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이냐 이익이냐」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상장사를 비롯한 주요 부품업체들이 실적관리에 부심하고 있다.
연초부터 시작된 경기침체로 매출이나 이익 등 올해의 전반적인 경영실적이 목표에 미달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주요 부품업체들은 그나마 어느 한쪽의 실적만이라도 최대한 만회하기 위한 막바지 실적관리 작업에 들어가고 있다.
부품업체들은 그동안 매출목표 달성을 위해 연말에 밀어내기식 영업을 관행적으로 펼쳐 일반적으로 4.4분기 매출이 급신장하는 현상을 보여 왔으나 올해는 경기침체 여파로 연초에 세웠던 매출목표 달성이 어려워짐에 따라 무리를 해서라도 매출을 최대한 끌어 올리느냐 아니면 매출목표 달성을 포기하고 순익관리로 전환하느냐 하는 결정을 내려야할 입장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같은 판단은 기업별로 내부사정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데 비교적 그룹의 눈치를 봐야하는 재벌그룹 계열 부품업체들은 순익관리에, 장치산업인 소재업체들의 경우는 매출증대에 더 힘을 쓰고 있는 모습이다.
삼성전기, 삼성전관, 삼성코닝 등 삼성그룹 계열 부품 3사는 대부분 순익관리에 치중하고 있다. 매출보다는 이익이 더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연말 임원인사가 아킬레스건으로 도사리고 있고 내년도 경기마저 불투명해 내실을 다지는 방향으로 경영전략 수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삼성전기는 특히 내년도 경영전략을 순이익 목표를 미리 설정한 뒤 여기에 각 부문의 사업계획을 짜맞추는 형태의 강력한 이익관리 체제로 전환을 모색하면서 이같은 기본방침을 올해 연말까지의 실적관리에도 그대로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종합부품 3사 중에서는 삼성전기와 함께 LG전자부품이 수익관리에 보다 치중하고 있다. 올해 적자폭이 대폭 확대된 이 회사는 내년도 흑자전환을 지상과제로 삼는 등 손익구조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면 대우그룹의 강력한 지원을 받는 대우전자부품은 이미 지난해에 선투자를 단행해 올해는 추가비용 부담이 적은 점을 감안, 매출을 늘리는 데 보다 신경을 쓰고 있다.
경기침체의 여파를 가장 심하게 받고있는 반도체 업체들은 매출증대가 의미없다고 판단, 이미 수익성 위주로 정책을 전환한 상태로 감가상각 방식을 바꾸면서 이익늘리기를 선언한 삼성전자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대폭의 흑자를 기록했던 두산전자, 코오롱전자 등 PCB원판 업체들은 올해 원판 가격인하와 예상치 못한 수요감축으로 수익성 악화가 예상됨에 따라 이의 보전에 신경을 쓰고 있다.
반면 페라이트 코어 업체인 삼화전자는 지속생산이 불가피한 장치산업인데다 경쟁업체도 비교적 적어 매출증대가 결국 이익을 늘리는 기본이라고 보고 매출증대에 더 힘을 쏟고 있다. 규소강판 코어업체인 한국코아 역시 재고소진 등을 위해 매출위주의 정책을 지향, 순이익은 줄지만 동종업체들의 매출이 감소 또는 현상유지하는 속에서도 전년대비 10%에 육박하는 매출신장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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