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일본 반도체장비업체들의 고충

일본 北關東공업단지에 위치한 캐논의 우쓰노미야공장. 이 공장은 반도체제조장비인 스테퍼(축차이동식노광장치)주력생산거점으로 지난 4월 완공됐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이 새 공장은 지금쯤 쏟아지는 수주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증산에 증산을 거듭하고 있을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 공장의 현실은그렇지 못하다.

오는 8월 스테퍼생산규모를 연간 6백대로 늘릴 계획이던 이 공장의 생산능력은 7월 현재 5월수준인 연간 5백대에 그치고 있다. 공장이 완공된 직후부터 고객인 반도체업체들로부터 납품보류요청이 이어져, 증산계획의 연기가불가피해진 때문이다. 이에 따라 6백대 생산체제구축을 위한 인원증강도 현재 보류된 상태이다.

캐논이 우쓰노미아공장건설을 계획한 것은 지난해 중순경. 전에 없는 반도체호황으로 시장이 가열된 시기였으나 현재는 상황이 달라졌다.

스테퍼 최대업체인 일본 니콘도 지난해 말에 사이다마현 구마가야제작소의크린룸을 확장, 전년대비 50% 늘린 연간 9백대 생산체제를 정비했다. 그러나니콘에도 지난 3월 이후 납품보류와 발주취소요청이 잇달아 당초계획의 20%하향조정을 결정해야 했다.

반도체장비 가운데 조립장비 등 후공정장비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SEAJ(일본반도체제조장치협회)가 발표한 지난 5월 일본산제조장비수주액(수출포함)은 조립용장비와 검사용장비가 각각 전년대비 26.2%, 24.9% 씩 감소했다.

조립용장비 수주액이 크게 줄어든 이유는 이 장비가 반도체칩의 미세가공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반도체업체들의 투자억제대상 1순위에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까지만해도 반도체업체들의 가장 큰 관심사가 생산증강이었기 때문에 반도체생산업체들은 제조장비확보에 심혈을 기울여야 했다. 만들면 만드는대로 팔리던 시절. 당시 반도체생산업체의 가장 큰 고민은 증산계획을뒷받침할 수 있는 제조장비확보였다. 본사의 최종결정을 기다려 장비를 발주하면 경쟁업체들에게 우선권을 빼았기곤 했다.

한편 반도체제조장비업체들은 이 같은 호황이 과연 계속될 것인가 하는 불안감 속에서도, 고객들의 납품기일단축 성화에 못이겨 일제히 생산능력증강에 나섰다. 반도체성장율이 둔화되면서 겪은 몇차례 조정국면 시기에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중장기적으로는 고성장이 이어질 것』이라며 자위했다. 그러나 반도체경기가 계속 악화되면서 반도체생산업체들이 『수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과잉투자였다』고 후회하기 시작했다. 과다한 생산설비를 현 시점에서 보유하게 된 제조장비업체들의 입장도 생산업체와 다를 바 없는 상황이다.

반도체장비의 납기연기와 발주취소는 우선 미국 반도체업체로부터 시작됐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일본업체들에게 파급됐고, 한국, 대만업체들도 같은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따라서 장비생산업체들은 또 한차례의 감산 및 증산계획 하향조정을 감수해야할 처지에 놓여 있다.

반도체생산업체들은 현재 시황이 급락하고 있는 16MD램에서 64MD램으로의세대교체를 위해 물밑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그러나 이같은 움직임이 제조장비업계 수주회복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첨단반도체공장에 들어가 있는 스테퍼 등은 16MD램과 64MD램생산에 모두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비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세대교체가 예상되는 첨단반도체에 대응할 수 있는 장비개발이 필수적이다. 최근들어서는 회로선폭의 미세화 뿐아니라 12인치웨이퍼용의 장비개발에도 힘써야 함으로, 개발비용은 확대되기만하고 있다.

캐논과 니콘 이외의 제조장비업체는 대부분이 단일품목을 생산하는 專業기업으로 규모가 작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일시적인 어려움을 극복할만한 체력조차 기대하기 힘들다.

12인치웨이퍼의 개발비절감을 위해 반도체 10사가 공동 평가회사를 만들었다고는 하나, 장비업체가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기가 어려워 눈치만 살펴야할 형편이다.

투자는 이익창출 가능성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현재 반도체장비업체들은그 앞길이 보이지 않는 시장상황 속에서도 차세대장치개발을 위한 투자를 게을리 할 수 없는 진퇴양난의 처지에 놓여 있다.

<심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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