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 ASIC..디자인하우스, 칩 공급업체로 발돋움

국내 디자인하우스들은 올해를 칩 공급업체로 도약할 수 있는 호기로 보고있다.

서두로직·C&S테크놀로지·사이몬·아남반도체기술·에이직프라자 등 그동안주문형 반도체(ASIC) 용역 설계를 하면서 기술을 축적해온 국내 반도체 디자인하우스들은 올들어 자체 브랜드 제품을 추진하면서 국내 반도체 3社 뿐만 아니라 세계 전문업체와의 본격적인 경쟁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디자인하우스는 87년 설립된 아남반도체기술 이후 서두로직·C&S테크놀로지·사이몬·에이직프라자 등 현재 5개에 이른다.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웨이퍼 일관가공(FAB) 시설이 없는 반도체 회사, 즉 칩을 외주생산해 자사 브랜드로 판매하는 반도체 업체다.

디자인하우스의 본격적인 태동은 90년대 들어 시스템 산업의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반도체 라이프사이클 단축과 이에 따른 ASIC 수요의 증가에따라 한국전자통신연구소와 삼성전자 등 대기업에서 실무경험을 쌓은 개발자들이 본격적인 설립에 나서면서부터.

이들의 유형은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먼저 외부 업체와 특별한 관계를 맺지 않고 그때 그때 필요한 제품에 대한 용역 설계를 하는 형태다. 대부분의 디자인 하우스가 이같은 용역 설계를 통해 기본 수입을 충당하고 있다. 또 특정 반도체 업체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그 업체의 전문 디자인센터역할을 하면서 위탁설계를 하는 업체가 있다. 삼성의 협력 ASIC 하우스인 C&S테크놀로지·에이직프라자가 대표적이다. 더 나아가 독자적으로 기획한 각종 ASIC칩을 개발, 자가브랜드로 제품화를 시도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아남반도체기술·사이몬·C&S테크놀로지·서두로직 등이 다시 이 범주에 포함된다.

최근들어 멀티미디어와 통신 분야의 ASIC 주문이 폭주하자 이들 디자인하우스는 대기업이 손 댈 수 없는 틈새시장을 겨냥해 마케팅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정분야에서 시스템기술까지 지원해 시스템업체로부터 특정 ASIC 수요를 끌어내는 것이다.

중소 디자인하우스가 업계에서 자리잡는데는 보통 2년 정도의 기간이 소요된다. 고객으로부터 일단 인정받기까지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이다. 고객의신뢰와 ASIC 설계능력을 축적해 안정된 기반을 마련한 디자인하우스들은 시스템업체의 설계용역 뿐만 아니라 부가가치가 높은 게임기·그래픽·통신용32비트 MPU와 MCU 등의 개발 및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올들어 일부 업체는PCS·CDMA 등 차세대 이동통신 사업과 멀티미디어 기기에 장착되는 그래픽화상처리 등 고기술력·고부가가치 칩 설계로 방향을 선회해 각 업체별로 수개씩의 제품을 개발한 상태다.

차세대 이동통신과 멀티미디어용 칩의 경우 올해 대규모 수요를 기대할 수있는 제품도 상당수에 이른다. 이는 국내 디자인하우스들이 다양한 제품군생산보다는 영상처리·통신 등 특화된 전문분야에 주력했기 때문에 거둔 결실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ASIC의 제품 사이클은 갈수록 짧아지고 있어 일부 제품을 열심히개발하면 이미 시장이 사양길로 접어드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 분야에서성공을 거두는 것은 마치 움직이는 표적을 맞추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에 전체 시스템 산업의 일정을 내다보고 한 템포 빠르게 제품을 개발해야 하는 부담도 만만치 않다. 막상 칩을 개발해도 양산까지는 어려움이 있고, 특히 1억원 정도의 샘플제작비용도 중소기업에게는 큰부담이어서 양산 결정을 내리는데는 제품의 기술적 우위와 세계시장 흐름을 분석하는 마케팅 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단 개발된 칩들은 반도체 3社와 같은 대형업체의 라인을 임대해 생산하게되며, 공정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칩 샘플링(시험용 칩 20개 미만) 단가는평균 1억원에 이른다. 현재까지 디자인하우스 4개사가 반도체 3사에 맡긴 샘플링 칩은 30여건을 넘어선다. 이 가운데 몇몇 제품이 시장확보에 성공해 양산에 들어갈 경우 그 금액은 샘플링 단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져 반도체 3사로서도 안정적인 고객확보를 꾀할 수 있게 된다. 현재까지 이들 디자인하우스와 반도체 3사는 서로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 서로가 고객이고 사용자인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과거 반도체 설계 수임료는 투입된 인력과 시간만을 기준으로 단순하게 책정됐지만 요즘들어 시스템 업체들로부터 경쟁력제고를 위한 특별규격 제품주문이 늘어남에 따라 설계 1건에 10억원까지 받는 경우도 있다. 이밖에 정부 및 유관기관의 의뢰나 공업기반과제 등 국책프로젝트가 상당수 늘어난 것도 고무적이다. 시장이 확대될 조짐이 보이자 최근에는 새로 1~2개의 디자인하우스가 설립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내 디자인하우스들의 최종 경쟁상대는 퀄컴·C큐브·사이릭스·조란 등내로라하는 비메모리 전문업체들이다. 하지만 아직 미비한 마케팅과 기술력·인지도 면에서 이들 업체와의 경쟁은 불리할 수 밖에 없다. 이밖에 원천기술확보·마케팅 능력 강화·생산단가 낮추기 등 이들이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이들이 스스로에게 요구되는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부·대기업·중소 반도체업체간의 긴밀한 협조가 시급하다고 관련업계는 말한다. 전문 디자인 하우스가 개발한 칩이 양산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사장되는 것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방지하기 위해 양산하기까지 드는 비용의 지원이나 마케팅 노하우 전수 등 구체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체 소개>

