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금강 등과 함께 현대 위성그룹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성우그룹이PCB사업을 전략적으로 추진, 관련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실적으로 현대전자·현대자동차 등 현대그룹내 PCB수요처와 밀접하게 연결될 수밖에 없는 성우의 PCB사업 참여는 결과에 따라서 현 국내 PCB시장 판도를 바꿀만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성우그룹측은 일단 PCB사업 추진배경에 대해 『그룹의 첨단산업 진출과 기반기술 확보를 위한 유망성 전자부품 발굴』이란 말로 현대그룹과의 연관성을 조심스레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전자업종에 대한 경험과 기초기술이 전무한 성우가 많은 품목중에서 PCB와 리드프레임을 지목한 자체만으로도 현대와 무관하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약하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성우의 이번 PCB사업 진출엔 현대의 입김이적지않게 작용했을 것이란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성우를 내세운 현대의 PCB사업 추진설은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있다. 현대는 과거 「혜주전자」란 PCB업체를 설립했다가 제대로 빛도 못보고 실패하는 등 이미 PCB사업의 「쓴맛」을 맛보았지만 지금은 엄연히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
우선 현대의 PCB 구매량은 현재 양면PCB 기준으로 월 2만∼3만장 선에 이르는 등 혜주시절과는 큰 차이가 있고 앞으로도 규모는 더욱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현대가 현재 그룹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반도체·HDD·TFT LCD·정보통신·뉴미디어기기 등 「5대 기대주」만으로도 이같은 예상은 쉽게가능하다.
실제 현대전자의 한 구매 관계자는 최근 사석에서 『3∼4년 내에 현대의 PCB 구매량이 지금의 10배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공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만을 놓고 보면 현대가 직접이든 간접이든 PCB하우스를 운영할만한 규모를이미 넘어섰다는 얘기다.
성우의 PCB사업 추진엔 여러 계열사를 전전하다 이제 안정된 둥지를 튼 LG전자와 삼성전기의 초특급 성공사례가 중요하게 작용했다는 견해도 있다. 특히 「삼성이 하면 현대도 할 수 있다」는 현대의 자존심상, 본격 사업개시 3년만에 흑자로 전환한 삼성의 「성공담」이 현대를 상당히 자극했을 것이란분석이다.
그러나 성우가 삼성전기의 「MLB신화(?)」를 재현할 것으로 보는 시각은그다지 많지 않은 듯하다. 전자업종에서 출발, 국내 최고그룹으로 성장한 삼성에 비해 현대는 근본부터 다르며 삼성전기가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등 PCB(특히 MLB)와 기술적으로 유관한 분야에서 상당한 노하우를 지닌 반면 성우는 실질적으로 건설 및 레저업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초기 사업기반 확보의 최대변수인 기술도입선면에서도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일본 이비덴과 손잡은 삼성전기에 비해 성우의 제휴선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선진국의 첨단기술 이전기피 추세를 감안할때 다소 빈약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중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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