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선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습니다』
급격한 구조조정기를 맞고 있는 부품업계의 대다수 관계자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현 불황탈출의 묘수를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찾아야 할것이라는데 대체로 동감하고 있다.
「세계화」, 「국제화」라는 명분 아래 부품업계의 젖줄인 세트업체들이글로벌 생산체제 구축에 박차를 가해 해외생산비중이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건비, 물류비용, 관리비, 원자재비 등까지 상승, 국내 생산만으로는 후발국과의 가격경쟁력을 맞추기가 갈수록 버거운 실정이다.
그렇다고 내수시장에 어느 정도의 기대가 남아있는 것도 아니다. 가전은DVD, 고화질TV 등 차세대 제품의 가능성 속에 당분간 수요정체가 지속될 전망이며 부품업계 입장에서는 외화내빈인 컴퓨터와 보급초기인 이동통신시장에 막연히 목을 내걸수도 없다. 게다가 국내 전자산업의 양극화 현상에따라 중견업체, 즉 허리가 없는 구조 아래에서는 중소 부품업계의 입지는 그만큼 좁아질 것이 분명하다.
이처럼 전자산업의 구조변화상 부품업계의 해외진출은 이제 피할 수 없는대세다. 그러나 단순하게 「도피식」 해외진출은 또 다른 위기를 자초할 뿐이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화성전자(트랜스) 이종모 사장도 『90년대초반 단순히 인건비 따먹기식의 임가공형태로 해외진출한 부품업체중 거의대다수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부품업계의 해외진출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해외법인 설립을 추진했던 업체 관계자들의 말을 빌면 무엇보다 현지사정을충분히 숙지하고 사전 준비작업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말레이시아 셀렘방내 삼성복합화단지 현지법인장인 김진기 전무는 『여러 소수민족으로 구성된 나라에 진출할 경우 생산인력간의 문화적 이질감으로 생각지도 못했던 마찰이 자주 발생한다』고 밝힌다. 즉, 현지진출국의 정치, 경제,사회, 문화, 세제 등 전반적인 환경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특히 국내 부품업계의 투자가 집중되고 있는 중국 및 동남아국가들의 경우정세와 관련법규의 변화가 심하고 각 민족의 「기질」에 대한 지식이 부족할경우 엄청난 시행착오를 부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현지생산, 현지판매 등 특정 목적에 그치지 않고 아예 시작부터 해외진출의 성격을 장기적으로 각종 「경제블럭」에 대비한 해외시장 교두보로 규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 필리핀 카비테공단에 입성한 대덕산업(PCB)의유영훈 전무는 『원가절감에 의한 국제경쟁력 확보 못지않게 EU, NAFTA, 아세안 등 경제블록화를 겨냥한 전진기지로서의 역할이 해외진출에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말한다.
삼성, LG, 대우 등 대기업들의 주도로 적극 추진되고 있는 동반진출의맹점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으로 보인다. 세트업체들의 해외생산전략은 궁극적으로 부품의 완전현지화와 완전경쟁구매를 모토로 하고 있다. 때문에 협력업체만 믿고 나갔다간 경쟁력에서 밀릴 경우 「닭쫓던 개 지붕 쳐다보기」식의 오류를 면키 어렵다. 새한전자(PCB)의 양명신 이사는 『동반진출이라도일단 나가고 나서 현지에 있는 모든 수요처를 공략한다는 자신감이 없이는실패확률이 높다』고 지적한다.
해외진출의 방법이 이처럼 꼭 해외에 생산기지를 확보하는 것만이 전부는아니다. 국내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하면 굳이 많은 리스크를 안고 해외로 나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최근들어선해외생산 못지않게 직수출 확대가 부품업계의 현 위기극복과 해외진출의 또다른 대안으로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이중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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