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술은 새 부대에」
최근 주인이 바뀌거나 그룹 차원의 기업이미지통합(CI) 바람이 확산되면서PCB 및 관련업계에 「새 이름 짓기」가 한창이다. 특히 일부 업체는 회사개명에 독특한 사연(?)이 개입된 것으로 알려져 흥미롭다.
연성PCB(FPC)업체로 기존 대선주조에서 영풍그룹으로 주인이 바뀐 유원전자는 영풍그룹의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지난달 1일자로 상호를 「영풍전자산업」으로 고쳤다. 이 회사는 과거 대선주조 시절 同名의 건설업체인 유원건설과 관계가 있다는 소문에 시달렸던 업체다.
일진그룹 계열 PCB용 전해동박업체인 일진소재도 그룹CI작업의 일환으로수개월전 덕산금속에서 개명한 케이스. 이 회사 역시 덕산금속 시절 동명의중견그룹인 덕산그룹이 부도를 냄에 따라 보이지 않는 명예손상(?)을 입어갑자기 이름을 고쳤다는 후문이다.
중견 PCB업체인 남양정밀은 이수화학이 인수, 그룹으로 발족하면서 지난 4월부터 「이수전자」로 이름을 바꾼 업체. 이 회사는 모기업인 이수화학이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의 사돈그룹이란 점에서 그동안 줄곧 대우그룹과의 관련설에 휘말렸었다. 한편 이수화학은 M&A를 통해 인수한 플라스컴도 이수테크로 함께 개칭했다.
속사정이야 어쨌든 이들 업체는 외관상으로 그룹CI작업 차원에서 이름을바꾼 경우라면 청주방적그룹 계열 PCB업체인 심텍은 회사의 특징을 살려 개명한 업체. 이 회사는 SIMM모듈 PCB전문업체란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지난해 초 충북전자에서 「심텍(SIMM-TEC)」으로 이름을 바꿨다.
PCB외에도 부품업계에서는 중견그룹에 M&A된 업체들이 새 호적에 맞게 이름짓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스피커업체인 삼미기업에서 인수한 남경그룹(현엔케이그룹)의 영문 이니셜을 딴 「엔케이텔레콤」과 일본 마벨과 합작설립된 한국마벨이 최근 그룹의 CI작업의 일환으로 「한솔전자」로 이름을 바꾼것이 대표적인 예다.
업계 관계자들은 수년 혹은 수십년간 간직해온 전통의 이름을 버리는 것자체가 일시적인 마케팅상 손실이 예상돼 결정하기 쉬운 일은 아니지만 새술은 새 부대에 담는 것이 상례란 점에서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중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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