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오후 6시. 일본 후지TV 뉴스프로그램 「슈퍼 타임」에서는 최첨단 기술이 구사되는 새로운 형태의 일기예보프로그램이 방영된다.
이 코너를 진행하는 여성아나운서는 높은 상공에 홀로 떠올라 일본을 내려다보면서 일기예보를 전하거나, 다음날 날씨에 맞춰 눈이나 비를 맞으며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물론 이 아나운서가 실제로 공중에 떠있는 것도 눈, 비등을 맞고 있는 것도 아니다. 3차원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든 가상공간속에 이아나운서가 들어 있을 뿐이다.
일반적으로 일기예보방송은 기상위성의 화상을 이용하므로, 큰 세트에 아나운서나 해설자가 서서 날씨를 전한다. 그러나 후지TV의 「슈퍼타임」 일기예보코너에는 이런 세트가 준비되어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상은한층 다이나믹하다.
이같이 흥미로운 가상공간을 큰 셋트없이 제작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버츄얼세트기술」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버츄얼세트라는 것은 컴퓨터상에서 3차원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실감나는 세트를 의미한다. 이 실감나는 버츄얼세트와 진행자를 합성하여 리얼타임으로 완성영상을 만들어내는 기술을「버츄얼세트기술」이라고 부르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는스튜디오를 「버츄얼스튜디오」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영상을 합성하기 위해서는 촬영된 영상들을 편집기기에 넣어합성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는 일정 시간이 소요된다. 그러나 버츄얼세트기술을 사용하면 미리 준비한 3차원 컴퓨터그래픽세트화상을 출연자의 움직임에 맞춰 그 자리에서 바로 자유롭게 합성할 수 있다.
촬영순서를 실제로 살펴보면 이렇다.
일단 일반 3차원 그래픽제작용 소프트웨어로, 배경이 되는 버츄얼세트를컴퓨터내에 3차원 그래픽화상으로 만들어 놓는다. 이때는 모델만을 만들어계산결과에 따라 이 모델이 상하좌우로 자유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해 놓는다.
그 다음에 무대 벽면과 뒷배경이 모두 완전한 파랑색이며, 주위에 아무 것도 놓여있지 않은 스튜디오에서 출연자를 촬영한다. 이때 출연자를 촬영하는2대의 카메라 위치와 각도는 미리 컴퓨터내 버츄얼세트와 동일하게 해 놓는다. 출연자의 움직임에 따라 촬영각도가 변하면 순간적으로 그 위치를 계산,3차원 그래픽영상의 위치를 조정하면서 실제영상과 합성한다.
슈퍼타임의 경우 도쿄에 있는 일본실리콘그래픽스(NSG)의 쇼룸에 설치된「스페이스비젼」이라는 버츄얼스튜디오에서 제작되고 있다. 이 스튜디오의크기는 단 13.5평방미터에 불과하다.
여기에서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는 美실리콘그래픽스社(SGI)의 고속 워크스테이션인 「오닉스 리얼리티 엔진」이다. 이 컴퓨터에 3차원 그래픽과 실제투사영상을 합성하는 전용소프트웨어를 채용, 촬영카메라, 카메라의 움직임을 검출하는 메모리헤드, 편집기기 등을 접속해 사용한다.
버츄얼세트기술을 가능하게 하는 전용소프트웨어는 여러 종류가 이미 시판되고 있다. 일본실리콘그래픽社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은 美에이컴社 제품인「엘세트」.이밖에도 「브레인스톰」을 시판하고 있는 스페인 데지미디어社를 비롯, 이스라엘의 오래드社와 디스크리트 로직社 등도 전용소프트웨어를판매에 들어 갔다.
유럽방송국에서 수년전부터 실험적으로 사용되어 온 버츄얼세트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등장한 것은 지난해 5월 美방송기기전에서였다. SGI가 버츄얼세트기술을 실험할 수 있는 버츄얼스튜디오를 전시장에 설치, 방송관계자들의관심을 집중시켰다.
