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의 민주화 항쟁을 소재로 한 존 부어맨 감독의 <비욘드 랭군>은두가지 점에서 시선을 끈다.
80년 서울의 봄과 광주민주항쟁을 아픈 경험으로 간직하고 있는 우리에게88년 미얀마에서 벌어진 시민학살이 너무도 선연하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네윈 군사정권의 철권통치에 맞서 일어선 시민들에게 무차별 발포해 수천명의생목숨을 앗아간 만행의 현장을 지켜보는 한국 관객의 정서는 대체로 돌이키고 싶지 않은 악몽의 재현일 수 밖에 없다.
8년을 사이에 두고 한국과 미얀마에서 광주학살과 랭군학살이 자행되었다는 악몽의 공감대 위에서 이 영화는 읽혀진다. 한쪽은 그 주범들이 재판정에서 있고 한쪽은 아직도 철권 독재에 맞서 민주화 투쟁이 계속되고 있는 점이다르다고 할까.
두번째로 주목할 점은 이 작품을 통해서 이른바 미국영화의 아시아 읽기를엿볼 수 있음이다. 미얀마 국민이 왜 민주화를 요구하는지, 그리고 야만의폭력을 견디어 내는 그들에게 과연 희망이 가능한지에 대한 진지한탐색이 부족하다.
그대신 랭군 학살이라는 처절한 아시아인의 고통을 이국의낯선 체험으로동원해 여주인공을 정신적으로 치유하는데 써버렸다는 비난을면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여주인공의 과장된 휴머니즘, 스릴러물을 연상시키는 추적 장면을걷어내고 보아야 훨씬 더 절절한 감동을 만날 것이다.
미국인 여의사 로라(패트리샤 아퀘트 분)는 깊은 절망에 빠져 미얀마 여행에 나선다.강도에게 남편과 아들을 살해당한 그녀는 삶의 의욕을 잃었다.여권을 잃어버려 여행단에서 홀로 쳐진 그녀는 미얀마인 가이드 우앙코와 랭군교외에 나갔다가 민주화 시위에 휩쓸리게 된다.우앙코는 해직교수로서 민주화 운동의 정신적 리더였다.
시위 군중에게 발포하고 추적 사살하는 군부의 만행을 피해 로라와 우앙코는 젊은이들을 이끌고 국경 탈출을 감행한다. 이 과정에서 로라는 거대한 폭력에 저항하는 미얀마 민중의 투쟁에 동참하게 된다.미얀마의 킬링필드를 통해 태국으로 빠져나가며 그녀는 자신을 송두리째 무너뜨린 가정파괴의 폭력을 극복한다.
우앙코 역을 맡은 미얀마의 정치적 망명객 아웅코의 진실한 모습, 불교의항내가 짙은 파고다의 황혼은 놓쳐서는 안될 대목이다.
<박상기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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