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산업이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 1백년 동안 지속돼 온 독점체제를무너뜨리고 능력있는 자들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개방된 시장을 만들자는시대적 요청에서 출발한 「새로운 질서 만들기」는 온 지구촌을 개방의 열기로 들끓게 하고 있다.
지구촌 어느 곳에서도 국영통신사업자의 독주는 찾아 보기 힘들게 됐으며국경과 매체를 뛰어넘는 무한경쟁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통신이 전화를 포함한 모든 통신사업을 독점해 온 한국에서도 개방의열기는 어느 곳 못지 않다.
한국의 통신시장은 90년 7월의 제1차 통신사업 구조개편, 94년 6월의 제2차 통신사업 구조개편을 거치며 부분적인 경쟁의 틀을 마련했으며 98년 1월로 예정된 통신시장 대외개방을 기점으로 국내 통신시장은 국적을 불문한 모든 사업자들이 총출동하는 춘추전국시대에 접어들게 된다.
한국통신에게는 데이터통신사업을 허용하고 데이콤에게는 국제전화사업을허용해 상호시장진입을 허용한 제1차 구조개편 이후 10개의 지역무선호출사업자, 제2이동전화사업자인 신세기통신이 속속 설립됐으며 올해 6월에는 무려 27개의 새로운 통신사업자가 설립돼 국내에서는 이미 전면경쟁의 전주곡이 울리고 있다.
정부가 통신사업자를 무더기로 선정한 것은 오는 98년 대외개방에 대비한것임은 물론이다. 대외개방에 대비해 국내 통신사업자들의 경쟁력을 향상시킨다는 것은 정보통신부가 구조개편 때마다 누차 강조해 온 사실이다. 98년1월을 시장개방 시점으로 잡고 있는 WTO 기본통신협상은 내년 2월에 종료된다.
현재 이 협상을 맡고 있는 기본통신그룹(GBT:Group on Basic Telecommunication)은 지난 7월 제1차 협상을 가진 데 이어 9월과 10월에 실무협상을 두차례 가지며 11월과 내년 2월에 두 차례 고위급 회담을 통해 협상을 종료할예정이다.
현재 한국이 제출해 놓고 있는 양허안은 98년부터 국제통신과 위성통신 서비스는 전면 개방하고 유, 무선 기본통신서비스의 외국인 지분을 33%까지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이 국내통신사업자의 대주주가되는 것은 금지하고 한국통신의 지분은 20%로 제한하고 있다. 회선재판매 사업은 제한이 없으나 음성회선 재판매 사업만 개방시기를 2001년으로 잡고 있다.
이 정도의 양허안 만으로도 국내 통신사업자들은 마치 국내 사업자들은 모두 망할 듯이 아우성을 친다. 하지만 이 양허안이 그대로 통과될 것으로 믿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과 EU는 자국시장을 거의 무제한적으로 개방하겠다는 양허안을 내놓고 다른 나라에도 같은 수준의 시장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무선통신에만 지분제한을 20%로 제한했을 뿐 전면개방안을 내놓았고 EU는 프랑스, 벧기에, 스페인, 포르투갈 등 몇 개국가에 일부 제한이있으나 시장을 전면 개방하겠다는 입장이다.
양허 수준이 어느 정도가 될 지는 알 수 없지만 시장이 개방된 이후 국내통신사업자, 통신기기 제조업체들이 과연 어느 정도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 산하 연구소에서 예상한 앞으로의 시장상황 전개 시나리오에 의하면외국 통신사업자들은 한국의 통신시장이 개방될 경우 노른자위 중심의 영업전략을 구사, 크게 힘들이지 않고 수익을 챙겨가는 이른바 크림스키밍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른자위 통신시장이란 지역면에서는 수도권, 시장면에서는 기업시장, 사업분야 면에서는 국제전화와 시외전화가 대상이 될 것이 틀림없다.
이에 따라 국제전화는 20%, 시외전화는 10%, 이동전화는 10%, 개인휴대통신(PCS)는 30%, 무선데이터통신은 10% 정도가 외국업체의 몫이 될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통신기기시장에 있어서도 그동안 줄기차게 개방압력을 넣던 AT&T, 모토롤라 등이 입김이 더욱 거세질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핵심장비인 교환기의 경우 삼성, LG, 대우, 한화의 TDX 4社체제는무너지고 일부업체가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조만간 나타날 것이며 단말기도 외국업체의 시장점유율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시장개방이 아니더라도 국내 통신산업은 방송산업과의 영역 싸움에서 한바탕 난리를 치러야 할 것이다. 통신사업자와 방송사업자는 고유의 영역이 사라지며 방송망과 통신망의 개념도 없어지게 될 것이다.
결국 국내 통신시장은 길어도 5년 짧게는 3년 이내에 전면 재편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1백년 독점을 향유해 온 한국통신은 물론 이제 걸음마를 하기 시작한 새통신사업자들은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승부를 벌여야 할 것이다. 「황금알을낳는 거위」를 샀다가 폐가망신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아무도 장담할수 없기 때문이다.
<최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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