加교포감독-美작가 충무로서 만났다

캐나다 영화계와 미국 문단을 떠들석하게 했던 교포2세 감독과 작가의 만남이 충무로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캐나다 독립영화계의 샛별 헬렌리(32세)감독과 미국문단의 기대주 이창래(31세)씨가 우리영화 <네이티브 스피커(가제)>의 시나리오 공동집필에 나서면서 영화제작사는 물론 대기업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

캐나다 토론토에 거주하는 헬렌리(본명 이현주) 감독은 변영주,임순례와 함께 90년대 한국영화계가 발견해낸 차세대 여류 감독 3인 중 한 사람.그는 90년 이후 백인중심 사회에서 아시아계 여인들의 정체성을 그린 작품들을 잇달아 발표, 북미지역에서는 「가능성 있는 젊은 감독」으로 손꼽혀온 신예감독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단편영화제를 통해 「치밀한구성」 「감각적 연출」「뛰어난 유머감각」등흥행요소를 두루 갖춘 <먹이(Prey)>가 국내에 소개되면서 충무로에 반향을 일으켰다.최근 영화계의 돈줄역할을 하고 있는 국내 재벌기업들기업들이 장편영화로 데뷔시킬만한 신인감독0순위로 점찍어 놓은 상태.

미국 오레곤주 유진시에서 교수와 작가로 활동중인 이창래씨는 60년대 <순교자>의 김은국씨이래 가장 화려하게 데뷔한 한국계 미국작가. 지난해3월 한국이민의 현주소를 파헤친 첫소설 <네이티브 스피커>를 출간, 화이트 컬러의 대표적인 문화교양지 뉴요커에 특집기사로 실리는 등 까다롭기로 소문난 미 언론과 평단의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다. 신인작가에게주어지는 최대 영예인 「96 헤밍웨이 작가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해외시장 배급을 위해 영어원작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우리 영화계에서 수준높고 정교한 언어구사로 미국 문단의 극찬을 끌어낸 이씨를 주목하게된 것은 당연한 일.

두 사람의 만남은 프리랜서 기획제작자 윤명오씨의 주선으로 몇 달 전 미국에서 이루어졌다.현재 헬렌 리 감독은 토론토에서, 이창래씨는 오레곤주 유진시에서 첨단기기에 능숙한 젊은세대 답게 인터넷으로 원고를 교환해 가며 공동시나리오 집필을 거의 완료한 상태다. 윤씨는이들이 탈고할 영문 시나리오를 미국현지 스태프를 동원, 헬렌 리 감독의 장편영화로 제작할생각이다.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비디오 판권 등 영화제작지원 의사를 결정하는 국내 대기업들은 물론 「메이 페어(Mayfair)」「포르티시모(Fortissimo:<개 같은 날의 오후> 배급사)」 「얼라이언스(Aiiiance)」 등 그동안 아시아계 영화에 관심을 쏟아온 해외유수 배급사에서는 벌써부터 <네이티브 스피커>의 배급권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제작사 윤명오씨는 『이질문화권에 편입된 한국교포들의 정체성을 묻는 진지한 주제에 세계인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흥미진진한 영상기법으로접근, 우리영화 최고의 미국시장 흥행작을 만들겠다』면서 자신감을 보이고있다.

영어자막을 넣은 아시아계 영화가 아닌 대사를 대부분 영어로 녹음한 작품이라야 미국 상업영화 체인망을 탈 수 있다는 점에서,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은 교포작가와 감독이 만들어낼 합작품에 거는 우리영화계의 기대가 크다.

<이선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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