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우리 영화계의 두드러진 특징은 신인감독들의 흥행주도, 소재의다양성과 실험성, 충무로 중소제작사들의 몰락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외화의 경우 예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히트작이 적은 가운데 직배사들간의부침도 심해 UIP와 콜럼비아사가 강세를 보인 반면 폭스·월트디즈니·워너브라더스 등의 흥행성적은 부진했다.
신인감독의 발굴은 상반기 우리 영화의 가장 눈부신 성과라고 볼 수 있는데 관객동원 66만명으로 1위를 기록한 「은행나무 침대」의 강제규 감독을필두로 홍상수(돼지가 우물에 빠진날)·박재호(내일로 흐르는 강)·양윤호(유리)·정병각(코르셋) 등이 차세대 감독으로 손꼽히고 있다. 신인감독 진출러시는 하반기에도 김태균(박봉곤 가출사건)·오일환(너희가 재즈를 믿느냐)·임종재(그들만의 세상)·임순례(세친구) 등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소재의 다양성과 실험성의 성격을 갖는 작품으로 주인공 4명이 겪은 하루를 그리고 있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과 동성애라는 금기소재를 자연스럽게 소화해낸 「내일로 흐르는 강」, 불교를 소재로 심의과정에서 논란을일으킨 「유리」 등이 있다.
사회성 짙은 영화의 흥행성공도 상반기 영화계의 특징. 광주항쟁을 다룬장선우 감독의 「꽃잎」과 노동현장을 스크린에 옮긴 박광수 감독의 「아름다운청년 전태일」 등이 가벼운 오락물들을 제치고 관객의 호응을 얻었다.
이와 반대로 애니메이션 부문의 성과는 실망스러웠는 데 「아마게돈」은엄청난 제작비와 매스컴 공세에도 불구하고 난해한 스토리와 연출력 부재 등으로 흥행에 실패했다.
지난해 영상사업단을 출범시키고 영화사업에 뛰어든 대기업들은 적자를 기록하는 등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으나 강우석 프로덕션·순 필름·시네2000·미라신 코리아·신씨네 등 충무로 출신의 전문 영화제작업체들이 오히려흥행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스카라와 전용계약을 체결한 LG미디어, 캐릭터 사업에 본격 착수한코오롱, 만화영화에 도전하는 쌍용 등 대기업의 충무로 공략은 계속되고 있다.
직배사 중에서는 콜럼비아가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쥬만지」로 흥행에성공했다. 가장 많은 히트작은 내놓은 직배사는 UIP로 흥행 5위를 기록한 「12몽키즈」를 비롯 개봉 2주만에 30만명의 경이적인 관객을 동원한 후 현재까지 매진사례가 계속되고 있는 「미션 임파서블」, 샤론 스톤의 「카지노」, 전형적인 할리우드 액션 「서든 데쓰」 등 20위권 내에 5작품을 진입시켰다.
폭스는 「브로큰 에로우」가 28만명으로 7위, 워너는 「파이널 디시전」(13만명)이 19위에 머물렀을 뿐 흥행이 부진했으며, 지난해 겨울 「토이스토리」 이후 월트디즈니는 올 상반기동안 인기를 끌만한 히트작을 내놓지 못했다.
이선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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