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경제학자들이 기술발전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 경제성장의 핵심요인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술혁신과 경제성장의 연관관계를 명쾌하게 규명하는 이론적 틀은 아직 개발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사후적인 정당화는 쉬워도 혁신기술을 사전적으로 추적하고 그 파급효과를 분석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 일례로 한 세대의 경제성장을 견인한 트랜지스터 개발의 경우 1949년 12월 뉴욕타임스의 보도를 보면 「트랜지스터는 청각장애자를 위한 보청기에 이용될 수 있다. 그러나 그 이상의 활용은 불가능하다(but nothing more)」며 1단 기사로 처리했다.
또 정밀측정이나 외과수술, 위성을 이용한 내비게이션시스템, 통신 등에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는 레이저기술 역시 이를 개발한 AT&T 벨연구소에서는 「산업화의 가치가 없다」는 이유로 특허출원을 거부한 바 있다.
조금 시각을 확대해 보면 80년대를 통해 수십조달러의 정보화 투자에도 불구하고 산업생산성이 떨어지는 역설적인 결과가 나타나자 많은 전문가들이 정보화의 환상을 경계하는 비판을 제기했던 적이 있다. 이러한 논란은 새로운 것은 아니고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걸쳐 전기동력이 증기동력을 대체하던 시기에도 발생한 바 있다.
그러면 이렇게 무시되었던 기술들이 새로운 산업군을 창출하고 경제성장의 원동력으로 발전하는 과정은 어떤 것인가. 스탠퍼드대학의 로젠버그 교수는 이를 세 가지 요인으로 설명하고 있다. 첫째, 레이저와 광섬유, 광전변환장치처럼 보완적 기술개발이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혁신적인 기술개발과 더불어 화려하지는 않더라도 산업현장에서 일어나는 점진적인 기술향상이 뒷받침돼야 하며 마지막으로 정보화 투자의 예와 같이 혁신적인 기술이 이용될 수 있도록 타 산업의 기술혁신을 통한 산업간 연관발전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중요한 정책적 교훈을 주고 있다. 기술발전 방향의 사전적인 예측은 차치하고 개발된 기술의 파급효과 평가가 어려울 정도로 기술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관련 산업기술의 균형적인 발전이 경제성장의 요체임을 고려할 때 이제는 우리나라 기술혁신 지원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전략기술을 선정하고 제한된 재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개발하는 지금까지의 노력과 더불어 동시다발적이고 불특정한 기술혁신이 활발히 진행될 수 있는 기술발전 인프라의 확충노력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통상산업부가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산업기술 하부구조 확충 5개년계획」은 이러한 인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이 계획을 통해 국내 산업구조의 고도화에 필요한 탄력적인 산업기술인력 양성체제를 구축하고 신기술 창업보육사업의 확충으로 기술력 있는 예비창업자를 중점 육성할 방침이다.
아울러 취약한 지방의 기술개발능력을 향상시키고 지방산업의 균형적인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산, 학, 연과 지방자치단체가 공동 참여하는 기술혁신센터를 전국적으로 설치하며 최정예 연구개발인력의 결집을 통한 국내 기술혁신의 요람으로 테크노파크를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기술혁신을 선도하는 산업표준제도를 구축하고 국제 기술협력사업도 내실있게 추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들은 창조적이고 균형적인 기술발전을 통해 건실한 경제성장 기반을 확보하는 핵심과제로 개인과 기업이 세계화시대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선진기술 확보의 유효한 환경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이보원 통상산업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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