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디지털 위성방송시대...세트톱박스는 황금알

미국,유럽을 비롯해 전세계적으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DTH(Direct to Home)서비스는 전자산업에 또하나의 황금어장을 만들어내고 있다.디지털 위성방송시청을 위한 전용 세트톱박스가 바로 그것이다.특히 디지털 위성방송이선사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뛰어난 화질 및 음질은 세트톱박스 수요의 급신장으로 연결될 전망이다.

이러한 점에서 디지털 위성방송용 세트톱박스 산업은 사양기를 맞고있는가전산업과 달리 향후 2000년까지 초고속성장을 거듭할 것이 확실시된다.

더욱이 위성방송의 디지털화에 이어 지상파의 디지털화, 케이블TV의 디지털화가 급속히 추진되는데다 개인통신영역에서 추진하고있는 주문형 비디오(VOD) 및 전광판방송이 급속히 발전하고있어 세트톱박스 시장은 새로운 유망산업으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현재도 뜨거운 양상을 나타내고있지만 세트톱박스 시장 쟁탈을 위한세계주요가전업체들의 치열한 경쟁은 날로 가열될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시장의 경우 톰슨멀티미디어사의 자회사인 톰슨가전이 디렉TV사의 전용 세트톱박스를 설계,지난 94년 독점생산권을 쥐고 1백만대를 공급,가장 발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디렉TV의 성공에 따라 최근에는 제너럴 인스트루먼트, 소니일렉트로닉스,휴즈 네트워크 시스템,삼성전자,도시바,마쯔시타전자,유니덴,티콤,파이오니어 등이 세트톱박스 시장에 진출해 있고 이에 유럽계 전자업체들도 최근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전자업체들의 세트톱박스시장 공략은 한계가 있다.세트톱박스는 TV나 VCR 등 일반 가전제품처럼 시장이 완전히 개방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디렉TV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위성방송사업자가 특정업체에 세트톱박스독점생산, 판매권을 일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 모든 가전업체들이 관련시장에 진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그러나 유럽의 기술방식이 전세계 표준으로자리잡을 것이 확실시돼 관련시장도 조만간 개방될 것이 확실시된다.

<해외동향>

최근 독일의 멀티미디어 사업운영회사인 MMBG와 키르히 그룹이 디지털TV용세트톱박스(디코더)채택을 놓고 벌인 경쟁은 디지털TV 및 세트톱박스 시장의잠재력을 일깨워준다.

도이치텔레콤과 우파,CLT 등 대표적 공영,민영방송사등이 참여한 MMBG는베르텔즈만 그룹과 카날 플러스가 공동개발한 세카 디코더(일명 미디어 박스)를 표준으로 공통의 세트톱박스 보급을 추진했었다.

그러나 베르텔즈만 그룹과 경쟁관계인 키르히 그룹은 MMBG의 구성을 지연시키면서 최근 자체개발한 세트톱박스(모델명 d박스)를 채택키로 발표,베르텔즈만 그룹과 카날 플러스에 일격을 가했다.

이 문제는 독일내부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유럽전체로 비화하고있다.호환성이 없는 두기종의 디코더문제를 해결키 위해 유럽연합은 유럽내 미디어기업 대표들을 초빙, 인터페이스 장치도입에 합의하는 사태로까지 발전하고있다.

디코더를 둘러싼 물밑경쟁과 이에대한 유럽연합의 대응은 디코더가 가진잠재력과 관련시장의 규모를 예측하기에 충분하다. 지난해 시장조사기관인데이터 퀘스트사는 세트톱박스시장이 오는 2천년경에는 약50억달러에 달할것으로 추산했다.이 수치는 위성방송용 세트톱박스에 VOD용 세트톱박스 수요를합한 것.

이 조사에 따르면 올해 위성방송용 세트톱박스시장은 5백66만대, 23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그러나 오는 2000년에는 올해의 2배수준인 1천1백40만대,29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데이터퀘스트는 내다보고 있다. 또 위성방송용 못지않게 VOD용 세트톱박스시장도 큰 폭의 성장세를 나타낼 전망이다. 올해 26만대에 불과한 VOD용 세트톱박스 수요는 오는 2000년에는 8백만대, 21억달러로 신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역별로는 미국시장이 가장 활발하다. 미국내 위성방송사업자는 디렉TV,프라임스타,알파스타,에코스타,USSB에 이어 최근 오는 97년 방송계획을 발표한 MCI/뉴스社까지 가세, 6개 위성방송사업자가 활약할 것이기 때문이다.

디렉TV와 독점생산공급계약을 체결했던 톰슨가전의 경우 10달만에 1백만대를 공급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디렉TV시장은 지난해부터 제한적인 형태의 개방이 이뤄져 소니가 2차공급업자로 활동에 나섰으며 올해부터는 삼성전자와대우전자,도시바미현지법인,산요,마쯔시타,유니덴,휴즈네트워크시스템등이새로이 이에 가세하고 있다.

디렉TV 외의 위성방송사업자들도 시장을 개방할 움직임을 보이고있어 당분간 미국시장은 세트톱박스시장을 잡기 위한 전자업체들의 경쟁장 역할을 할것으로 예측된다.

