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해외로」. AV 부품업체들이 해외이전을 가속화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중국·동남아·멕시코·유럽 등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고 있어 바야흐로 생산기지의 세계화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기·대우전자부품·LG전자부품 등 종합부품업체는 물론 국내에서 어느정도 지명도를 갖고 있는 AV 부품업체들은 모두 해외공장을 하나씩 두고 AV 부품을 현지에서 생산, 그 지역에 진출한 국내 세트업체나 미주·유럽 등지에 물량을 공급하고 있다.
이렇게 AV 부품업체들이 앞다투어 해외로 나가는 원인은 크게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세트업체의 이전에 따른 내수시장의 축소이다.
AV 부품의 주수요처인 삼성전자·LG전자·대우전자 등 가전 3사와 인켈 등오디오 전문업체들이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면서 내수시장이 축소돼 부품업체들이 안정적인 공급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해외로 공장을 이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부분의 오디오 부품업체들은 세트업체의 하청생산에 그치고 있는 까닭에세트업체가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면 부품업체는 상당한 매출감소를 겪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내수물량의 감소를 보전하기 위해서는 수출량을 늘려야 하나 국내부품업체의 경우 그동안 세트업체에 전적으로 의존, 자기 브랜드를 개발하지못한 관계로 해외시장 개척에도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AV 부품업체로서는 세트업체를 따라 해외로 동반 진출하는 것이현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최선책이었다.
두번째 이유는 국내의 노무비용 증가에 따른 것이라 볼 수 있다. 90년대에접어들면서 근로자의 평균임금이 급격히 상승, 그동안 우리나라의 저임금을무기로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국내업체들의 채산성은 점점 떨어져갔다.
특히 오디오 부품의 경우 자동화가 어려운 관계로 전체 생산비중 노무비가차지하는 비율이 타 부품에 비해 높아 관련업체들은 임금상승에 따른 부담을어느 업종보다 크게 느끼게 됐다.
90년 이후로 AV 부품업체들의 해외진출이 집중적으로 발생한 것도 바로이때가 국내임금이 인상되면서 국내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기 시작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삼성전기·대우전자부품·LG전자부품 등 대기업 계열 종합부품업체들의 경우 여기에 한가지 목적을 더 추가하고 있다. 높아지는 무역장벽에 대응하기위해 필요한 부품을 현지 조달, 블록화에 대비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포석이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대비해 멕시코지역에 이들 종합부품 3사가 잇따라 진출하는 것이 이같은 목적을 잘 말해주고 있다.
삼성전기가 94년 멕시코 티후아나에 TV·VCR 튜너공장을 설립한 이래 대우전자부품·LG전자부품이 지난해초 잇따라 모두 멕시코지역에 공장을 설립했다.
이들 업체는 원산지 규정강화에 따라 빠른 시일내에 생산을 정상화해 탄탄한 현지화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아무튼 진출하는 방식이나 추구하는 전략이 무엇이든 간에 국내 AV 부품업체들은 이미 해외에 나가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고 국내에 남아 있은 업체들도 무슨 일이 있든지 올해안에는 해외진출을 성사시키겠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해외진출의 장점 못지 않게 문제점도 하나씩 나타나고 있는데 중소부품업체의 경우 현지정보 및 전문가 부족, 투자여력의 미비 등으로 아직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세트업체와 동반 진출하지 않고 단독으로 진출한 중소업체중에서는현지정보 부족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는 업체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있다.
해외진출 업체들은 이에 따라 중국과 같은 공산주의 국가에 진출한 경우근로자의 근면성 부족으로 생산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과급제를 도입하고 있으며 인건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국내인력의 현지파견을 최소화하는 정책을 채택하는 등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구매선이 한정된 데 따른 위험부담을 줄이고 자립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기업의 현지공장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현지의 외국기업 등으로 공급선을 다변화하는 데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점은 AV 부품업체들이 해외진출을 가속화함에 따라 국내산업의 공동화현상이 바로 코앞의 현안으로 닥치고 있다는 것이다.
AV 부품업체들이 하나 둘 해외로 빠져나감에 따라 이들 산업의 구조가 취약해져 향후 새로운 부품개발에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이들 업체에 물량을공급하는 소재업체의 어려움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따라서 국내산업의 공동화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국내생산 품목의 고부가가치화를 실현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신기술개발 투자전략을 가속화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권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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