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산업에 이어 국내 민생기기용 단면PCB 시장의 2, 3위권을 형성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LG전자와 청주전자가 장차 단면PCB사업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에 빠져 있다.
양사 모두 현재로선 단면매출이 전체 PCB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결코적지 않지만 양면이나 다층기판(MLB)에 비해 상대적으로 채산성이 한계에 달한데다 현 시장상황을 감안할 때 장기적인 전망도 몹시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가전·모니터 등 핵심 수요처들이 계속 해외로 빠져나가 수요가 줄고 있어 단면사업의 「장래」는 더욱 불안해지고 있다. 그렇다고 세트업체들을 따라 해외로 나갈 상황도 아니다.
삼성전자와 동반진출을 다각도로 추진중인 새한전자를 비롯해 필리핀에 진출한 대덕산업, 오래전에 미국 LA에 둥지를 튼 코리아써키트 등 경쟁업체들에 선수를 빼앗겼고 무리해서 나간다해도 장치업종인 PCB사업의 특성상 해외생산의 메리트도 적기 때문이다.
물론 피해갈 곳도 많고 아직 해외진출의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도 없지만 아직 다른 지역은 시장 자체가 경제단위에 못미치는 수준이어서 굳이 장차 전략적으로 육성할 양면(청주전자)과 MLB(LG전자)를 두고 단면사업에 목을 맬 필요가 없다.
그러나 두 업체 모두 단면사업을 쉽게 포기할 형편은 더더욱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실제로 LG전자는 계열사의 가전용 등 단면물량을 상당부분 소화해줘야 할 상황이고, 청주전자 역시 삼성물량이 총 매출액의 80%를 넘는 현실을 감안할 때 포기를 쉽게 결정할 수가 없다.
최대 라이벌인 삼성전기와 자존심을 걸고 경쟁해야 하는 LG전자로선 고민의 강도가 더욱 크다. 고부가 MLB로 시작해 이제 고성장의 반열에 올라선 삼성을 겨냥, MLB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계속하고 있는 LG로선 내심 단면사업을 정리하고 싶은듯이 보인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LG전자 조직개편에서 PCB사업부는 TV·VCR·오디오 등 단면의 寶庫인 3대 가전을 축으로 한 멀티미디어사업본부에 편입됐다. 이는 LG전자 전체로 보면 불가피한 조치지만 PCB사업부의 관점에선 이젠 오히려 단면이 PCB사업 성장의 「짐」이 된 것이다.
LG전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운신의 폭이 넓긴 하지만 청주전자의 상황도 골치가 아프기는 마찬가지다. 청주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애당초 농공단지내에입주, 폐수량을 기준으로 신증설을 허용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유무형의 「브레이크」에 걸려 현재 증설이 벽에 부딪쳤다.
청주전자는 이 때문에 단면PCB사업의 축소 없이는 양면과 MLB사업 강화가힘든 게 사실이다. 제2공장의 신축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10여년간의 고생끝에 이제 서서히 안정을 찾고 있는 마당에 또다른 대형 신규투자의 부담은감내하기가 버거운 실정이다.
여하튼 LG전자·청주전자 양사의 이같은 고민은 수십년간 국내 PCB산업을지탱해온 단면PCB가 90년대 초반 중소 전자업체들의 몰락에 따른 세트업체의대형화와 최근 세트업계의 해외생산 가속화라는 상황변화로 인해 이제 서서히 PCB업계의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이중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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