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컴퓨터 유통시장이 바뀌고 있다 (1)

양판점 속속 등장

최근들어 컴퓨터 유통시장 환경이 급격히 변하고 있다. 지난 90년대초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지던 컴퓨터 유통시장은 가격파괴와 함께 제품의 대량생산 및 이에 따른 원가폭락 등으로 적자폭이 갈수록 커지는 등 점차 쇄락의 길을 걷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 유통업체들의 경영난이 심화되고 이 틈을 이용해 대기업들의 컴퓨터 유통시장에의 참여가 늘고 있다. 최근 빠르게 변하고 있는 컴퓨터 유통시장의 모습을 시리즈로 엮어본다.〈편집자〉

컴퓨터 관련제품을 취급하는 점포는 일반적으로 전문점이나 제조업체의 전속대리점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들 점포는 고가의 첨단장비인 컴퓨터의 애프터서비스(AS)와 제품 및 고객관리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컴퓨터 및 관련제품의 가격폭락과 더불어 제품다양화와 함께 누구나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생활필수품화하면서 컴퓨터 판매는 곧 전문점이라는 등식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최근 컴유통시장에도 가전업계에서 보편화해 있는 양판점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양판점이란 한두 가지의 품목만을 선정해 관련제품을 전문으로 수리 및 판매하는 전문점이나 계약된 제조사의 제품을 주로 취급하는 전속대리점과 달리 품목과 제조업체의 구분없이 컴퓨터 관련제품을 모두 판매하는 점포를 일컫는다.

컴퓨터 유통시장에는 이미 지난해부터 품목이 한정돼 이윤 및 마진이 상대적으로 축소되는 전문점 및 전속 대리점 대신 슈퍼마켓과 같이 대량의 유통품목을 통해 이윤극대화를 기할 수 있는 양판점이 점차 도입되기 시작했다.

최근들어 전국유통망을 갖춘 대형 유통업체들을 중심으로 양판점 개설에 앞다퉈 나서고 있어 유통시장에 양판점바람이 거세게 불어닥치고 있다.

지난해 5월 국내 최초로 양판점 유통망을 개척한 세진은 제주도를 포함안 전국 70여개 지역에 지점을 개설하고 월 매출액 6백억원 이상을 달성하는 등 안정 성장궤도에 진입하고 있다.

대구지역에 상권을 형성하고 잇는 나진컴퓨터랜드는 올해 초부터 전국 규모의 컴퓨터 양판점 유통망사업에 나서 경상 북부지역에 8개의 매장을 오픈한 데 이어 11월중에 서울에 5개의 양판점을 개설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실무작업에 들어갔다. 전문유통업체인 아프로만도 지난 7월 양판점사업에 새로 참여했고 전자랜드도 양판사업을 전국규모의 대단위 유통사업으로 육성하기로 하고 광주 등지에 신규 매장을 개설하는 한편, 고액의 비용을 과감히 투자하고 있다.

용산 등 전자상권을 형성하고 있는 조립PC업체 및 일반상가들도 제품다양화 및 다각적인 거래선 확충 등으로 점포의 양판점화를 추진하고 있는 추세여서 컴퓨터 유통시장의 양판점화는 급속도로 진행될 전망이다.

아프로만의 성지환 사장은 『국내 유통업체들의 양판점 개설은 대부분 직영점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며 『외국처럼 진정한(?)의미의 양판점이 활성화하려면 직영점이 아닌 별도의 사업자와 양판점 계약을 통해 이루어지는 계약식 지점으로 운영돼야 할 것』라고 밝혔다.

성 사장은 그러나 소비자들의 컴퓨터 구매패턴이 아직도 전문점이나 전속대리점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 계약식 양판점을 운영하기에는 시기가 다소 이르다며 컴퓨터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기능이 크게 개선돼 완전한 생활필수품으로 자리잡게 될 오는 2천년께 컴퓨터 판매는 대부분 양판점을 통해 이루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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