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반도체 경쟁력을 살리자 (4);관세문제-소자 <上>

『반도체 생산의 90%를 거의 무관세로 수출하면서 수입시 8%의 무거운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도 분명 어긋날 뿐 아니라 이로 인해 얻는것보다는 잃는 것이 더 많은 게 사실입니다.』

반도체 관련 현행 관세제도에 대한 국내 반도체업계의 시각은 극히 부정적이다. 한마디로 관세부과로 얻을 수 있는 세수증대나 자국산업 보호의 실효성은 거의 없고 오히려 외국의 반감만 초래해 우리 반도체 수출의 저해요소로 작용한다는 얘기다.

지난해 국내 반도체시장은 44억달러에 달했고 이중 수입비중은 무려 69%나됐다. 올해도 이같은 추세는 지속돼 총 53억달러 가운데 36억달러어치를 수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수입비중이 높은 것은 물론 비메모리 생산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수입반도체의 대부분은 비메모리제품으로 가전용 반도체 중심의 일본산 비중이 32%, PC 및 통신용 마이크로프로세서와 ASIC 중심의 미국산이 29%, 통신용 및 가전용 아날로그 중심의 EU제품이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협회 김치락 부회장)

이에 따라 지난해 국내 세트업체들의 관세부담액은 2억4천3백만달러에 달했으며 올해에는 약 2억8천8백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수입된 반도체들은 대부분 PC나 가전제품, 각종 통신기기에 장착돼 다시 수출된다. 따라서 이중 60% 이상은 다시 환급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행 관세제도의 문제점은 크게 두가지다. 먼저 8%의 관세부담이 결국 세트업체들의 가격경쟁력 저하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수입반도체의 대부분이 국내생산이 불가능한 것으로 관세부과 명분이 약하다. 또 관세를 환급받기 위해 소요되는 인원과 시간낭비도 만만치 않아 중소업체의 경우 아예수혜를 포기하는 사례도 적지않다.』(중소PC업계 관계자)

일례로 PC핵심부품 가운데 가장 고가인 CPU의 경우 국내생산이 전무한 데도 불구하고 8%의 관세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PC업계의 가격경쟁력을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밀수를 조장하는 주 요인이 되고 있다. 또 하나는 통상마찰의 소지다. 사실 업계가 가장 우려하고 있는 부분은 바로 이 대목이다. 현재 미국과 일본이 무관세이고 EU도 제품에 따라 0∼7%의 탄력성을 보이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만 유독 일률적으로 8%의 무거운 관세를 적용하고있어 통상문제로 도출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업계의 통상전문가들은 외국업체들의 한국산 D램 반덤핑 제소시 기저에 깔려있는 정서가 바로 우리의 관세제도에 대한 반감이었다고 지적한다.

무세화 및 관세인하시 우려되는 재정수입 감소도 장기적으로는 수요업체인세트업체의 대외경쟁력을 제고시켜 생산확대에 따른 법인세 및 노동소득세증대로 상쇄되고도 남는다는 지적이다. 특히 3% 안팎의 단계별 저관세화는밀수 등 음성적인 탈세를 제도권안으로 끌어들여 오히려 세수증대 요인으로작용할 가능성도 크다.

따라서 우선 내년에 현행 8%의 관세를 4% 정도로 낮추고 국내 반도체업계가 개발의사가 없는

체 CPU 등에 대해서는 조기 무세화가 바람직하다는 게 대다수 업계의 입장이다. 『어차피 UR협정에 의해 99년까지 단계별로 무관세로 가야하는 마당이다. 「가장 수출을 많이 하면서 수입은 제도적으로 막는다」는 해외업체들의불만을 잠재우는 보다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반도체업계 관계자)

얻는 것과 잃는 것을 냉정히 따져봐야할 시점이다.

〈김경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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