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레이저>
전혀 머리를 필요치 않는 스트레스 해소용 영화가 지루한 장마철의 짜증을말끔히 지워준다.쉬는 시간에 전자오락 게임을 하거나 만화책을 넘기는기분으로 정의의 「살인기계」 아놀드 슈와제제거가 벌이는 한판 쇼를 넋 놓고바라보면 된다. 부담없이 즐긴다는 말이 이 영화에 적합하리라 믿는다.
감독 척 러셀은 흥미 위주의 B급 영화에 만화적 상상력을 가미해 요령있게블록버스터를 만드는 흥행사이다. 악몽의 공포로 관객을 사로잡은 <나이트메어> 시리즈,짐 캐리의 표정 연기가 일품인 <마스크>가 그의 작품들이다.
척 러셀은 <이레이저>에도 갖가지 재미의 요소를 첨가했다. 미스터 유니버스 출신의 슈와제네거와 흑인 최초로 미스 아메리카에 뽑힌 바 있는 가수바네사 윌리엄스의 캐스팅부터가 볼거리이다.게다가 신무기 레일 건의위력,낙하산 없는 수직 낙하, 악어와의 대결 등으로 관객의 시선을 붙들어 둔다.
FBI의 증인 보호 전문가인 존 크루거는 범죄 집단으로부터 살해위협을받는증인들을 지켜 재판정에 서게 하는 임무를 띄고 있다. 그의 코드명은 이레이저, 격투와 사격은 물론 컴퓨터 해킹에도 능한 만능의 보디가드인 셈이다. 그는 신무기 제조업체의 여성간부인 리 컬린을 보호하라는 지령을 받는다. 컬린은 자신의 회사에서 개발한 신무기 레일 건의 정보 파일을 복사해 달라는 FBI의 요청을 들어준다.
이 정보 파일에는 레일 건의 성능과 구조 뿐만 아니라 러시아 마피아 두목에게 대량의 레일 건을밀매하려는 음모의 내용이 담겨 있다. 무기회사의 사장, FBI간부, 국방차관과 정부 주요인사들까지 이 음모에 연루되어 있다.
음모의 세력은 거꾸로 컬린을 없애 범죄를 은폐하려 하고, 존은 오로지최고의 전사답게 증인이 될 컬린을 지키려 한다. 개인 대 국가권력,하급전사한 명과 수백 명 음모 세력의 싸움에서 승패는 불을 보듯 뻔한 게세상이치다. 그러나 세상의 이치대로 극이 전개된다면 대중은 흥미를 잃기마련이다.
척 러셀이 슈와제네거에게 부여한 임무는 「세상의 이치를 지워버려라」는것이고,슈와제네거는 기대대로 그 임무를 멋지게 해냈다. 그탓에 관객은속으면서도 즐거운 것이다.
<박상기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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