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애니메이션, 극장개봉 뜨거운 감자

일본 애니메이션의 극장개봉 허용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조짐이다.

현재 일본 애니메이션의 극장상영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정부가 국민정서를 고려, 극영화는 물론 애니메이션의 수입을 관행적으로 막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산국제영화제(PIFF)에 초청된 일본 애니메이션 "메모리스"와 "공각기동대"가 관객들의 열렬한 호응속에 전회 매진사례를 기록하고 현재의 사전심의 위헌판결 등 영화계에 자유와 자율의 분위기가 확산된 이후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다.

애니메이션 분야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대기업들은 정부의 방침에 불만을 감추지 않으면서 일본 애니메이션의 일반극장 개봉허용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내년중에 2편의 일본 애니메이션 개봉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S사의 한 관계자는 "방송프로그램의 경우 지상파 방송3사와 케이블TV업체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내보낼 수 있고 비디오 역시 연소자 관람가에 한해 출시가 가능한데 극장용 장편만 무조건 안된다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최근 미야자키 하야오의 대표작중 하나인 "나오시카"의 올라잇 판권기간을 연장계약한 것으로 알려진 C사는 "당장 성인용 장편 애니메이션까지 수용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서정성이 뛰어난 가족물의 경우 녹음상영을 전제로 한다면 문제가 될 게 없기 때문에 제한적이나마 극장개봉이 허용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웃집 토토로" "붉은 대지"등 일본 애니메이션 대가의 작품 10여편이 화질이 형편없는 해적판임에도 불구하고 청계천 상가에서 불법유통되는 등 만화 마니아들의 볼 권리가 존중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개봉요구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는 않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물꼬가 트이면 처음에는 대기업들이 사회여론을 의식해서라도 마니아용이나 건전한 가족물을 붙이겠지만 결국은 흥행을 고려, 액션이나 에로물 등 상업성 짙은 성인물에 집중하게 돼 청소년층의 정서를 해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관련부처의 한 관계자는 "일본 애니메이션 개봉 논의는 관객의 볼 권리를 생각해서가 아니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돼 있는 판권가격 때문인 것으로 안다"면서 "일단 개방이 되기만 하면 일본 배급사들의 판권가는 천정부지로 솟아올라 미국에 집중되던 로열티가 대거 일본으로 흘러들어가면서 무역역조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대기업들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빠른 시일내로 공론화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내년초로 예정된 대통령의 방일과 맞물려 일본영화의 개방이 수면위로 부상할 수 있다. 따라서 애니메이션의 극장개봉 허용문제는 국민정서와 국내 산업보호 등을 고려,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