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대우 톰슨인수 부품업계에도 영향 미칠듯

대우전자의 톰슨멀티미디어 인수는 부품업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부품업체들은 톰슨멀티미디어가 세계 4위의 초대형 가전업체란 점에서 대단위 공급처를 확보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우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우전자는 이미 톰슨멀티미디어를 인수할 경우 이 회사에 공급되는 부품을 상당부분 국내업체로부터 조달할 것임을 강력히 시사한 바 있다. 대우전자 양재열 사장은 지난 8일에서 10일까지 3일간 제주도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협력사들과의 간담회에서 『톰슨을 인수할 경우 (협력 부품업체들은) 희망을 가지되 반드시 품질의 뒷받침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 상당한 부품을 국내기업으로부터 조달할 것임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부품업계 중에서는 대우전자의 계열사와 협력사들이 톰슨 인수의 우선 수혜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디스플레이의 경우 대우전자의 톰슨멀티미디어 인수로 대우그룹은 가전분야뿐만 아니라 디스플레이분야에서도 세계 굴지의 생산업체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여 경쟁업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대우그룹은 이미 국내에 디스플레이전문 계열사인 오리온전기가 세계 9위의 브라운관 생산업체로 자리를 잡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10위의 브라운관 메이커인 톰슨멀티미디어를 인수함으로써 삼성에 이어 세계 2위의 브라운관 생산그룹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더욱이 톰슨멀티미디어는 비디오컬러글라스(VCG)社라는 브라운관용 유리벌브를 생산하는 자회사까지 보유하고 있어 그동안 유리벌브사업 진출을 천명하고 기술제휴선 모색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온 대우로서는 자연스레 브라운관용 유리벌브사업에까지 진출하는 성과도 동시에 거두게 됐다.

브라운관사업이 전체매출의 15%를 차지하고 있는 톰슨멀티미디어는 올해 총 15개 라인에서 1천만개의 컬러TV용 브라운관을 생산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톰슨멀티미디어가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는 미국 RCA社도 연간 6백50만개의 컬러TV용 브라운관을 생산하고 있다. 대우는 따라서 1천4백만개의 브라운관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되는 오리온전기의 물량까지 합치면 연간 브라운관 총생산량이 무려 3천50만개에 달해 올해 2천9백만개를 생산할 전망인 필립스를 제치고 3천4백만개를 생산할 것으로 보이는 삼성에 이어 단번에 세계 2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톰슨멀티미디어는 또한 자회사인 비디오컬러글라스社가 연간 3백만개의 20∼28인치 컬러TV 브라운관용 유리벌브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어 삼성, LG에 이어 유리벌브사업 진출에도 성공한 셈이다.

톰슨멀티미디어의 브라운관 및 유리벌브사업은 채산성이 좋지 않은 가전분야와 달리 아직까지 상당한 수익성을 지니고 있어 디스플레이분야에 관한한 대우의 이번 톰슨멀티미디어 인수가 매우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대우그룹은 톰슨멀티미디어의 디스플레이 사업부문을 인수주체인 대우전자에 일임할 것인지, 아니면 전문 계열사인 오리온전기에 맡길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합부품 3사 중에서는 대우 계열사인 대우전자부품과 LG전자부품이 환영의 뜻을 표하는 반면 삼성전기는 다소 걱정스런 태도를 취하는 등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대우전자부품의 경우 그동안 톰슨에 직접 공급해 온 부품이 전해, 탄탈 등 콘덴서가 대부분이었으나 대우가 톰슨을 인수함에 따라 앞으로 부품공급물량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톰슨의 앞선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기술적인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어 그 파급효과도 부수적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톰슨이 보유하고 있는 부품사업과 대우부품이 중복될 경우 일부 사업조정이 불가피해지는 결과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다소 신경을 쓰는 눈치다.

LG전자부품은 그동안 대우전자를 통해 톰슨에 상당한 물량을 공급해 왔다는 점에서 대우의 톰슨 인수를 일단 반기는 입장이다. LG전자부품은 대우부품이 공급하는 데 한계가 있는 튜너나 대우부품이 생산하지 않는 TM블록, 모듈레이터 등의 물량증대를 기대하고 있으며 특히 그동안 빈약했던 유럽지역에 대한 수출을 늘리는 계기로 삼을 방침이다.

삼성전기는 그동안 톰슨에 공급하는 물량이 대부분 줄어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삼성은 특히 톰슨멀티미디어 인수에 삼성그룹과 보이지 않는 경합이 있었고 전통적으로 양 그룹 관계가 좋지 않았다는 점이 톰슨에의 부품수출에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이에 따라 각 사업부에 그동안 톰슨에 공급하는 물량파악과 함께 대우의 톰슨 인수에 따른 영향분석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창호, 유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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