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꿈의 영상기기 DVD시대 열렸다 (4);특허문제

DVD의 상품화가 활발해지면서 특허문제가 새삼 관심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DVD는 광학과 컴퓨터, 정밀기계 등에 걸친 다양한 원천기술로 이뤄져 있다. 그런데 이 원천기술은 주요 선진업체들이 독차지하고 있다.

소니와 필립스는 2천여건에 이르는 DVD특허의 40% 정도를 차지하고 있고 도시바와 마쓰시타 등도 상당량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4개 업체를 포함해 히타치, 파이오니아, 미쓰비시, JVC, 톰슨, 타임워너 등 미, 일, 유럽 10개사는 지난해 DVD공동 규격을 제정하면서 DVD특허 라이선스(로열티)문제를 최근까지 공동 협의해오고 있다.

공동 협의의 애초 목적은 DVD시장의 조기형성이다. 라이선스를 제공하는 창구를 일원화해 DVD제조업체의 계약절차를 간소화하는 동시에 특허의 중복청구를 막아 로열티를 낮추자는 것이다.

당시 10개사가 밝힌 방침은 특허 사용료 비율이 CD수준인 3%를 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난 8월 소니와 필립스가 10개사 연합에서 이탈했고 나머지 8개사도 내부에서 갈등이 생기면서 특허문제의 해결은 「로열티의 상승」이라는 전망만 남긴 채 미궁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소니와 필립스는 10개사 연합 탈퇴와 더불어 CD 수준의 로열티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8개사들도 분배율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양측이 극적으로 합의해 협의체를 구성했던 당시 상황으로 되돌아가지 않는 한 DVD특허사용료는 앞으로 CD의 그것을 크게 웃돌 것이 분명하다.

CD, 광픽업장치, 신호변조기술 등에 대한 로열티는 생산원가의 5% 안팎에 이르고 에러 수정기능, 디스크 양면접착 등 또 다른 특허까지 더하면 거의 10%에 육박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측이다.

그렇지만 국내의 어느 업체도 DVD특허사용료가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를 지 좀처럼 예측하지 못하고 있는 눈치다. 최근 DVD플레이어를 양산하기 시작한 삼성전자와 상품화를 추진중인 LG전자의 관계자들은 『특허협상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아 로열티비율이 얼마나 될 지 전혀 모르겠다』는 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국내 가전업체들은 특허 로열티의 부담 못지 않게 특허문제의 해결이 지연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

도입 초기인 올해에는 제품 판매량이 적어 문제가 없지만 내년까지 특허사용료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제품 생산과 판매 일정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10개 연합이 완전히 와해되면 로열티를 개별 회사와 직접 협의해야 하기 때문에 제품 생산 자체가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

현재까지는 특허권이 있는 선진업체들이 DVD시장의 조기형성을 바라고 있어 로열티 협상이 그리 지연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최근 선진업체 사이의 대립이 심화되고 있어 지연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어쨌든 최근의 특허권 분쟁은 앞으로 펼쳐질 DVD시장에서 업체마다 출발선이 전혀 다르다는 현실을 일깨워주고 있다.

소니와 필립스 등 미국, 일본, 유럽의 선진업체들이 선두에 서있고 그 뒤에 우리나라 업체들이 자리하고 있다.

우리 업체들은 일단 선진업체와 거의 동시에 DVD를 상품화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기술력의 격차라는 부담은 계속 끌고 다녀야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우리 업체들도 공동전선을 형성해 외국업체들의 특허공세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업체끼리는 특허를 서로 공유하고 외국업체와는 교차라이선스 협상을 통해 로열티 부담을 낮추는 방법이 효과가 있다고 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또 차세대 DVD인 DVD리코더에 대한 규격제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가세함으로써 또다시 특허권 협상과정에서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신화수 기자〉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