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국면이다.』
새해를 맞는 가전업계가 한 목소리로 걱정하는 올해 가전시장 전망이다.
지난해 5대 가전제품을 중심으로 내수판매 역신장이라는 쓴 잔을 삼킨데 이어 올해도 장밋빛 요소가 거의 없다는 점 때문에 걱정이 태산같다.
우선 5대 가전제품이 보급포화기여서 대체수요에 주로 의존해야하는데 경기침체 현상이 좀처럼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내수부진을 극복해야한다는 큰 부담을 안고 있다. 여기에다 수입선다변화 품목 해제확대로 일본제품의 유입이 확대되고 동남아산 저가제품과의 치열한 싸움을 벌여야할 판이다.
그나마 기대할 수 있는 분야로는 지난해부터 서서히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는 디지털 가전기기를 꼽을 수 있다. 디지털 위성방송과 케이블 TV, 그리고 인터넷 이용확산에 따른 첨단 신제품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는 원년이 될것이라는 얘기다. 그렇지만 이들 신가전제품이 가전시장을 활성화시킬 만큼 당장 수요가 급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수출시장도 만만치가 않다. 지난 93년이후 급격한 엔高때 구조조정을 완료한 일본기업들이 지난해 엔低의 물결을 타고 주요 시장을 되찾은데 이어 올해에도 중대형 컬러TV, 고기능 VCR, 하이파이 오디오 등 주력제품 분야에서 강세를 보임으로써 수출둔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가전3사의 해외 복합생산단지가 본격 가동하는 등 가전제품의 해외현지 생산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상대적으로 수출을 상쇄하는 결과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시아와 중남미, 러시아를 비롯한 독립국가연합(CIS), 동유럽, 중국 등지에 대한 가전3사의 적극적인 마케팅과 지역별 제품 차별화 노력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어서 가전수출 확대 및 다변화의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이와관련 산업연구원은 가전제품 수출이 상반기에 전년 동기보다 5.9% 증가한 42억9천여만달러, 하반기중에는 4.5% 증가한 45억1천여만달러로 예측했다. 또 전자산업진흥회는 수출 증가율이 4.9%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해외현지생산은 올해 컬러TV와 VCR가 국내 생산규모를 앞지를 것이 분명하고 현지법인의 경영정상화를 주축으로 한 가전3사의 현지화 노력이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해외현지에서 시장별 특성에 맞게 제품기획에서부터 개발생산판매까지 해결하는 「현지완결형」 전략을 적극 구사하고 복합화단지 구축을 통해 물류, 부품, 간접지원 등 경영효율을 높이는 데 주력할 것이 분명하다.
올해 가전산업의 두드러진 특징중의 하나로 정보가전 제품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게될 것이라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AV기기에 통신, 인터넷, 위성수신 등 멀티미디어 기능을 부가한 신제품이 속속 개발 출시될 전망이다. 또 광폭TV, 디지털 다기능 디스크(DVD) 플레이어, 디지털 캠코더 등 새로운 AV기기가 올해 가전시장의 이슈상품으로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 가전업계의 연구개발도 이들 정보가전쪽에 집중될 전망이다.
주요 가전제품의 금년도 기류를 살펴보자.
<컬러TV>
대형화 및 멀티미디어화가 가장 빠르게 나타날 제품이다. 대형화는 주로 광폭TV가 선도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로인해 일반 TV의 경우도 29인치 제품이 중심 상품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또 디지털 위성방송수신 기능을 갖춘 TV(주로 광폭TV)와 함께 디지털 기능을 채용한 TV의 개발 및 출시가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박막트랜지스터 액정디스플레이(TFT LCD)와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을 채용한 벽걸이 TV 개발 및 출시 경쟁이 가세해 열기를 뿜어낼 전망이다. 인터넷 TV 상품화및 시장수요 창출 경쟁도 뜨거워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즉 컬러TV는 포급률이 1백%를 상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에도 시장수요가 확대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편이다. 업계의 한관계자는 올해 컬러TV 내수시장이 약 2백47만대로 지난해(약 2백30만대)에 비해 7.2% 정도 증가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치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수출은 일본 제품 등과의 치열한 시장경쟁과 해외현지 생산확대 등으로 지난해보다 다소 주춤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생산, 수출, 내수판매 모두 지난해에 이어 계속 줄어들 대표적인 제품이다. 전자산업진흥회는 올해 내수판매가 무려 21.6%(금액기준)가 감소하고 수출도 7.4%, 생산은 8.5%씩 각각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VCR가 보급률 1백%에 도달하기도 전에 이처럼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국내에서의 제품생산이 더이상 경쟁력을 갖지 못하고 있는데다 DVD 플레이어에 대한 대기수요까지 겹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시장수요를 부추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디지털VCR의 상품화 지연도 한몫하고 있다.
VCR는 또 로열티 부담이 5대 가전제품중에서 가장 높을 정도로 커 가격경쟁 기반이 취약한 상품에 속한다. 이에 따라 수출도 엔低 등까지 가세할 경우 해외시장에서 가격경쟁으로 버티기가 매우 힘든 상황이다.
<오디오>
VCR만큼이나 경쟁력이 취약한 제품이다. 이로인해 가전3사와 AV전문업체들은 고가형 오디오 개발과 판촉에 힘을 집중하고 있지만 올해에도 경기침체에 비추어볼 때 내수판매가 증가세로 반전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또 저가형 제품은 해외 현지에서 생산한 제품을 역수입하는 경우가 더욱 늘어나고 동남아산 저가제품과의 치열한 시장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냉장고>
대형화와 함께 친환경 경쟁이 주류를 이룰 전망이다. 물론 냉각기능을 보강한 신제품들이 이미 출시돼 벌써부터 뜨거운 판촉전에 돌입했는데 소비자들은 대형제품을 계속해서 선호하는 추세이고 환경마크제의 도입으로 업계에선 친환경을 새로운 판촉도구로 활용할 태세다.
내수시장은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소폭 감소하되 대형화 추세에 힘입어 금액면에서는 약간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수출은 동남아시장을 중심으로한 가전3사의 시장개척 노력이 더욱 뜨거워지면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특히 해외현지생산이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세탁기>
보급률은 1백%에 못미치지만 냉장고와 마찬가지로 대형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이어지면서 대체수요가 주류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생활필수품으로 자리잡음으로써 신규수요까지 감안하면 내수시장은 지난해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고 수출과 해외생산도 꾸준히 확대될 전망이다.
<전자레인지>
지난해와는 달리 시장수요가 다시 증가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전자산업진흥회는 지난해 20% 이상 줄어든 내수시장이 올해에는 7.7% 정도 증가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예측치를 내놓고 있는데 이는 기본 기능과 한국형 기능이 강화된 신제품 출시와 판촉이 활발하게 전개될 것이라는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전자레인지도 경기에 민감하다는 점을 감안할때 낙관하기가 쉽지 않다.
<에어컨>
지난해 TV를 제치고 1위의 시장규모를 형성한 가전제품이지만 계절에 민감한 상품이라는 점에 비추어볼때 예측하기가 가장 어려운 품목이다. 업계에선 올해에도 비교적 높은 신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이는 아직까지 보급률(23%)이 낮고 젊은 세대층에서 수요가 높다는 분석에 근거하고 있다. 특히 가전업체들이 한겨울에 벌이는 예약판매제는 시장수요를 부추기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어서 올여름 날씨가 무덥지 않다하더라도 시장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가전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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