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PC통신 채팅 이대로 좋은가

「17세 여자만 보세요 밤이 외롭습니다」 「여자 구함」 「나하고 즐기실분 찾습니다」 「비오는 날 함께 하실분은」 「삐삐팅 하실분 모이세요」「끝내주는 남자입니다」.

화장실의 낙서를 연상시키는 이런 문구는 컴퓨터 통신의 대화방에 올라 와있는 제목들이다. 외국에서는 비디오폰을 이용한 인터넷 폰 섹스가 사회문제화 되고 있지만 아직도 사용 환경이 「열악」한 국내 네티즌들은 채팅실에서「성적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있다.

일부에서는 호기심 차원을 넘어 아예 노골적인 「성적 유인」에 나서는 사람들도 있다. 「섹스 파트너를 구한다」는 표현까지 등장한다. 어지간한 동우회 모임은 대부분 자체 대화방을 갖추고 있지만 심지어 이 곳에도 섹스와관련된 제목들이 올라올 때도 있다.

가끔 용감한(?)한 네티즌이 섹스와 관련된 저속한 제목이나 내용을 중지하자고 호소하는 글을 올리지만 별 호응 없이 「단발성」으로 끝나버리고 만다.

문제는 이같은 제목과 글들이 날이 갈수록 증가한다는 것이다.실제로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불건전정보신고센터」를 운용하면서 규제한 실적에 따르면지난해 총 2백18개였던 ID정지가 올해에는 지난 5월까지 집계인데도 불구하고 3백6건으로 지난해 전체 건수를 상회하고 있다. ID경고 역시 지난해 총 3백72건에서 올해에는 5월 현재 5백19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 수치는 국가의 존엄성을 해치는 내용, 폭력, 인권 피해등 다양한부문이 포함된 것이기도 하지만 음란정보의 유포나 음란물 판매등 섹스와 관련된 것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천리안을 비롯, 대부분의 PC통신업체들도 자체적인 윤리 규정에 의거,불건전정보 신고센터를 갖추고 있지만 네티즌들이 올리는 글을 일일이 심의할 수도 없고 매일매일 시간단위로 바뀌는 내용을 모조리 파악하기란 거의불가능하다.

통신 이용자들은 소위 「야한 글」에 대해 하루에도 수백 수천건의 채팅이이루어지는 판에 다른 사용자들의 관심을 조금이라도 유도하기 위해서는 더욱 자극적인 제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제목이 노골적이고 자극적일 수록조회수가 많다는 것은 실제로 통신에 들어가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얼마전 국내 모업체가 인터넷 검색어 빈도를 조사한 결과 「섹스」라는 단어가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은 이같은 네티즌들의 입장을 뒷받침해준다.

일부에서는 이런 현상은 세계 공통의 현상이고 사회 문제로 표면화되지 않을 정도의 내용은 수용해야 한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그러나 최근 PC통신의 채팅실에서 「은밀한 대화」를 즐기던 남녀 네티즌이 실제로 만났고 그 결과 여자가 성폭행 당해 일간지 사회면을 장식한 사례에서 보듯 통신에서 그치지 않고 현실화 한다면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컴퓨터 통신 이용자들이 대부분 감수성이 예민한 젊은층이고 이들이 자칫 「사이버 스페이스」와 현실을 혼동한다면 문제가 커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컴퓨터 통신 채팅은 개인신상 정보가 법으로 보호되는 철저한 익명성 때문에 사용자들이 의외로 과감한 내용을 올린다는 분석도 있다.서로의 얼굴을보지 않고 통신으로 이루어지는 대화이기 때문에 좀 더 용감해 진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통신 대화방은 특성상 규제 일변도로 접근하기는 불가능하고또 그래서도 안된다고 지적하고 다만 이용자들이 위험수위를 넘지 않는 범위내에서 채팅을 즐길 수 있도록 꾸준히 계도하고 양식에 호소하는 수 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이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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