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진단] 일본 편의점서 게임SW 판다

일본 전국의 약 1만6천개 편의점에서 가정용 게임소프트웨어의 판매가 개시됐다. 지난달 15일 세븐일레븐재팬, 패밀리마트, 사이클케이재팬, 샌크스 앤드 어소시에트 등 4대 편의점 체인의 매장이 게임소프트웨어를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이달 20일에는 고치縣에 64개 편의점을 두고 있는 사니마트도 가세한다. 편의점을 이용하는 새로운 게임소프트웨어 유통이 시작된 것이다.

이를 개시한 곳은 가정용 게임소프트웨어 제작업체 스퀘어가 전액 출자하는 게임소프트웨어 판매회사 「데지큐브」. 이 회사는 자체 비용으로 편의점 매장에 TV모니터를 갖춘 전용판매기를 설치, 20개 타이틀 정도의 CD롬 게임소프트웨어를 항상 진열한다.

데지큐브가 편의점 유통에 나선 것은 도매점이 몇 겹으로 얽혀 있는 기존 유통망의 비효율성 때문. 사실 지금까지는 소매점이나 도매점이 제작업체에 발주해 상품을 입수할 때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렸다. 특히 마스크롬을 사용하는 닌텐도의 가정용 게임소프트웨어의 경우는 수개월동안 입하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자연히 첫 발주시에 소프트웨어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소매점이나 도매점은 제작업체에 스스로 예측해 발주할 수밖에 없다. 이 결과 예상이 어긋나면 상품이 시장에 남아돌아 심한 가격붕괴현상이 일어난다. 반대로 예상 이상으로 크게 히트하면 고객은 상품을 입수할 때까지 1∼2개월 기다려야 한다.

편의점 유통은 주문을 받고 약 1주일이면 생산할 수 있는 CD롬 소프트웨어와 즉시 판매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는 편의점의 판매시점관리(POS)시스템 및 상품을 1∼2일 만에 편의점에 도달시키는 유통망이 결합, 고객의 상품요구에 즉각 응하게 된다.

이와 관련, 데지큐브의 스즈키 사장은 필요한 상품만을 만들고 매장에서 가격붕괴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제작업체와 판매점 모두 수익의 안정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한다.

편의점 유통에서는 일단 편의점의 게임소프트웨어가 팔리면 다음날 오전 9시까지 각 점포로부터 편의점 본부와 데지큐브로 판매데이터가 전송된다. 이어 데지큐브는 11시까지 보충할 타이틀이나 수량을 파악, 13시까지 각 지역에 퍼져 있는 편의점 물류거점에 배달을 지시한다. 각 점포에는 다음날 오전 3시 정도까지 필요한 제품이 납품된다. 물류거점의 재고가 감소하면 소프트웨어 제작업체에 발주해 보충한다.

데지큐브는 이 편의점 판매를 정상궤도에 올리기 위해 두가지 조치를 취했다.

하나는 편의점에서 취급하지 않는 전용상품의 개발. 보통 게임소프트웨어는 할인판매점 등에서 대폭 인하된 가격에 판매될 가능성이 높아 편의점 유통이 뿌리내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또 고객이 구입 전에 게임소프트웨어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해 일본 최초의 디지털 위성방송 「퍼펙TV」의 1개 채널을 사용해 편의점에 갖춰진 TV모니터에 소프트웨어의 내용을 내보내는 프로그램 방송을 개시했다.

이 편의점 유통에 대해 데지큐브는 향후 2년간 연간 매출액 1천억엔을 달성, 가정용 게임소프트웨어시장의 20%를 장악한다는 목표를 세워놓는 등 매우 낙관적이다.

이 편의점 유통은 가정용 게임기시장의 판도변화 요인으로도 지적된다. 데지큐브는 이번 편의점 판매에서 닌텐도의 슈퍼패미컴이나 닌텐도64용 소프트웨어의 판매를 유보했다. 이들 제품은 생산기간이 한달이상이나 되는 마스크롬에 데이터를 써넣는 방식이어서 편의점 유통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스크롬 게임을 제외한 편의점 유통이 정착되면 닌텐도, 세가, 소니등 3사가 공방을 거듭하고 있는 가정용 게임기시장에도 적지않은 변화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편의점 유통에도 문제는 있다.

우선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편의점에서 판매할 수 있는 대형 전용상품을 어떻게 공급하느냐는 것이다. 히트가 확실시되는 대작이 잇따라 공급되지 않으면 고객의 발길은 자연히 편의점에서 멀어지고 그 결과 편의점 유통의 존재 이유마저 흔들리기 때문에 전용상품은 그만큼 중요하다.

그러나 편의점 유통은 대형 전용상품 없이 출범했다. 데지큐브가 전용상품으로 준비해 온 스퀘어의 플레이스테이션용 대작 「파이널 팬터지7」과 「브시드브레드」는 완성도가 낮다는 이유로 각각 내년 1월 말과 3월 중순으로 판매시기가 연기됐다.

또 세가가 새턴용 소프트웨어를 공급하기로 결정은 했지만 다른 소프트웨업체들이 가세할지는 미지수여서 현 단계에서 전용상품 공급은 불안정한 상태다.

또다른 문제는 게임소프트웨어의 반품. 당초 데지큐브는 소매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반품을 전면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에 대해 지난 7월 남코, 캡콘, 에닉스, 코나미, 허드슨 등 5대 게임소프트웨어업체가 「반품불가」로 제동을 걸었다.

이에 따라 데지큐브와 5대 업체가 절충안으로 내놓은 것이 「반품의 상한선 설정」과 보안조치인 「모니터에 의한 평가제도」다. 특히 평가제도는 타이틀을 사전에 평가, 일정 수준에 도달한 제품만을 판매케 하는 것이 의도인데 제대로 기능을 발휘할지 의문이다. 팔리지 않을 소프트웨어를 제작하는 업체도 없을 뿐 아니라 발매 직전 편의점에서 취급하지 않겠다는 통보에 반발하지 않을 업체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편의점은 취급상품의 판매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팔리는 타이틀이 잇따라 나오지 않으면 불량재고가 누적되기 시작, 편의점은 게임소프트웨어 취급에 소극적으로 나오게 된다.

「고객요구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편의점 유통망의 확립」. 데지큐브가 내건 이 이상의 실현여부는 결국 팔리는 게임소프트웨어, 그것도 편의점에서만 잘 팔리는 전용상품을 얼마만큼 계속적으로 공급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는 곧 모회사인 스퀘어의 소프트웨어 제작력에 달린 문제다.

<신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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