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는 저홀로 완벽한 것이 아니다.그 안에 꿈과 생명이 담겨 있을 때섹스는 과일처럼 무르익는다』.
인도 성전(性典)의 가르침이 멀리 스페인의 영화 <달과 꼭지>에 쟈스민향처럼 녹아 있다.섹스에 대한 기발한 상상력을 영상으로 풀어내는 데에 장기를 가진 비기스 루나의 이 영화를 보면, 섹스가 지니고 있는 원초적 건강성에 의해 인간들의 삶이 지탱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감독은 아리따운 20대의 발레리나 에스트렐리타(마틸다 메이 분) 주위에세 남자를 배치한다.섹스를 남자가 여자에게 우유를 채워주는 것이라여기는아홉살의 맹랑한 꼬마 떼떼, 에스트렐리타에 푹 빠져서 하염없이 노래를 불러 사랑을 호소하는 23살의 청년 미겔(미겔 포베이 분) 그리고방귀 뀌는 천부적 실력을 밑천으로 기상천외한 공연을 하는 47세의 남편모리스(제랄드 드몽 분)가 그들이다.
이들은 에스트렐리타의 젖꼭이로 대변되는 여성성을 얻기 위하여 저마다다른 접근법을 보인다. 꼬마 떼떼는 애완동물 개구리를 선물하고, 청년 미겔은 끝없는 노래를, 중년의 모리스는 회한의 눈물을 바친다. 그렇지만남자 셋은 하나같이 여성성의 결핍증에 걸려 있는 공통점이 있다.
이제 막 동생이 태어나 엄마의 젖을 빼앗긴 떼떼는 달을 향해 「나도 나만의 젖이 필요하다」고 소원을 빈다. 떼떼는 자기 마을에 공연차 나타난 에스트렐리타를 바로 달님이 보내준 자기만의 「꼭지」로 받아들인다.미겔은 그녀의 손만 만져도 전기가 흐르는 생명력 넘치는 청년으로 유부녀 에스트렐리타에 모든 걸 건다. 유랑극단의 단장인 모리스는 젊은 아내를 성적으로 만족시키지 못하는 초로의 무능력 때문에 자괴감에 빠진다.
결국 이 세 남자는 에스트렐리타라는 여성성의 둘레에서 생성, 교합, 소멸을 상징하는 생명의 실체들임을 깨우칠 수 있다. 즉 대지(에스트렐리타)에봄(떼떼)이 오고 여름(미겔)이 뒤덮은 뒤 가을(모리스)이 찾아오는 생명의순환법칙에 기대어 있음이다. 봄은 환상으로, 여름은 열정으로, 가을은 안식으로 대지를 수 놓는다.
일처이부제가 연상되는 결말을 놓고 부도덕하다고 볼 것이 아니다.에스트렐리타라는 대지가 소년에게 환상을,청년에게 열정을 그리고 중년에세 안식을넉넉하게 채워주는 설화적인 해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박상기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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