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디스크 수준의 화질과 입체음향을 즐길 수 있는 DVD플레이어가 기존 VCR를 얼마나 빨리 대체할 수 있을 것인가.
이는 전세계 가전업계는 물론 소프트웨어업체들에도 지대한 관심사이지만 특히 VCR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의 가전업체들엔 향후 DVD사업 추진과 관련해서 가장 고민스러운 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관련 국내 가전3사의 관계자들은 내년 이후 본격적인 DVD출시에도불구하고 VCR가 가전제품으로써 앞으로 10년 정도는 수명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러한 판단의 근거로 가전업체들은 가장 먼저 전세계적으로 방대하게 깔린 VCR용 소프트웨어를 들고 있다. 미국의 비디오테이프 제작, 유통업체인 블럭버스터 엔터테인먼트사에 따르면 미국내에만 6억5천만개 이상의 비디오테이프가 공급돼 있으며 전세계적으로는 97년까지 10억6천만개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비디오테이프와 함께 VCR 보급대수도 만만치 않다. 95년말 현재 전세계에 3억3천만 가구에 5억5천만대의 VCR가 보급되어 있고 미국에만 1억2천여대(약 8천만가구)가 깔려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현재 VCR 보급률이 70%에 달하고 있는 국내시장도 보급률이 앞으로도 5% 이상은 신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기에 TV와 VCR가 결합된 TVCR보급대수를 감안하면 VCR시장이 빠른 시간내에 붕괴되기를 예상하기엔 기반이 너무나 탄탄하다는 것이다.
반면 내년이후 본격적인 공급이 개시될 것으로 보이는 DVD플레이어는 7백∼1천달러에 달하는 가격에 비해 소프트웨어가 충분히 공급되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달부터 DVD플레이어를 시판하면서 붐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는 삼성전자 역시 오는 99년까지를 시장도입기로 보고 있는데 이 시점의 국내 수요를 내부적으로는 9만여대로 예측하고 있다. 즉 VCR가 DVD를 대체할 수 있는 가전제품으로 일반소비자에게 인지시키는 데만 최소한 3∼5년이 소요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또한 한국과 일본이 전세계에 구축된 VCR생산기지를 점진적으로 DVD생산라인으로 전환시키기까지 필요한 시간을 고려할 때 VCR는 그 생명이 최소한 10년 정도는 남았다는 것이 국내 가전업체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유형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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