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활로를 찾아라.」
국내 전자산업 경기가 전반적인 침체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대표적인 저부가가치 산업인 A/V 부품업계가 불황타개를 위해 분주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현재 A/V관련 부품업체들이 추진하고 있는 불황타개책은 해외공장 설립과증설, 고부가제품 개발, 주력업종 전환 등 다각적인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이들 업체는 최근 고선명(HD)TV·디지털 다기능 디스크(DVD)·디지털TV 등 새로운 A/V기기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어 조만간 관련산업도 활기를 띨 것으로 보고 첨단 A/V기기용 부품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스피커·튜너·데크메커니즘 등 주요 A/V부품의 세계경기는세계 A/V기기 시장의 저성장세가 지속되는 여파로 오는 2000년까지 연간 3∼4% 성장에 그치는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스피커는 올해 9억5천만개 정도의 수요에서 2000년에는 11억9천만개 정도로 연간 4.2%의 저성장을 기록하고 데크메커니즘도 올해 2억6천만개 2천년에는 3억1천만개 가량의 수요를 형성, 연간 성장률이 3.2%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전자식 튜너도 올해 1억6천만개, 2000년에는 1억9천만개로 연간 3.2% 정도의 성장에 만족해야 하고 비디오 헤드와 비디오 드럼도 VCR의 수요부진으로인한 공급과잉 현상이 지속되는 상황에 따라 각각 연평균 5.2%, 4.2% 성장에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해 국내 A/V부품산업은 내수시장은 유통시장 개방과 수입선 다변화 해제에 따라 6%, 수출의 경우 엔低 영향으로 증가세가 둔화돼 7.2%의 소폭증가에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더구나 국내시장은 세트메이커들이 앞다투어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고 있기때문에 이에따른 부품수요 감소로 갈수록 정체 또는 감소 국면을 맞게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A/V부품산업의 경기가 앞으로도 상당부분 불투명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관련업체들의 대책도 다각도로 펼쳐지고 있다.
우선 생산라인의 해외이전은 전 A/V부품업계의 보편적인 현상이다. 세트업체가 중국·동남아시아 등으로 속속 공장을 이전하면서 A/V부품업체들도 안정적인 공급선 확보와 노무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세트업체를 따라 저임금국가로 생산기지를 서둘러 이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해외진출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하고 있다. 부품업체들은 해외공장에서는 저가품, 국내공장에서는 고가제품 위주로 생산하는이원화 정책을 가속화하고 있는데 생산라인의 대거 해외이전이 국내 부품산업을 취약하게 하면서 우리나라도 이제 산업공동화 문제가 먼 훗날의 일이아니라 코앞의 현실로 닥쳐오고 있다.
더구나 저임금을 노리고 해외로 진출한 국내업체들의 해외생산 제품이 일본업체의 중국·동남아산 제품에 비해 품질이 떨어지는데다 가격마저도 최근의 엔低현상에 의해 오히려 비싸지고 있어 진퇴양난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따라 A/V부품업체들은 이같은 해외진출과는 별도로 새롭게 태동하는첨단 신제품의 개발과 사업화를 위한 과감한 투자·통신 등 신규 유망산업에로의 사업전환을 병행, 추진해 나가고 있다.
데크메커니즘의 경우 그동안 차량용 데크메커니즘 시장은 새한정기·한솔전자·공성통신 등 전문업체들이, 가정용 A/V기기의 데크메커니즘 시장은 삼성전기·대우전자부품·LG전자 부품 등 3개 종합부품업체가 이끌어왔으나 최근에는 가정용 오디오기기에만 장착되던 CDP가 차량에까지 채용되면서 대기업들이 차량용 CD데크메커니즘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특히 비디오CD 자동항법시스템 등을 구현할 수 있는 CD체인저 메커니즘에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면서 각 업체에서는 이 CD체인저 메커니즘에 연구개발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한솔전자가 필립스사와 기술제휴, CD메커니즘을 생산하고 있고 삼성전자·LG전자·대우전자 등 대기업과 데크전문업체인 새한정기도 CD메커니즘을 개발하고 있거나 출시를 앞두고 있다.
차량용 CD체인저 메커니즘도 신흥정밀과 새한정기가 선발업체로 양산중인가운데 현대전자가 일본 마쓰시타와 함께 CD체인저 메커니즘을 공동개발하는등 대기업들도 이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따라서 향후 데크메커니즘 시장은 차량용 CD메커니즘과 CD체인저 메커니즘이 이끌어갈 것으로 예상되고있다.
현재 국내 데크메커니즘산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설계기술의 국산화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일본기술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
대기업의 경우에도 데크메커니즘의 설계를 일본업체에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특히 초정밀 설계기술을 필요로 하는 헤드폰 카세트용 데크의 경우일본에 2년 이상 뒤져 있어 앞으로도 국내업체들이 일본을 따라잡기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이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일부 데크업체들이 이같은 낮은 성장성과 기술적 한계에 부딪히면서 데크메커니즘사업의 비중을 낮추면서 과감하게 업종전환을 시도하기도 한다.
