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가전업체들이 국내 가전업체를 상대로 특허공세를 강화하고 있는것은 최근 전세계적인 특허무기화 추세의 한 단면으로 파악된다.
80년대 중반이후 제조업부문에서 경쟁력을 크게 상실하고 무역수지가 악화된 미국이 그동안 비교적 관대한 자세를 보여왔던 지적재산권과 관련 공격적인 자세로 전환하면서 선진국간에 특허무기화가 연쇄반응을 일으키고 세계무역기구(WTO)체제 출범을 계기로 지재권 대한 범위와 독점적 권리보호는 한층강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듯이 미국에 대해 기술수지 적자(94년 기준 3백60억엔 상당)를 보이고 있는 일본의 가전 및 전자 대기업들은 후발국가의 업체를상대로 자신의 특허권리를 강력하게 주장하며 경영이익 추구의 중요한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국내 가전업체는 오랫동안 일본에 주요 원천기술을 의존해왔기 때문에 일본의 특허공세에 대한 방어능력이 허술한 반면 생산력은 세계 2위를 차지할 만큼 규모가 신장돼 있어 일본업체들이 실리를 추구하기에 가장 만만한상대로 인식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전세계 가전및 전자제품시장에서 가장빈번하게 부딪히는 상대가 한국업체임을 고려할 때 특허권을 포함한 각종 지재권은 한국업체에 제동을 걸 수있는 가장 유효한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최근 일본 도시바가 가전3사를 상대로 특허침해를 주장하고 있는 마그네트론(전자레인지 핵심부품)은 이러한 일본업체들의 특허공세의 성격을 명확하게 드러난 대표적인 실례이다.
마그네트론과 관련 그동안 삼성전자는 마쓰시타와, LG전자는 히타치와, 대우전자는 산요와 기술협력을 맺고 핵심기술을 사용해왔으나 예기치 못했던도시바의 특허 침해주장에 허를 찔리고 말았다.
일본업체간에는 크로스라이선스를 통해 상호기술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가전3사는 일본의 기술제휴선과 직접적인 특허사용을 맺은 기술외에는 사용보장을 받을 수 없어 도시바에 일격을 당한 것이다.
현재 특허 침해여부를 놓고 해당업체간에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긴하지만 도시바가 특허침해를 제기한 부분은 국내업체가 대안을 찾기 어려운원천기술이어서 부분적인 특허 침해사실 인정이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지고있다. 현재 세계 마그네트론시장을 한국과 일본이 양분하고 있음을 감안할때 소폭의 특허사용료라고 할지라도 도시바에겐 상당한 수익이 되며 향후 일본이 마크네트론 생산을 포기하더라도 지속적인 실리를 챙길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세탁기, 컬러TV, 전자레인지 등과 관련해서 소니, 마쓰시타, 히타치 등이 신기술은 물론 과거에 가전3사가 특허료를 공식적으로 지불하지 않고 사용해오던 것을 묵인해왔던 기술에 대해서 속속 특허침해를 거론하는 것은 가전3사의 생산규모가 큰 폭으로 늘어나는 것에 비례해 특허의 가치가 커지기 때문으로 파악되고 있다.
단적으로 지속적인 수지악화로 가전분야의 생산기반을 한국업체에 계속 양보하더라도 특허를 십분 활용, 일본업체들이 실질적인 이익을 추구할 수 있다는 점은 특허의 전략적 가치를 대변하고 있다.
비록 국내 가전업체의 기술수준이 그동안 크게 향상되어 일본의 특허공세에 과거처럼 일방적으로 당하진 않겠지만 전세계에 깔린 일본의 특허자원을염두할 때 일본업체의 특허공세는 날로 범위와 강도가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례로 지난해 일본은 특허를 포함 1만2천건의 산업재산권을 국내에출원, 전체외국인 출원건수의 34%를 차지했다.
이와관련, 가전3사의 관계자들은 『일본 등 선진국들은 선행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DVD, HDTV 등 차세대 가전제품과 관련해선 보다 철저하게 특허권리를 추구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멀티미디어와 관련해 미, 일, 유럽의 업체와관련대학이 「특허 풀(Patent Pool)」을 구축하고 공동으로 특허이익을 추구하려는 움직임을 예로 들었다.
또한 업계 관계자들은 『기술특허 자체를 하나의 상품으로 보는 인식의 전환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며 『구체적으로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 실질적인 특허등록건수를 늘려 선진국의 특허공세에 대한 방어능력을 키우는것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유형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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