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영상관련법 긴급진단 (4);공륜위상과 외국사례

헌법재판소의 영화 사전심의 위헌판결을 계기로 국가에 의한 영상물 사전검열시대의 첨병역할을 맡아왔던 공연윤리위원회(공륜)의 위상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공륜존속 및 폐지를 둘러싸고 수많은 논객(論客)들이 중구난방(衆口難防)식의 의견을 제시하는 등 과도기적인 혼란상황을 맞고 있는 지금, 공통의 이해를 끌어낼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가 절실히 필요하다.

따라서 영화심의를 중심으로 한 선진국들의 사례를 통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찾아보는 것도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1968년 11월 영화협회(MPAA), 전국극장주연합회(NATO), 국제영화수입배급자협회(IFIDA) 등 3개 민간단체에서 자율적으로 심의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가장 앞선 형태의 제도를 확립했다. 1981년 메릴랜드주를 마지막으로 국가에 의한 검열이 사라진 미국은 영화등급결정제도가 정착되면서 극장상영을 위해선 반드시 심의받을 필요는 없으나 등급심의를 받지 않을 경우 일반극장을 통한 배급, 상영이 불가능하고 신문, TV를 통한 광고도 할 수 없다. 등급구분은 G(보호자동반)/PG(부모동반)/PG 13세/R(연소자불가)/NC(에로물) 17세 등 5등급으로 구분되어 있으며 등급구분에도 포함되지 않는 X등급의 포르노물은 특정공간에서만 상영돼 자연스럽게 청소년으로부터 격리된다.

프랑스에서는 25명의 정회원과 50명의 대리위원으로 구성된 영화등급심의위원회가 있고 위원들은 각계의 추천을 받아 문화성 장관이 임명하는 한편 매월 개최되는 소위원회에서 구제사항이 있을 때는 총회에 회부하는 등 강력한 심의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나 지난 60년대 초반 이후 단 한 차례의 삭제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심의위원에 청소년까지 포함돼 있어 관객의 권리가 존중되는 한편 영화제작자들의 자정(自淨) 노력과 영상물이 도색적이거나 폭력이 과도한 경우에 부과되는 중과세(장편 30만프랑, 단편 15만프랑)하는 등의 제도 특성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영국의 심의는 등급판정 외에도 화면 및 대사삭제도 병행하는 등 다소 강한 규제를 실시하는데, 지난 93년 두 명의 소년(11세)이 두살 된 어린이를 납치, 살해했던 「버글러 살인사건」이 폭력비디오물 모방인 것으로 밝혀진 이후 심의가 더욱 강화됐다. 이로 인해 위원장, 부위원장을 제외한 22명의 심사위원으로 구성된 영화분류위원회에 의해 영화 「클리프행어」가 1분 7초 삭제됐으며 「터미네이터 2」도 8개 장면이 가위질 된 사례가 있다.

이외에도 독일은 연소자 관람불가등급 영화의 경우 법률위원회가 형법상 무혐의 증명서를 발급해 극장개봉 이후의 사법처리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해 준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며, 캐나다는 공개시험을 거쳐 선발한 영화관리위원회에서 영화를 심의한다는 점이 이채롭다. 이 시험에는 석사학위 이상 소지자가 응시할 수 있으며 영화에 대한 지식과 평범한 시민정서를 대표할 수 있는가가 당락을 결정하는 기준이다.

또한 호주에서는 「무엇을 볼 것인가」로부터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라는 명제하에 청소년보호의 판단기준을 설정하고 있으며 특히 컴퓨터 폭력물에 대한 청소년 격리를 위해 제작사의 자율규제에 맡기던 기존제도를 정부검열로 변경했다.

창작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면서도 오히려 심의를 강화하기도 하는 각 나라 심의제도의 특성을 감안할 때 현상황에서 충분한 사전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공륜 존속을 통해 영화심의를 계속하려고 하는 정부의 입장은 오히려 혼란만을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영상산업의 육성과 함께 유해한 영상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윤리문제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제도를 찾는 데 정부와 업계, 민간단체들이 머리를 맞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선기, 이은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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