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물건이나 개념의 양은 불연속적으로 변하는 것도 있고 연속적으로 변하는 것도 있다. 예를 들자면 바늘이 움직이는 시계는 연속적으로 움직이는 아날로그 시계이고 숫자로 표시되는 시계는 불연속적으로변하는 디지털시계이다.
사전을 찾아보면 아날로그는 「어떤 수치를 길이, 각도, 전류 등을 연속된물리량으로 나타낸 것」이라고 적혀 있다. 그리고 아날로그의 반대개념인 디지털은 「데이터를 수치로 바꾸어 처리하거나 숫자로 나타내는 것」이라고정의했다.
연속적 아날로그 신호가 자연적인 신호처리라면 불연속적인 디지털신호는인간이 만들어낸 신호처리다. 디지털방식은 아날로그에서의 파를 잘게 짤라무수히 많은 0과 1로 다시 정리한다. 2진법으로 모든 것을 처리하는 것이다.
유럽의 과학사상을 추적해 보면 근대수리논리학의 태두인 라이프니츠의 위대함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라이프니츠는 1671년 25세 때 세계 처음으로 4칙연산을 할 수 있는 계산기를 발명했다. 1684년 그는 뉴턴과 거의 동시에독자적인 미적분의 연구를 완성시켰다. 그러나 그의 2진법은 동양의 태극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1701년에 강희제의 측근이었던 프랑스 예수회선교사 부페(Bouvet, 白晋)로부터 받은 편지에서 우연히 두장의 태극도를 입수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태극도의 64괘 배열이 바로 0에서 63에 이르는 2진법 수학이라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태극을 정보이론으로 설명하자면 주역을 해석하는 디지털적 사고가 필요하다. 일찍이 동양에서는 우주공간에서의 상태 변화 현상을 서양과 달리 거시(macro)현상으로 파악했다. 우주 대자연의 현상이 생성하고 소멸하는 자연법칙을 음양의 디지털 개념을 이용한 2진 3비트인 8수(2³)의 이치로 설명한학설이 주역이다.
태극의 출발점은 무극(無極), 즉 음과 양이 아무것도 없는 혼돈 상태다.
무극이 한번 분화하면 양의(兩義, 음과양)가 된다. 그리고 음양이 분화하면서 사상(四象)으로 나누어지며 사상이 분화하면 8괘(掛)의 형태로 변한다.
이 8괘는 자기복제에 의해 64(2³=8, 2=64)괘로 변화하면서 만물을 표시하는 것이다.
태극 도형은 주역에서 출발한 것이니 중국의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중국 주렴계가 태극도형을 처음 만든 것은 1070년인데 우리 나라에서는 그보다 훨씬 전에 태극상징을 사용해 왔다.
1985년 12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발굴한 신라시대 감은사 석간에서 태극도형이 새겨져 있는 것이 발견됐다. 감은사 준공연대는 서기 682년이니 주렴계보다 무려 388년이나 앞서 있는 것이다.
경북 월성군 양북면 용당리에 위치한 감은사는 삼국통일의 위업을 성취한신라 문무왕이 부처의 법력으로 왜구를 물리치기 위해 절을 짓기 시작했으나완공을 보지 못하고 680년에 세상을 떠나자 그의 아들인 신문왕이 즉위 다음해인 681년 완성한 「호국사찰」이다.
신문왕은 부왕의 뜻에 감사한다는 뜻으로 절이름을 감은사(感恩寺)로 이름지은 뒤 대웅전 동서에 각 3층 13.4m 높이의 석제 쌍탑을 세웠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신문왕은 문무대왕이 죽어서 용이 돼 나라를 지키겠다는 유언을남김에 따라 감은사 대웅전으로 용이 드나들 수 있는 물길을 만들었으며 현재도 그 흔적이 분명하게 남아 있다.
그러니까 孝의 상징인 것이 감은사이고, 태극은 디지털 2진법의 뿌리임을여기서 밝힌다. 태극은 우리 국민성의 밑뿌리인 孝에서 나옴을 분명히 알 수있다. 또한 최근 가야지방에서 발굴된 청동 태극도형은 중국의 영향을 받지않은 우리민족 고유의 상징이다. 설령 중국 것이라 해도 중국이나 다른 동양국가에서 태극을 국기로 내세우지 않았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李門浩 전북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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