을 발견하게 된다. 이 전시회에는 PC업계에 종사하는 거의 모든 기업이 그들의 우월성을 5일동안 과시하게 된다. 이 전시회는 79년 1백50여 업체가 참가하면서 비교적 작은 규모로 시작했지만 그후 계속 성장하여 92년에는 약 2천여업체가 참가, 컴퓨터업계 전체의 축제가 되었다. 참가 업체로 A4 테크, 애드테크 마이크로 시스템, 그리고 어메이징 테크놀로지(명단의 상위에 오르기 위해 알파벳 A를 여러 모로 활용한 노력을 볼 수 있다)에서 부터 ZSoft, ZyLAB 그리고 ZyXEL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컴덱스전시회에 설치된 부스는 하나의 작은 세계였다. 회사별로 거대한 플렉시 글라스로 구분된 하나의 작은 세계는 컴퓨터 시연 및 영화, 컴퓨터가 전시되도록 다시 작은 공간으로 나누어졌다. 이 전시회는 거대한 회의장 2개와 별관 그리고 4개의 호텔에 전시장을 만들어야할 만큼 규모가 컸다. 이 전시회에서 각 회사의 자리를 결정하는 것은 회사의 규모 또는 영향력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참여도에 따라 결정되었다. 모든 참가자들은 1평방 피트에 대한 임대료를 균일하게 지불하기 때문에 비교적 공정한 제도라고 볼 수 있지만, 참가를 취소할 경우 주최측이 부과하는 과중한 벌금을 물며 전시 공간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포기해야 했기 때문에 그런 것을 피하기 위해서는 매년 참가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전시회 참가비도 업체들에게는 부담이었다. 92년 주최측은 1평방 피트의 전시 공간을 5일간 사용하는데 38달러를 지불해야 했다. (만일 전시회가 연중개최되었더라면 연간 임대비용은 평방 피트당 2천7백달러가 될 것이다) 가장 넓은 전시 공간을 차지한 회사는 IBM과 마이크로소프트였다. 두 회사는 각각 3만5천, 3만2천5백 평방피트를 임대하여 전시장을 꾸미는 데만 1백20만달러 이상을 들였다.

이밖에 전시품을 선적하고 설치하며 라스베이거스에 대표단을 파견하는 등 기타 부수 비용도 막대하게 들었다. 반면 관람객들은 전시장 입장료만 75달러를 지불해야 했고 컴퓨터 네트워킹과 기업 컴퓨터 이용법 등을 관람하는 특별 프로그램을 관람하는데는 무려 4백50달러나 되는 비싼 값을 추가 지불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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