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4주년특집] 정보인프라 점검­영상SW산업

『정보고속도로를 가장 먼저 달리는 것은 아마 게임소프트웨어가 될 것이다』는 말이 한동안 널리 회자됐다. 또한 우리나라가 한해 자동차를 수출해서 벌어들인 돈보다 「쥐라기공원」의 흥행성공에서 올린 수익이 더 많다는보고서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 모든 것이 우리의 눈을 새롭게 뜨게 만들었다. 바로 콘텐트산업의 중요성이 새삼 강조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초고속 정보통신망의 성공여부는 망 구축에 있는 것이 아니라 「콘텐트」를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의견이다. 망이 깔려 있어도 정작 즐길 만한 콘텐트가 없으면 과연 일반인들이망을 활용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또한 망 구축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상황에서 일반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콘텐트가 없을 경우 누가 이같은 비용을 지불하겠느냐는 것이다.

결국 「콘텐트를 확보하지 않고서는 망을 구축해봐야 소용없다」는 게 이들 관계자의 공통된 지적이다. 더구나 학계 전문가들은 『콘텐트는 대중문화의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요하게 인식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같은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영화, 비디오, 게임, 음반, 멀티미디어 타이틀 등으로 대별되는 콘텐트는 하나의 산업으로서 자리잡기보다는 홀대를 받아왔다.

영상사업 자체의 시장규모가 3조원에서 오는 2000년에는 5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될 정도로 만만치 않는 시장규모를 형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상산업을 바라보는 우리의 눈은 차가웠다.

올 여름극장가를 돌아보면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볼 수 있다. 극장에서 개봉되는 작품들의 대부분이 외화였다. 이른바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흥행대작)들이 판을 친 것이다. 백악관을 공격해 화제를 일으켰던 「인디펜던스데이」(20세기폭스사), 숀 코너리 주연의 「더록」(월트디즈니), 「트위스터」(UIP),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연의 「이레이저」(워너브러더스) 등이 우리의극장가를 휩쓸었다.

그러다 보니 우리 영화들은 개봉관을 잡지 못해 개봉일자를 연기해야 하거나, 아예 여름시장을 회피해 제작하는 실정이다. 이처럼 우리 영화는 우리영화관에서조차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영화, 비디오산업만 해도 1조원에 육박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하나같이 중소업체들이 이 시장을 이끌어오다시피 하면서 할리우드로 대표되는메이저들과의 경쟁력에서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의 정책부재도 우리의 콘텐트분야를 낙후시키는 데 한몫했다.

영화, 비디오, 게임 등이 서비스산업으로 분류됨에 따라, 각종 혜택을 받고 있는 제조업 수준에도 못미치는 혜택을 받는 데 만족해야 했다. 그러다보니 현재 국내 영상소프트웨어시장의 태반을 외국 메이저들에게 고스란히내주는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외국 메이저들은 모두 국내시장에 진출해 단단한 뿌리를 내리고 있다. 영화, 비디오 분야의 경우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져 있는 워너, 월트디즈니,폭스, 컬럼비아, 유니버셜-CIC, 파라마운트 등이 국내에 진출해 있다. 또한음반시장에서도 워너뮤직, BMG, 폴리그램, 소니뮤직, EMI 등 5대 메이저가진출해 국내 음반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비디오와 음반시장의 경우 40% 이상을 외국 메이저에게 내주고 있으며, 「스크린쿼터제」라는 보호막에 쌓여 있는 우리 영화의 경우 영화시장의 15%가량을 점유하고 있을 뿐이다. 나머지 85%를 외국 영화메이저들이 차지하고있다. 게임소프트웨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일본과 미국 게임업체들이 국내시장의 80∼90%를 점유하고 있다.

이처럼 외국 메이저들이 차지하고 있는 국내 영상시장에서 최근들어 대기업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21세기 멀티미디어시대를 맞아 영상사업이 새로운 성장사업으로 부각됨에 따라 국내 대기업들은 생존전략 차원에서영상소프트웨어사업에 손을 대고 있는 것이다.

삼성, 현대, LG, 대우, 선경 등 5대 재벌그룹은 일제히 영상소프트웨어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11월 계열사들의 영상사업을통합한 「영상사업단」을 출범시켜 영화, 음반, 게임, 애니메이션, 비디오,방송 등 모든 영상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현대그룹은 금강기획을 통해 영화, 극장, 애니메이션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또한 대우그룹은 (주)대우에영상사업단을 두고 삼성과 치열한 시장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선경그룹도 SKC를 통해 영상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여기에다가 섬유업체와 식품업체를 비롯해 철강업체, 건설회사, 의류업체,출판업체, 광고대행사들에 이르기까지 업종구분 없이 주요 대기업들이 앞다퉈 영상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추세다. 식품업체인 제일제당이 미국 드림워크스사에 3억달러를 과감하게 투자하기로 계약체결하면서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영상사업에 뛰어든 이들 대기업은 하나같이 영화를 비롯해 극장운영, 게임, 비디오, 멀티미디어 타이틀 등 영상사업의 각 분야에 손을 뻗치지않는 데가 없을 정도다.

이처럼 많은 대기업들이 영상사업에 대거 뛰어들고 있으나 현재 대기업들의 영상사업에의 참여가 우리의 영상사업을 향상시키는 데에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 눈앞의 이익을 챙기다보니 오히려 국내 영상산업의 질적향상에 기여하기보다는 외국업체들의 작품들을 수입하기 바쁜 실정이다.

따라서 우리 영상소프트웨어가 자리를 잡기 위해선 우리 영상산업의 제작수준 향상과 인력배양의 활성화, 국제경쟁력 강화에 좀더 대기업들의 투자가확대되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래야만 우리 영상소프트웨어가 살아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원철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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