한솔전자(구 한국마벨)는 95년 4월 한솔그룹으로 인수되면서 정보통신산업으로 업종을 전환한 상태이며 공성통신도 무선호출기사업에 주력하는 반면데크사업의 경우 국내생산을 포기하고 일본 다나신의 데크를 동남아에서 수입하면서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상태다.
튜너는 TV·VCR·오디오 등의 세트에 주로 채용되던 양태에서 벗어나 점차케이블TV·위성방송 등으로 영역이 확산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기술도 고급화되는 추세에 있다.
튜너는 국내기술이 일본업체의 기술에 비해 뒤지지 않은 분야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업체들이 과감한 투자와 기술개발로 국내시장을완전 장악했으며 세계시장에서도 일본에 이어 시장점유율 30%를 자랑하고 있다.
삼성전기·LG전자부품·대우전자부품 등 대기업들이 계열사에 튜너를 공급하기 위한 개발경쟁에 박차를 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태봉전자·한솔전자·한국전자 등 전문업체의 신제품 개발노력도 한층 강화되고 있다.
튜너는 소형화·복합기능화·저전압화의 길을 걸어 최근에는 디지털방송에대비한 제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스피커는 기본적인 형태의 변화없이 초창기의 모양 그대로 가장 오랫동안유지되어 온 제품 중 하나이며 전자산업에 있어 디스플레이와 더불어 출력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양대산맥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아직 촉각이나 미각을 전기적인 신호로 표현할 수 없는 한계가 있는 까닭에 생명 없는 전자기기가 인간에게 다가설 수 있는 가장 친숙한 형태는 시각과 청각에 호소하는 방법밖에 별 다른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국내 스피커시장은 삼성전기·LG포스타·한국음향·북두·엔케이텔레콤(구삼미기업) 등이 국내 수요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스피커 또한 노동집약적 산업이기 때문에 국내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스피커업체들은 비교적 오래 전부터 해외진출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 국내 주요업체들이 대부분 해외에 현지공장을 갖고있다.
현재 이들 업체의 스피커생산은 국내생산과 해외생산이 비슷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나 갈수록 해외생산의 비중이 높아질 전망이다.
다른 A/V부품업계와 같이 일부 스피커 업체들이 업종전환에 적극 나서고있는데 본래 스피커전문업체로 출범한 엔케이텔레콤의 경우 무선호출기 등통신기기사업에 적극 참여하면서 전체 매출액 중 스피커의 매출비중이 절반이하로 하락했다.
또 다른 스피커 전문업체들도 스피커만으로는 채산성을 맞추기 어렵다는위기감이 널리 퍼지고 있어 공장을 해외로 완전 이전하거나 사업다각화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스피커 수요시장에서 일반 가정용 A/V기기에 채용되는 스피커의 수요는 감소하는 대신에 자동차시장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자동차내에서도 양질의 음을 추구하는 마니아들로 인해 고급스피커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전체적인 수량은 소폭 증가하지만 볼륨면에서보다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이와함께 통신기기에 채용하는 초소형 스피커 시장도 확산일로에 있어 스피커업계에 활로를 열어주는 기대주로 평가된다.
VTR헤드 부문에서는 삼성전기와 LG전자간 헤드경쟁이 본격화돼 그동안 매년 20%이상의 수출증가세를 기록했다.
특히 VCR용 MIG헤드가 수출을 주도해 95년에는 전년도에 비해 50%이상 성장세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전반적으로 세계 자기헤드 공급능력은 수요를 상당히 앞서고 있어 공급과잉으로 인한 가격경쟁이 국내업체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자기헤드 생산국으로 우리의 최대 경쟁국인 일본은 해외생산가속화로 일본 국내 생산량이 크게 감소돼 공동화 현상이 뚜렷한데 특히 오디오 헤드의 경우 완전히 해외생산 체제로 돌아선 상황이다.
이제 A/V기기시장은 이제 포화상태에 다다른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중국산과 동남아산의 공세로 국내업체의 입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국내 A/V부품산업이 이처럼 어려운 여건속에 있지만 결코 회생가능성이 없는 것만은 아니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A/V산업이 전체 전자산업의 기반이 되고 있는데다 최근 전통적인 A/V기기를 대체하는 첨단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날로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A/V기기에서 중심에서 벗어나 디지털 위성방송·HDTV·디지털TV·DVD 등 새로운 A/V매체의 등장에 따른 준비를 적극적으로 해나가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동안 쌓아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에 승부를 건다면 A/V기기용부품산업이 새로운 중흥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권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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