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애니메이션 업계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중소 만화영화 제작사들은물론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까지도 거액의 자본이 투자되는 장편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기 위해 분주하다.
국내 애니메이션 전문가들이 모든 두뇌를 집중시켜 준비중인 작품들은 모두 세계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애니메이션 강국」을 꿈꾸며 한국의 젊은두뇌들이 뛰기 시작한 것이다.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을 겨냥해 출사표를 던진 국내 업체들의 수도 여럿이다.
삼성, 현대, 동양, 쌍용, 동원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속속들이 애니메이션 시장으로 모여들고 있다. 중소업체로는 대원동화,둘리나라,영프로덕션,돌꽃컴퍼니,아마게돈,선우엔터테인먼트,세영애니텔 등이 이 대열에 가세해 애니메이션 강자를 꿈꾸고 있다.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곳은 아기공룡 둘리의 작가 김수정씨가 주인인둘리나라. 한국투자종금,서울무비와 공동으로 제작한 「둘리의 얼음별 여행」을 통해 올여름 월트디즈니의 「노틀담의 꼽추」와 전면전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오는 24일부터는 아기공룡 둘리가 디즈니의 두터운 벽을 깨고 춤추는 에스메랄다와 본격 경쟁을 벌일 것이라는 것.
대기업 중 가장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업체는 현대의 계열사인 금강기획.최근 애니메이션 전문업체인 대원동화와 작품제작과 국내외 시장진출에 대한 공조를 선언,주목을 받고 있다.
만화영화를 비롯해 비디오,게임,캐릭터사업 등 다양한 애니메이션 관련사업을 펼쳐 이 분야의 최대 강자가 되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현재 준비 중인 작품은 환경보호를 주제호 한 장편 SF물.
삼성영상사업단은 환경보호를 주제로 하는 26회분 정도의 TV시리즈를 기획중인데 이를 위한 투자비용으로 최소 20억원이 산정돼 있다.
오는 98년경 본격화될 것으로 추정되는 미국 및 일본만화영화와의 경쟁에대비,기획,연출,시나리오 등의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애니메이션 제작에 필요한 원천기술 확보에 주력하겠다는 것이 삼성측의 전략이다.
동양의 계열사인 오리온 카툰 네트워크는 20억원의 예산을 투입,13~26편에이르는 장편만화영화를 제작할 방침이다.
오는 97년 9월경 공중파와 케이블TV 등을 통해 방영될 예정인 이 작품과관련해 오리온은 음반,비디오,캐릭터 등 다양한 사업도 구상 중이다.
지난 95년 11월 애니메이션 전문기획제작사인 에스미디컴을 인수한 동원그룹은 「바다로의 진취적 진출」을 주제로 한 「해상왕 장보고」를 기획하고있다.
미국 및 일본의 전문업체들과의 제휴는 물론 40억의 예산을 투입,각각 30분 분량으로 26편에 이르는 장편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예정이다.
작품제작을 위해 일본의 이미지 케이社와 미국의 젠 엔터테인먼트社 등이공동보조를 진행 중이다.
영상산업 진출을 선언한 쌍용이 1호작품으로 구상 중인 것은 극장용 애니메이션 영화인 「전사 라이언」.
총 제작비로 20억원이 잡혀 있는 이 작품의 제작을 위해 효능영화사,파라다임,모닝글로리 등이 투자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쌍용측은 영화의 배경그림을 기존 셀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그린 뒤화상을 컴퓨터에 입력한 후 페인팅과 색지정,합성 등을 컴퓨터로 처리하는최초의 디지털 애니메이션으로 완성시킬 계획이다.개봉 예정시기는 올 겨울.
제일제당과 김종학사단의 자본이 결합된 J.COM도 97년 겨울을 겨냥해 극장용 애니메이션 사업을 구상 중이다.
이밖에 [홍길동],[아마게돈],[헝그리 베스트5],[붉은 매],[제네시스] 등으로 지난 해에 이미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경험을 쌓았던 엄프로덕션,영프로덕션,돌꽃컴퍼니 등 중소업체들도 재도전을 준비 중이다.
국내 유수의 기업들이 이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애니메이션 시장이 캐릭터,음반,비디오 등 보너스 시장까지 안겨주는 거대 황금시장이기 때문.
지난 23년 월세 10달러의 창고형 사무실로 시작한 월트디즈니는 애니메이션을 토대로 다양한 사업을 펼쳐 매년 6조원의 수익을 거두는 세계 최대의미디어 복합그룹이 돼 있다.
인어공주,미녀와 야수,라이온 킹 등 디즈니가 발표하는 장편애니메이션들은 해마다 전세계 극장가를 술렁이게 만드는 거대 열풍이 되고 있다.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큰돈을 벌기는 일본도 마찬가지다.
현재 국내 TV에 방영중인 만화의 대부분이 일본에서 수입된 작품이듯 일본의 애니메이션이 전세계 안방극장을 석권하고 있다는 말은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붉은돼지],[이웃집 토토로],[반딧물의 묘],[아키라] 등 애니메이션을 아는 사람이라면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명작들이 모두 일본산이다.
애니메이션 업계의 세계적 거물들도 일본 출신이 많다.[붉은돼지],[미래소년 코난],[바람계곡의 나오시카] 등으로 만화를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킨 미야자키하야오 감독이나 [헤이세이 너구리전쟁]으로 유명한 다카하다 이사오감독,[아키라],[메모리즈]의 오토모 가츠히로감독 등 애니메이션업계의 거목들이 모두 일본인이다.
만화를 하찮게 여기던 우리의 풍토와는 달리 이 분야를 집중 육성시킨 결과가 오늘의 애니메이션 강국을 만든 것이다.
대기업들까지 참여했다고는 하나 한국이 애니메이션 강국이 되는 것을 쉽게 생각하는 사람은 물론 아무도 없다.
미국이나 일본기업들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자본,기술력,소재 등의 면에서 열세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사무실들을 초고속 정보통신망으로 연결,11만장의 필름프레임과 3백만장의DB를 이동시켜가며 [노틀담의 꼽추]를 제작한 디즈니의 작업과정은 국내기업들에게는 단지 경이의 대상에 불과하다.
현재의 어려움들을 딛고 한국도 [애니메이션 강국]으로 부상할 날이 그 언제일 지 주목된다.
<김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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