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수요급증으로 공급이 달릴 정도의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던 수정디바이스 업계는 지난해 말부터 퇴조기미를 보이던 「크리스털 사이클」이 올 들어 급격한 침체기에 들어서 일부 선발업체를 제외한 대부분이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반적인 수요감소와 함께 태일정밀 등 신규업체의 가세로 인한 공급과잉 현상과 중국 및 동남아산 일본제품의 가격공세로 국내 수정디바이스 평균단가가 연초 대비 10∼20% 하락, 상당수 업체의 이익률이 크게 둔화됐으며 후발 중소업체들은 경상수지 악화로 이중삼중의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국내 수정디바이스 생산액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싸니전기, 고니정밀, 국제전열 등 선발 3社는 적극적인 해외생산 확대전략과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올해도 10% 안팎의 비교적 안정적인 성장기조를 유지해 부품업계 전반의 양극화 현상을 재연했다.
국내 최대의 수정디바이스 업체인 싸니전기는 불황 속에서도 가전 3사 중심의 탄탄한 내수기반과 필리핀으로의 범용제품 생산 이전을 바탕으로 96년(9월 말 결산) 총매출이 3백65억원으로 전회계연도(3백47억원) 대비 5% 증가했다. 그러나 순이익은 40% 줄어든 8억원에 그쳐 총체적인 가격하락의 여파가 심상치 않았음을 보여줬다.
올 한해내내 대그룹의 기업인수합병(M&A)설, 본사 중국이전설 등으로 애를 먹었던 고니정밀은 미국 사로닉스를 통한 꾸준한 수출과 중국공장의 생산성 제고로 대내외적 어려움을 극복, 올해 매출이 당초 기대치(3백40억원)에는 크게 못미치지만 전년 대비 6%가량 늘어난 3백억원대는 무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익면에서도 지난해는 계열 케이블TV 프로그램공급사(PP)인 뮤직네트워크에 대한 큰 폭의 투자손실 계상으로 1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으나 올해는 추가계상이 없고 중국공장에 대한 과감한 투자확대와 조기정상화로 채산성 호전 및 높은 수출비중에 따라 적잖은 환차익이 발생, 세전 순이익이 10억∼12억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전열 역시 지난해 하반기 호조세가 전체 매출성장에 기여해 96회계연도(6월 말 법인) 매출이 2백30억원으로 전회계연도 대비 15% 증가했다. 그러나 국제는 올 하반기 들어 실적이 주춤, 지난 10월 말까지 4개월동안 월평균매출이 19억원에 그치는 등 이번 회기매출은 전회계연도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선발 3사와 달리 중위권 업체들은 적지않은 부진을 겪고 있다. 우선 올해 당초 1백억원의 매출을 예상했던 일신통신이 큰 폭의 가격하락 등으로 인해 매출이 지난해(88억원)보다 10% 이상 줄어든 80억원을 약간 밑돌 것으로 잠정 추계됐다.
통신기기용 수정진동자(UM시리즈) 전문업체인 신성전자도 무선호출기, 코드리스폰 등 주력시장의 위축으로 올해는 지난해(64억원)보다 15∼17%의 매출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며, 대진통신기, 아세아수정 등 대다수 중급 오실레이터 전문업체들 역시 수출부진과 가격하락이 겹쳐 매출이 지난해보다 20%가량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효성수정, 코리아전자, 우인전자 등 상당수 중소 수정진동자 업체들도 국내 가전 및 컴퓨터시장의 위축에 따른 대형 수정디바이스 업체의 과당경쟁으로 입지약화와 총체적 가격하락으로 인한 수익성 감소가 동시에 작용, 매출과 이익 모두 연초 기대치에 크게 못미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수정디바이스 업계의 이같은 고전은 베이스, 캔 등 관련 후방업종의 경기부진에도 결정적으로 작용, 제원전자, 경보정밀, 삼주전가, 삼명정밀, (주)남경 등 수정디바이스용 부품업체들의 매출 및 이익률도 대부분 전년수준 또는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선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중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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