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O사업의 태동은 지난 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LG전자는 경쟁업체보다 한발 앞서 미래에 대한 준비로 멀티미디어사업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93년 9월 LG전자는 뉴미디어, 멀티미디어, 인터렉티브미디어 등 여러 이름으로 혼용되고 있는 이 분야를 총칭하는 개념으로 「하이미디어」라는 독창적인 브랜드를 만들어 이를 대내외 선언하기에 이른다.
이를 기점으로 LG전자는 멀티미디어사업의 꽃으로 불리는 비디오게임기사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94년 9월 27일. 하이미디어선언 1주년기념 신상품발표회에서 이헌조 부회장(현 인화원 회장)은 『하이미디어를 선언한 지 1년이 되는 뜻깊은 날이다』면서 『3DO사를 비롯한 해외의 유수한 기업들과 전략적인 제휴를 맺고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었다』고 밝혔다.
대학시절 철학을 전공한 이 회장은 이때부터 직접 멀티미디어분야를 공부해 가면서 하이미디어라는 개념을 정립하고 멀티미디어사업을 밀어붙이기 시작한 것.
LG전자가 멀티미디어사업에 관심을 쏟는 것과 관련,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LG전자의 멀티미디어사업에는 빙벽으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던 소설가 고원정씨를 등장시킨 삼성전자의 VTR 광고가 크게 작용했다. 『반도체를 잘 만드는 업체가 VTR도 잘 만듭니다』라고 자랑하는 경쟁사의 광고가 이 회장의 신경을 날카롭게 만들었다. 이 광고를 보기 전까지만해도 모든 면에서 삼성전자보다 앞서있다라는 자부심을 가졌던 이헌조 회장의 자존심이 무척 상한 것. 따라서 여기에 대한 반격으로 멀티미디어라는 신사업에 더욱 더 매달렸다는 후문이다.
하이미디어 총괄담당 박규창 부사장과 기술정보담당 강인구 부사장을 주축으로 멀티미디어사업을 전개하기 시작한 LG전자는 멀티미디어사업 중에서 수요가 보편적이었던 비디오게임기사업에 가장 먼저 눈을 돌린다.
LG전자는 세계 비디오게임기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일본 세가와 닌텐도의 아성에 도전장을 낸 미국 3DO사와 손잡고 32비트게임기 3DO플레이어 개발을 추진하게 된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삼성전자도 3DO의 생산을 검토했으나 제휴선인 세가사와의 입장과 컴퓨터에 기반을 둔 멀티미디어사업을 전개키로 한 방침에 따라 3DO사와의 제휴를 포기한다.
마쯔시다가 손을 잡은 미 3DO사와 기술제휴를 한 LG전자는 아예 94년 6월에 1천만달러를 투자, 지분 3.04%를 인수한다. 3DO사업에 대한 의욕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이처럼 의욕을 갖고 시작한 LG전자는 그해 9월경에 미국에 제품(모델명 GDO-101M)을 출시하면서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는 한편 12월에 국내시장에도 마침내 제품을 선보였다.
<원철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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