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업계가 사상 최악의 경기부진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불길한 조짐을 보이던 경기가 갈수록 가파른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일시적인경기침체로 보기엔 도가 지나치다. 내수 및 수출부진, 세트의 해외생산 확대, 일본의 반격과 후발국의 추격, 비용증가, 인력난 등으로 총체적 위기를맞은 부품업계의 현황과 대응방안을 6회에 걸쳐 긴급 점검한다.
<편집자주>
주기적으로 호, 불황을 반복하는 경기사이클상 어찌보면 불황은 피할 수없는 일이다. 국내 부품업계도 결코 길지않은 30여년 역사에서 이미 수 차례의 홍역을 치른 경험이 있다. 그러나 최근의 불황은 국내 부품산업의 여러구조적인 문제들과 결합, 이전보다 골이 훨씬 깊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심각한 것이 국내 부품수요 자체가 줄어 시장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 부품업계를 지탱해온 가전산업은 「엔저」를 무기로 반격에나선 일본에 맥을 못추고 있고, 올해부터는 해외생산과 현지부품구매까지 대폭 늘리고 있다. 정보통신 바람이 불고는 있으나 아직 본격적인 시장으로 보기엔 이른감이 없지 않다.
국내 가전산업의 이같은 구조조정으로 그동안 가전 중심의 영업에 치중했던 많은 부품업체들은 현재 심한 매출부진을 겪고 있다. 실제로 단면PCB업계를 비롯, 콘덴서, 저항, 스위치, 모터, 커넥터, 스피커 등 가전시장에 주력했던 대부분의 부품업체들이 고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 소 부품업체들은 궁여지책으로 세트업체들을 따라 해외로대거 진출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제대로 자리를 잡은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더욱이 협력 부품업체들을 해외로 유치하고 있는 세트업체들은 「글로벌 소싱(국제적 구매)」이란 이름 아래 현지 외국업체들과 완전경쟁을 유도, 동반진출이 아닌 단순한 동행진출에 그치고 있다.
이같은 전반적인 내수부진의 돌파구로 부품업체들은 직수출을 다각도로 추진하고 있으나 여전히 일본의 벽은 높다. 또 현실적으로 국제경쟁력을 확보한 업체는 삼성전기 등 대그룹계열 종합부품 3사와 일부 중견업체들 뿐이다.
최근엔 무라타, TDK, 교세라 등 일본의 세계적인 부품업체들이 다방면에서 「한국업체 고사작전」을 펼쳐 국내업체들이 적지않게 위축되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 곳곳에서 최대 라이벌인 대만을 비롯해 중국 등 후발국의 추격으로국산 부품의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것도 부품업계 총체적 난국의주 요인이다. 이미 대만은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컴퓨터부품을 비롯해 PCB, 모터, 파워서플라이 등 여러 분야에서 한국을 압도하고 있으며,스피커, 자석, 수정디바이스 등 상당수 부품은 중국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국내 제조환경도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우리나라 주당 평균 근로시간이 일본은 물론 대만, 싱가포르 등 경쟁국에 비해 훨씬 짧다는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고 가격경쟁력의 근본이 되는 임금도 매년 큰 폭으로상승하고 있다. 최근 금리인상과 불황에 기인한 각종 악성루머로 중소업체들은 자금사정마저 심각하다.
게다가 「3D현상」의 만연으로 대다수 비도시형업종의 경우 「사람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남동공단 소재 스위치업체인 제일물산 기획실 이범희실장은 『남동 등 주요 지방공단의 경우 현재 생산인력 확보율이 70~80% 수준에 불과하다』며 『요즘엔 임금때문이 아니라 사람이 부족해 해외로 나가는 업체가 적지않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90년대 초 극심했던 불황이 일시적인 독감에 비유한다면 이번은 여러가지 구조적인 모순점들이 동시에 나타난 종양에 비유된다』며 『모든 부품업체들이 이번 불황을 총체적 난국으로 규정, 주도면밀한 대책마련에 나서야 할 때』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중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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