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음반업계 세무조사 배경과 전망

최근 국세청이 음반유통상의 무자료거래를 중심으로 한 세무조사에 돌입하자 음반업계 전체가 몸을 사리고 있다.

특히 국내 음반유통량의 70% 정도를 소화하고 있는 전국음반도매상연합회의 회원사들은 주요 조사대상에 포함되자 『이번 세무조사를 계기로 음반업계의 유통질서에 큰 변화가 올 것』이라고 예상하며 잔뜩 긴장하는 모습이다.

이번 세무조사는 도매상들 스스로가 빌미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음반가격공제율을 두고 신나라레코드물류(주)와 도매상연합회간에 발화된 갈등의불씨가 서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맞제소하고 제작사와 소매상들까지 영향권에 들어가는 등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자 국세청이 전면에 나선 것이다.

아직 국세청은 이번 세무조사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와 대상범위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지만 무자료거래 혐의를 집중 조사하고 있어 그동안 도매상이 음성적으로 자행해 온 가격공제의 적법성 판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가격공제는 이른바 「백(back) DC」, 「리베이트 마진」, 「삐끼」 등으로불리는 업계관행. 겉으로 드러난 계약상의 공급가격과 달리 대금결제조건에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일종의 가격할인정책이다.

이번 세무조사의 발단은 신나라가 5% 내외인 도매상연합회의 공제율을 무시하고 15% 일괄공제를 실시하자 양측간 갈등이 시작됐고 對공정위 맞제소상태로 발전하면서 비롯됐다. 가격공제 수혜자인 소매상들도 할인율에 따른나름대로의 저마진정책을 수행해 음반 소비자가격을 천차만별로 만들어 놓아시장혼란에 한몫 했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원고인 신나라와 도매상연합회는 각각 상대방의담합행위, 불공정거래행위 등을 제소이유로 내걸고 있으나 가격공제 적법성여부에 따라 판정기준이 정해질 것』이라고 말해 국세청 조사결과에 따라 공정위의 결정도 내려질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결국 신나라, 도매상연합회 양측이 담합, 불공정거래 등의 제소이유에 대한 배경자료로 각자 제공한 가격공제 실시인정이 스스로를 옭아매는 족쇄로변한 것이다.

이와 함께 신나라의 공세로 존폐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도매상연합회 회원사들과 일부 소매상들은 이번 세무조사 결과가 자신들에 불리한 상황으로 발전할 경우 『신나라에 대한 무성한 소문들을 증거와 함께 표면위로 끌어내겠다』는 계획이어서 파장이 클 전망이다.

<이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