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삼성, TFT LCD 기판유리규격 6백x7백20㎜ 채택 의미

삼성전자가 천안의 TFT LCD 3공장에 6백×7백20㎜ 규격의 생산설비를 도입키로 해 관련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6백×7백20㎜ 기판유리를 사용하는 TFT LCD 생산설비는 삼성전자가 최초로 채택한 규격으로, 지난해 일본의 히타치가 시게하라공장에 현존하는 세계 최대규격인 6백50×8백30㎜ 라인을 도입키로 한 것 이상으로 관련업계에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삼성전자의 이번 신규격 채택결정이 히타치 사건과 달리 관련업계의 주목을 받는 것은 크게 4가지 요인 때문이다.

첫째 삼성전자의 이번 결정은 후발주자로서 위험부담을 무릅쓰고 한발 앞선 설비를 가동해 선발주자들을 추월, 시장주도권을 장악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삼성은 천안공장의 안정화에 성공할 경우 오는 99년에는 10.4인치 기준으로 연간 6백48만개(12.1인치와 13.3인치 기준으로는 각각 4백80만개와 4백32만개)의 TFT LCD 생산능력을 갖추게 돼 세계 1위 메이커로 올라서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둘째는 히타치와 달리 6백×7백20㎜ 규격이 매우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점이다. 현실적인 검증이 전혀 되지 않은 6백50×8백30㎜ 설비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이들도 5백50×6백50㎜ 규격설비가 샤프, 도시바, 삼성 등 3사의 라인운영 경험을 통해 안정성이 입증됐기 때문에 이보다 조금 큰 6백×7백20㎜ 규격도 수율안정에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믿고 있다.

셋째 6백×7백20㎜ 규격이 TFT LCD 패널 주력수요가 12.1인치에서 13.3인치 이상으로 넘어가는 시장동향과 시기적으로 적절히 맞아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노트북PC도 펜티엄급으로 고성능화되면서 1천24×7백68 해상도의 XGA급 패널장착이 늘고 있는데, XGA 해상도 구현에 따른 화소크기가 작아지는 문제로 12.1인치보다는 13.3인치 이상으로 패널이 대면적화될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또한 TFT LCD 패널의 최대 응용시장인 모니터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도 XGA급 이상 고해상도에 대면적화의 필요성이 동시에 요구되고 있다. 이같은 시장추세상 6백×7백20㎜ 규격은 조만간 기존의 5백50×6백50㎜ 규격에 비해 13.3인치급에서는 33%, 17인치급에서는 무려 1백%나 생산성이 뛰어난 장점을 발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넷째로 반도체에서 이미 잠재력을 인정받은 삼성전자가 이 규격에 과감히 승부를 걸었다는 점도 관련업계가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 되고 있다. 더욱이 삼성이 채택한 규격은 미국디스플레이연구조합(USDC)의 차기라인 표준규격으로 제안돼 있으며 미국 설비업체들이 이를 표준으로 설비를 개발하고 있는 등 세계 표준규격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일본업체들이 경계의 눈초리를 늦추지 못하고 있다.

삼성의 이번 발표로 샤프, 도시바, NEC 등 이미 3기 라인을 도입했거나 장비발주를 끝낸 일본업체들을 제외한 후지쯔, 마쓰시타 등 다른 업체들은 당초 5백50×6백50㎜로 정한 3기 라인의 규격변경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천안프로젝트가 과연 기대대로 이루어질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삼성측은 『최고의 두뇌집단이 오랜시간 고심한 끝에 내린 자신있는 결론』이라며 『2000년이 오기 전에 TFT LCD분야에서 제2의 반도체 신화를 다시 한번 창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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