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0년대 후반 하이테크산업으로 각광받았던 발광다이오드(LED)시장이 90년대 들어 침체일로를 걷기 시작해 현재까지도 뚜렷한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최근 들어 불황타개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업체간 수직계열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심도있게 제기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내 LED업계는 크게 웨이퍼업체, 웨이퍼를 가공해 칩을 생산하는 업체, 그리고 칩을 이용해 응용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로 구분된다. 유일하게 한국LPE가 웨이퍼를 1차 가공한 에피웨이퍼를 생산하고 있으며 삼성전기와 광전자가 칩을 생산, 국내시장의 10∼20%를 공급하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 대부분은 LED디스플레이, 램프 등 응용제품을 생산하는 중소업체들이다.
현재 경기불황 여파로 가장 심한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은 응용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중소 LED제조업체들이다. 상대적으로 웨이퍼업체나 칩생산업체는 어려움을 느끼고 있으나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고 입을 모은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업계에서는 국내 LED산업의 체질변화를 꾀하기 위해서는 일관생산체제로 수직계열화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지금처럼 웨이퍼, 칩, 응용제품 제조업체가 각각 따로 분리된 상황에서는 국제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고 결국 국내시장의 대부분을 대만 등 외국업체에 넘겨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같은 주장의 배경이다. 통상 웨이퍼에서 칩을 가공하는 단계에서 10∼20%의 부가가치가 더해지고 여기서 다시 응용제품을 생산할 경우 추가로 20% 정도 가격이 상승, 결국 하나의 완제품으로 시장에 나올 때 많게는 50% 정도까지 제품단가가 상승하는 데 일관가공생산체제나 수직계열화를 실현할 경우 이같은 폭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광전자, 수산, 삼미그룹 등 최근 LED사업 참여를 선언한 업체들은 계열사나 협력업체와의 유대강화를 통해 원재료에서 칩은 물론 응용제품 생산까지 독자적인 사업구조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갈래를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광전자그룹은 광전자공업연구소, (주)광전자를 통해, 수산그룹은 중앙연구소와 수산스타, 삼미그룹은 삼미기술산업을 통해 수직계열화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또 다른 성격의 수직계열화론을 제기하고 있다.
새로 LED사업을 시작하는 업체와 달리 기존 업체들이 칩부터 제품까지 일관생산체제 구축을 시도하기는 투자규모나 경영측면에서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기존 업체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최대한 활용, 단기적으로는 웨이퍼, 칩, 응용제품 제조업체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장기적으로 단일기업이 수직계열화하는 방안을 모색해 보자는 것이다. 웨이퍼, 칩, 응용제품 제조업체가 각 사의 체제는 유지하면서도 기술과 노하우를 공유함으로써 원가절감을 통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대기업의 판매망을 통해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등 시너지 효과와 기업 체질변화를 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컨소시엄 형태, 운영주체 설정, 운영방법 등 이런 저런 산적한 문제로 인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반론 또한 만만치 않다. LED산업을 일관생산체제로 수직계열화하자는 총론은 설득력이 있으나 세부적인 각론는 아직도 미해결 과제로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다.
LED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방안이 몇몇 업체 차원이 아닌 전체 LED업계가 공감하고 있는 나름대로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LED시장을 이대로 방치할 경우 심각한 대외종속에 시달리게 됨은 물론 결국 직, 간접적으로 세트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을 감안, 세트업체들도 이같은 방안의 구체화에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여 줄 것을 요망했다.
〈강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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