이때 가장 먼저 달려든 것이 일본의 후지TV. 방송기기전 직후인 지난해 5월 18일 스페이스비젼의 버츄얼스튜디오를 빌려 테스트방송을 실시했다. 지난해 12월1일부터 월-금요일까지 주 5일간 「슈퍼타임」의 일기예보코너에이 기술을 도입, 생방송을 시작했다. 버츄얼세트를 도입한 이후 슈퍼타임의시청율이 도입전보다 1.7%이상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후지TV의 성공을 지켜본 다른 방송국들도 버츄얼세트기술을 적극적으로 채용하기 시작했다. 日本TV는 일본 최초로 자사내에 설비일체를 도입, 지난 4월 1일부터 아침 5시 방송되는 일기예보방송에 버츄얼세트기술을 사용하고있다. 컴퓨터는 스페이스비젼과 마찬가지로 SGI의 오닉스 리얼리티엔진을 사용하지만 전용소프트웨어는 엘세트가 아닌 데지미디어社의 브레인스톰을 채용하고 있다.
대형 민간 기상정보회사인 웨더뉴스도 버츄얼세트기술을 갖춘 「월드 링크스튜디오」를 오픈했다. 여기에서도 오닉스 리얼리티엔진과 브레인스톰이 사용되고 있다. 웨더뉴스는 이 스튜디오를 적극적으로 임대해 나갈 방침인데,이미 NHK위성채널 일기예보는 이 스튜디오에서 제작되고 있다. 이 밖에 TBS(도쿄TV)도 지난 3월부터 실험적으로 2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버츄얼세트는 몇가지 장점을 갖고 있다. 최대 장점은 기존 스튜디오에서볼수 있는 물리적인 제약을 받지 않고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세트로 만들어진 스튜디오에서 촬영할 경우 그 때마다 미술제작비가 많이 들뿐 아니라 세트를 보관할 장소도 필요하다. 또 스튜디오에 세트를반입하고 조립하고 촬영후 철거하는 작업도 만만치 않다. 이와달리 전용 스튜디오를 설치하고, 한번 만든 데이터를 보존하여 재사용할 수 있는 버츄얼세트기술을 도입할 경우, 이런 제약에서 벋어날 수 있다. 여기에 세트를 교체해야하는 번거로움도 사라지므로 스튜디오가동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지금까지는 한 프로그램에 복수의 스튜디오를 사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으나버츄얼세트를 사용하면 1개의 스튜디오에서 모든 작업을 마칠 수 있다. 따라서 TV프로그램의 제작비도 대폭 줄일 수 있다.
또 기존 세트로는 표현할 수 없었던 가상세계와 복잡한 사회상등도 버츄얼세트를 이용하면 간단히 표현할 수 있다. 여기에 지금까지와 마찬가지 프로그램을 제작할 경우에도 더욱 짜임새있는 연출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선거속보나 주식정보프로그램, 또 이미 실용화된 일기예보 등 데이터를 시청자에게 알기 쉽게 전하는 프로그램에 널리 사용될 수 있다.
많은 가능성이 있는 버츄얼세트지만 아직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출연자수가 너무 많으면 보다 넓은 스튜디오를 필요로 하게 되며, 출연자가 입는옷도 푸른 색 계통은 입을 수 없다는 제약이 있다. 출연자는 푸른 배경 속에서 연기하지 않으면 안되므로 드라마 등에는 폭 넓게 사용되기 힘들다.
보급에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비용문제이다. 초기에 드는 투자비용이 현상황으로서는 거액인 것이다. NSG스페이스비젼에 있는 버츄얼스튜디오에는약 1억-1억5천만엔, 일본TV가 도입한 버츄얼스튜디오에는 약 3억엔이 투자됐다. 장기적으로 이득이 많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한다해도 자금에 여유가 있는 민간방송국 이외에는 좀처럼 도입하기가 어려운 규모이다. 그러나 시간이지나면서 도입비용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실제로 현재에도 화상의 수준이조금 떨어지는 SGI의 워크스테이션 「인디고」와 오래트사의 전용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 초기투자비를 5천만엔정도로 낮출 수 있다. 이같은 설치비 절감과 기술개발 등에 따라서는 버츄얼세트가 일반적인 세트의 하나로 자리잡게되는 날도 그리 멀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심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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