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의 민영화에 관한 논의가 다시 수면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17일 김영삼 대통령이 공기업 경영혁신 방안 마련을 지시한 이후 한국통신 관계자들의 발걸음이 유난히 분주해지고 있는 데다 정부의 움직임도예사롭지 않다.
87년에 민영화 계획이 처음 발표된 이후 근 10년 가까이 끌고 있는 한국통신의 민영화 계획이 이번에는 가시적인 결과를 내놓을 것인가.
최근 다시 부상하고 있는 한국통신 민영화를 둘러싼 논의들과 앞으로의 전망을 시리즈로 엮는다.
<편집자 주>
최근 한국통신의 민영화 방안을 협의하기 위해 정보통신부를 다녀 온 한국통신 한 관계자는 『이번에는 무언가 분위기가 다르다』라며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민영화 일정이 가속화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한국통신 민영화 일정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에 수없이 참석해 봤지만 이번처럼 정부가 의욕을 가진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재정경제원도 한국통신이 처한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며 정부의 분위기를 전했다.
공기업 민영화를 위해 정부보유지분을 민간에 매각하는 원론적인 방법 외에도 다양한 민영화 방안이 거론되는 것도 이같은 분위기에 편승한 것이다.
정부는 한국통신 주식의 매각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라도 한국통신이 정부투자기관으로서 받고 있는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관련 법규를 개정할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관련 법규란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을 비롯해 한국전기통신공사법, 정부투자기관회계규정, 감사원법 등을 지칭하는 것으로 예산, 인사, 설비투자,물자조달 등 경영의 주요사항을 한국통신이 자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민간기업과 경쟁상태에 있는 공기업은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의 적용을 받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게 되면 경영목표 설정, 경영평가, 예산편성, 임원임명, 감사, 출자, 이사회운영 등에 대해 정부의 규제에서 벗어나게 된다.
한국통신의 경우 국제전화, 시외전화 등 기본통신서비스와 각종 부가통신서비스에서 데이콤 등 민간기업과 경쟁하고 있는 데다 최근 정부가 새로 허가한 각종 무선통신서비스와 회선임대사업 등에서 전면 경쟁을 벌여야 할 처지여서 이같은 방안에 대한 공감대가 정부 내에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통신은 그동안 조기 민영화를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한국통신의 경쟁력과 관련한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모든 원인을 민영화 일정이 늦어지고 있는 탓으로 돌리곤 했다.
이에 따라 정부보유주식 49%를 민간에 매각하기로 한 당초 계획을 빨리 실현하는 것은 물론 51%이상을 매각하는 실질적인 민영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을기회있을 때마다 제기해 왔었다.
한국통신의 주장은 통신시장의 전면경쟁 체제 아래서 정부의 규제를 받 는것은 한 쪽 발을 묶고 달리기 경주에 임하는 것과 다름 없다는 것이다.
한국통신에 대한 정부보유지분을 49%이하로 낮춘다면 앞서 언급한 복잡한법 개정 작업이 없이도 한국통신은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의 적용을 받지않게 된다.
그러나 87년 7월에 발표된 지분매각계획조차 아직 실현되지 않고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정부가 의욕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지분매각에 의한 민영화는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현재 재정경제원의 공식입장은 한국통신 주식의 49%를 국민주 방식으로 매각한다는 87년 당시 계획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고 있지 않다.
이 계획에 따라 94년 11월까지 3차에 걸쳐 20%가 매각됐다. 그러나 95년도에 계획됐던 14%는 증시사정으로 연기된 상태다.
이에 반해 정보통신부는 한국통신에 대한 정부지분을 34%선으로 축소하는계획을 가지고 있다. 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매각된 20%외에 96년 14%, 97년 16%, 98년 16%를 차례로 매각해 모두 66%를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또 지난해 서울대가 용역 수행한 한국통신에 대한 경영진단에서는 완전 민영화를 권고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통신을 둘러싼 주변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재정경제원은 한국통신 주식의 해외매각을 허용하는 한편 정부지분을 49%이하로 내리는 방안에대해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한국통신 민영화 논의는 한층 무르익어 가고 있다.
<최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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