시장조사기관인 인스타트社는 미국내 세트톱박스 수요를 올해부터 2000년까지 1천7백만대 안팎의 수요를 나타낼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미국시장이 조만간 한계성장에 다다를 것이란 평가를 받는다면 유럽 및 중남미시장과 동아시아시장은 앞으로 주목받는 시장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카날 플러스에 이어 B스카이B 등 미디어기업들이 디지털 위성방송 사업을구체화함에 따라 유럽시장은 오는 99년까지 2천3백만대 가량의 수요가 발생할 전망이며 2000년부터는 수요감소현상을 나타낼 것으로 예측된다. 머독과GLA가 디지털 위성방송서비스를 구체화하고 있는 중남미시장역시 양사가 각각 1천만 가입자를 목표로 하고있어 주목받고 있고 아시아시장역시 최근 일본과 한국이 위성방송 서비스에 나서는 데 이어 중국 등이 위성방송계획을구체화하고 있어 오는 98년이후는 본격적인 시장을 형성할 전망이다.

<국내동향>

디지털 위성방송서비스시장의 급성장은 디지털 세트톱박스에 대한 국내전자업체들의 전향적인 태도변화를 끌어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 시장에 대한진출 움직임이 물밑에서 이뤄졌으나 올들어 각 업체들이 세트톱박스시장에대한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국내전자업체들은 디지털 위성방송 세트톱박스 생산판매를 사업확대차원이 아닌 디지털 가전시대를 위한 시장선점차원으로 인식하고 있어 이를둘러싼 업체간 경쟁은 전투양상을 방불케 할 전망이다.

국내에서의 위성방송 수신기 개발체제 구축은 무궁화 위성발사와 밀접한관련을 맺고 있다.지난 94년 한국전자통신연구소(ETRI)와 9개 개발업체들이 이의 개발을 위한 공동컨소시움을 구축하면서 시작된 세트톱박스시장은6개업체로 1차정리됐다.

개발컨소시움에서 나우정밀,팬택,미래통신 등이 낙오되고 삼성전자,현대전자,LG전자.대우전자,아남전자 등 5개가전업체와 위성방송 수신기 전문생산업체인 대륭정밀이 신제품개발에 성공했다.

이에 삼성전자와 공동으로 세트톱박스 개발에 성공하고 양산체제 구축에나선 삼성전기가 독자적인 행보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태광산업,지원산업등 중견전문업체가 세트톱박스시장 진출을 위해 움직임을 계속하고 있으며해태그룹으로 편입된 나우정밀도 새로이 조직정비에 나서 내년 중 시제품을출하한다는 계획이다.

두드러진 점은 아날로그 수신기시장이 대륭정밀을 제외하고 전문업체들에의해 주도됐다면 디지털 세트톱박스 시장은 기술력을 갖춘 대기업들에 의해주도되고있다는 사실이다.

이같은 점은 자본 및 기술력이 취약한 중소 전문업체들로서는 신기술인 디지털에 대한 조기 기술확보가 어렵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향후 정부차원의지원이 절실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세트톱박스 시장수요는 디지털 위성방송 정책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음에 따라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이다. 당초 수신기업체들은 위성방송원년인 올해 약 10만대, 97년은 50만대에서 98년부터는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정부의 위성방송 사업자 선정이 불투명해짐에따라 사업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그러나 불투명한 국내시장수요에도 불구하고 세트톱박스시장은 여전히 가능성 있는 산업이다.

올해 들어 본격화되고 있는 국내 업체들의 해외시장공략이 바로 그것이다.

맨 먼저 가능성을 보여준 것은 삼성전기이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10월 美위성방송 사업자인 알파스타를 운영하고있는 캐나다의 티콤社의 1차벤더로 선정, 독점공급권을 확보, 국내업체들도 해외 유수업체들과 경쟁할 수 있음을입증했다.

삼성전기의 성공에 이어 지난해말에는 삼성전자와 대우전자가 미국내 최대의 디지털 위성방송서비스업체인 디렉TV와 세트톱박스 기술이전 및 공급계약을 맺고 본격적인 시장공략에 나섰다. 이들은 하반기부터 제품선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최근 현대전자는 미국 디지털기술 전문업체인 TV/COM사 인수를 통해 본격적인 시장공략을 추진중이다. 현대전자는 지난 6월초 알파스타와 향후 3년동안 1백만대 공급계약을 체결했으며 최근에는 유럽의 위성방송서비스 업체와 1백만대 공급계약을 체결, 유럽시장에의 진출에도 성공, 주목을 끌었다.

대우전자의 변신도 주목의 대상이다. 최근 대우전자는 프랑스의 톰슨 멀티미디어 인수를 적극 추진하고 있어 이의 인수에 성공할 경우 대우전자는 세계최대의 디지털 세트톱박스업체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업체의 관계자들은 『국내 반도체 회사들이 최근 디지털 세트톱박스의 핵심부품인 MPEG 디코더칩 개발에 성공한데다 삼성전기가 디지털 튜너의개발에 성공, 내년 이후 국내업체들은 향상된 원가경쟁력과 함께 비약적인성장을 거듭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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