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시대의 신 중매쟁이들

「잘되면 술이 석 잔,못되면 뺨이 세 대.」

컴퓨터와 통신이 널리 보급되기 전에는 중매쟁이들이 청춘남녀의 만남을주선해주는 유일한 통로였다. 중매인은 주위의 친한 친구일 수도 있고 친지나 가족, 혹은 직업적으로 만남을 중개해 주는 사람일 수도 있다.

그러나 컴퓨터와 통신의 보급이 크게 확산된 정보화시대에는 PC통신이나인터넷,사내 근거리 통신망 등이 새로운 중매쟁이들로 등장해 청춘 남녀들의만남을 주선해 주고 있다.

『안녕하십니까.저는 이 회사 자재과에 근무하는 ...』

아침에 출근해 컴퓨터를 켜고 사내 근거리통신망(LAN)에 접속한 회사원 김모씨는 자신 앞으로 도착한 전자메일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얼굴을 물론 이름조차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서 온 이 메일에는「큰 부담은 느끼지 말고 한 번 사귀어 보자」는 내용의 글이 쓰여 있었다. 발신인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는 채 묘한 호기심을 느끼게 된 김씨는 「사용자 정보보기」란을 참조,자신에게 메일을 보낸 사람의 사진과 이름,소속,나이 등 간단한 정보를 얻게 됐다.

몇 차례의 만남과 LAN을 이용한 빈번한 메일 교환에 힘입어 두 사람은 몇달 후 결혼을 하기에 이르렀다.

LAN이 두 사람의 중매쟁이 역할을 톡톡히 해낸 셈이다.

이달 초 결혼식을 올린 큐닉스컴퓨터의 윤정희씨(28)의 경우도 자신의 중매쟁이 역할을 LAN이 담당했음을 인정한다.

지금은 다른 회사로 옮겼지만 당시 이 회사 마케팅파트에 근무하던 윤창중씨(32)와의 만남과 연애과정에서 LAN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큐닉스컴퓨터의 경우 LAN이 사원들간의 의견교환이나 정보교류의 장으로아주 잘 활용될 수 있도록 돼 있어 두 사람의 이를 이용해 편지를 주고받았음은 재론의 여지가 없는 일이었다.

큐닉스컴퓨터의 경우 15년의 역사동안 약 25쌍의 사내커플이 탄생한 것으로 집계했는데 이 중 15쌍 정도가 LAN이 구축된 91년 이후 결합된 사람들이다.

이들이 반드시 LAN을 통해 만난 것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이 도움을 받은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져 사내결혼과 LAN은 묘한 상관관계를 형성하고있는 셈이다.

사내연애 정도의 용도로 LAN이 활용되는 경우는 결혼하는 경우의 몇 배를넘을 것이라는 게 큐닉스컴퓨터 사람들의 전반적인 의견이다.

비단 큐닉스의 경우만은 아니더라도 LAN이 구축된 회사들 대부분이 이와유사한 사례를 가지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펜팔(인팔)이나 컴퓨터통신을 이용한 메일주고받기(콤팔),희망자들의 신청을 접수해 이들간의 만남을 주선해 주는 온라인미팅 등 중매의 모습과 형태도 다양하다.

지난 95년 4월부터 운영되고 있는 나우누리 나우콤팔의 경우 신청자들의사진 및 간단한 신상소개를 통해 만남을 주선하고 있다. 지난 3월의 경우 4만이 넘는 신청자가 몰리는 호응을 얻었다.

유니텔도 지난 5월부터 유니텔 펜팔을 운영 중인데 회원들에 대한 간단한정보조회 후 이들간의 부담없는 만남이 가능하도록 짜여져 있어 많은 사랑을받고 있다.

회원가입 없이 일대일로 대화를 즐길 수 있는 유니텔의 일대일대화는 하루16만명 이상의 가입자들이 이를 이용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최근 시작된 문자호출서비스에 힘입어 PC와 호출기를 이용해 대화와 만남을 즐길 수 있는 삐삐팅도 정보화시대에 새롭게 등장한 신종 만남이다.

문자호출 교환원 없이 컴퓨터와 키보드를 이용해 상대방에게 하고 싶은 말을 입력하면 상대편 삐삐에 문장이 전달되는 형태로 삐삐팅은 전개된다.40자이내에서 하고 싶은 말들을 다양하게 전달할 수 있다.

현재 이 삐삐팅은 문자호출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 나래이동통신과 한국이동통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별도로 서비스코너가 마련돼 있다.

문자호출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 나래이동통신의 경우 이미 직원들간의 삐삐팅이 성행하고 있는 상태다.

인터넷과 문자호출기가 중매쟁이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경우다.

이밖에 컴퓨터 통신을 통한 온라인 바둑이나 온라인게임 등을 계기로 만남이 이뤄지는 것을 비롯해 정보화 시대에는 다양한 정보상품들이 중매쟁이 역할을 맡고 있다.

중매쟁이의 역할을 물론 이들 정보상품들은 남녀의 연애공간과 새로운 놀이문화까지 제공하고 있다.

콤팔이나 삐삐팅을 통해 결혼이 이뤄진 남녀라면 술 석 잔 대신 정보화 이용료를 지불하면 그에 대한 감사의 표시는 충분한 셈일 것이다.

<김윤경 기자>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