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의료기기업계에 고가의 첨단 전자의료기기 국산화 바람이 불고 있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전량 수입되던 자기공명 영상진단장치(MRI), 전산화 단층촬영장치(CT)를 메디슨과 삼성GE의료기기가 개발한 데 이어 최근에는 다수의 의료기기업체가 통상 2억원에서 많게는 40억원까지 하는 고가의 첨단 전자의료기기 국산화에 나섰다.
특히 첨단 전자의료기기 국산화는 기존 전자의료기기 제조업체보다는 신규업체가 주도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선진국 제품의 수입판매에 주력하던 업체 가운데 제조쪽으로 눈을 돌리면서 선진 외국업체와 기술제휴, 국산화에 착수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전자의료기기업체들이 고가의 전자의료기기 국산화에 나서는 것은 전자의료기기산업이 고부가가치의 미래 유망산업으로 부각되면서 정부 차원에서 육성에 나서고 있으며 시장이 커지고 경쟁이 가열됨에 따라 단순 수입판매로는 채산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국산 전자의료기기의 대외경쟁력 및 인지도가 크게 높아져 예전과는 달리 수출이 그리 어렵지 않으며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통한 수출확대정책 및 기술개발자금 지원 등 제조업체만이 갖고 있는 이점도 크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X선 진단장치 제조 및 수입업체인 대영의료기기는 기존 제휴선인 일본 도시바사의 보급형 CT를 조립생산키로 하고 최근 도시바사와 기술이전 및 해외판매 등에 관한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대영의료기기는 충북 옥천 소재 공장을 증축, 이르면 올해 말부터 본격적인 국산화에 착수할 예정이다.
일반 X선 진단장치를 생산하면서 각종 의료기기 수입판매에 주력하던 동강의료기는 최근 보급형 전신촬영용 CT를 생산키로 하고 일본 시마즈사와 기술협력을 체결, 양사가 공동으로 개발을 진행중이며 내년 상반기부터 현 인천공장을 활용해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사업 진행정도에 따라 공장을 확충하기 위해 공장부지를 물색하고 있는 이 회사는 초기 국산화율을 50%로 잡고 점차 국산화율을 높여나가는 한편 향후 자체 설계능력을 갖춰 2000년대에는 독자모델 개발에도 나설 방침이다.
일동메디텍은 수입업체에서 제조업체로 돌아서면서 고급형 초음파 영상진단기 생산에 착수, 최근 국내조직을 인수한 일본 알로카사의 기술을 이전받아 내년 상반기 중 병원용 컬러 초음파 영상진단기 등 각종 초음파 영상진단기를 개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그간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골밀도 측정기(BMD) 개발에도 착수, 핵심기술 개발을 거의 완료하는 등 내년 출시를 목표로 마무리 작업에 전념하고 있다.
이밖에 삼성그룹도 MRI, 전자내시경 등의 개발을 거의 완료, 상품화를 앞두고 있으며 서통도 내년께부터 시뮬레이터가 장착된 CT 및 유방암 진단기 등을 생산할 계획인 것을 비롯, 다수의 업체들이 고가의 전자의료기기 국산화작업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메디슨과 삼성GE의료기기는 올해와 지난해 MRI와 CT를 각각 국산화, 판매에 나서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가 전자의료기기 국산화는 그동안 중저가 제품 위주로 생산해 온 국내 전자의료기기업계가 세계로 진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기술력을 외국업체에 의존하는 등 단순 조립형태를 벗어나지 못해 자칫 국산화가 기술종속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박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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