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관람석] 인디펜던스 데이

올해 미국인들은 그들의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을 섬뜩하게 보냈다.백악관과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산산조각나고 자유의 여신상이 뉴욕 앞바다에처박히는 기막힌 장면을 목격한 것이다.물론 실제상황이 아니라 20세기폭스에서 만든 SF재난영화 <인디펜던스 데이>가 보여주는 가상 현실이다.

미국인들은 스크린상의 대파괴를 감상하려고 구름같이 몰려들어 개봉 7일만에 1억 달러를 돌파하는 흥행 신기록을 수립케 했다. 일찌기 <쥬라기공원>이 세웠던 돈벌이 기록을 가볍게 올라선 것이다. 두 영화는 모두 상상속에서나 가능한 재난을 소재로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쥬라기 공원>은 선사시대의 공룡들이 부활해 사람을 공격하는 과거지향형인 반면, <인디펜던스 데이>는 가공할 과학무기로 무장한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해 대살육을 벌이는 미래지향의 소재를 택하고 있을 뿐이다.

소련이 붕괴한 후 세계 유일의 패권국으로 자부하는 미국인들에게 지구내국가와의 파워게임은 더이상 흥미거리가 아니다. 우주인의 지구 침공에 맞서싸워 간난신고 끝에 지구를 구하는 영웅으로서 우쭐거리고 싶은 심리가이 영화의 내면에 짙게 깔려 있다.그런 만화적인 치기를 두고 할리우드 영화의 패권주의라고 비난하는 것은 일견 타당할지 모른다.

그러나 만화적상상력으로 설계한 가상 현실 속에서 그 정도의 우쭐거림은조미료일 뿐이다.철저히 흥행목적으로 만든 상업 영화가 대중의 속된 심리와야합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장삿속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직경 5백 50Km, 달의 4분의 1 무게를 지닌 괴비행물체가맨하턴 상공을 덮치면서 시작된 3일간의 전쟁을 다루고 있다. 우주인들의공습으로 미국의 대도시들은 아비규환에 빠져 버리고 백악관마저 피폭 당해대통령은 긴급 피난을 떠난다.

지구인이 보유한 어떠한 무기로도 우주선을파괴할 수 없음이 드러나면서전지구인은 멸망의 공포에 휩싸인다. 유럽과중동에서도 똑같은 침공이 진행되고 있다. 재난 속에서 아내마저 잃은 미대통령과 소수 용기 있는 전사들의기지와 사투로 「완벽한 악」의 실체인우주선은 폭파된다.

이 영화는 최신 하이테크놀로지, 디지털 애니메이션, 초정밀 미니어처 등현수준에서 가능한 특수효과를 거의 다 보여준다.스타가 필요 없고 특수효과자체가 스타인 SFX의 대작임에는 틀림없다.

<박상기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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