-아남반도체기술

아남반도체기술(대표 김무)은 87년 미국의 VLSI테크놀로지社와 기술 제휴해 전문 디자인하우스로 출발했다. 93년부터 화상처리 CPU가 내장된 스페이스칩과 표준제품으로 개발된 「고호」시리즈 등 10여개 제품을 개발, 국내 PC업체에 공급해왔다.

아남반도체기술은 이제 디자인하우스 이미지를 탈피해 본격적인 칩 공급업체로 전환하는 것을 과제로 삼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 공업기반과제인 GSM·ISDN· MPEG·비디오신호처리기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30명의 설계디자이너에 삼성·LG반도체 외에 중소기업의 의뢰가 한해 30~40건 정도이고 美모토롤러·AT&T 등 해외업체들의 의뢰도 적지않은 편이다. 올들어 추진중인호주 디자인센터 설립건도 연말까지 매듭지을 예정이다. 특히 아남산업이 TRS전국사업자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무선네트워크용 핵심 칩의 개발에 박차를가하고 있다.

서두로직

90년 한국전자통신연구소(ETRI) 출신 개발인력들이 독립해 설립한 서두로직(대표 유영욱)은 ASIC개발부와 FPGA개발센터의 설계인력 17명이 개발을 맡고 있다. 올해 용역설계 매출만 25억원 정도를 예상한다. 시스템과 로직 관련 디자인을 주로 해온 서두로직은 올해를 기점으로 사업을 다각화해 자사브랜드 마케팅을 강화하고 ASIC 공정서비스도 함께 할 예정이다.

서두로직은 주력품목인 마이컴·위성방송 수신용 디코더·MPEG 인코더 등새로운 버전을 개발, 연말부터 양산도 기대하고 있다. 특정 대기업과디자인하우스 협력관계를 맺고 있지 않은 서두 로직은 안정된 사업기반을 위해 LG반도체나 현대전자와 디자인하우스 협력 관계 구축도 추진중이다.

C&S테크놀로지

93년 삼성반도체 연구원 출신들을 중심으로 설립된 C&S테크놀로지(대표 서승모)는 설립 3년째인 올해를 계기로 전문반도체업체로 부상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C&S테크놀로지를 협력 디자인하우스로 지정함으로써삼성의 4개 대리점으로부터 들어오는 주문량으로 안정된 설계물량을 확보하게 됐다.

C&S테크놀로지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멀티미디어·통신용 반도체 전문업체. 현재 PCS칩·32비트 RISC MPU·싱글페이저 칩 등의 샘플 제작을 완료, 하반기부터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CDMA·PCS 모뎀 등을 개발하는 디지털통신·DSP 등을 개발하는 신호처리·마이크로프로세서·통신단말기 등 4개 분야에서 27명의 연구원이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사이몬

사이몬(대표 박학송)은 93년 설립 당시부터 전략적으로 자기 브랜드 칩개발에 주력해온 업체. 특히 그래픽 카드에 장착되는 화상처리칩 개발에 힘을기울이고 있다.

프레임버퍼 기능이 내장돼 화상처리 속도를 개선시키면서 화소를 소프트웨어적으로 디코딩해 NTSC 화면에 띄우는 칩을 개발해 특허출원과 제품화를 올해 말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이밖에 100베이스T 이더넷과 레이드용 칩도 개발하고 있다.

그동안 R&D에 주력해왔던 사이몬은 올해부터 시스템업체들의 용역설계사업도 시작할 예정이다. 그동안 군사용 통신기술로 분류돼 개발이 제한됐던SST(Spread Spectrum)IC와 486칩세트·32비트 마이컴 등을 삼성전자와 통신업체로부터 의뢰받아 개발하기도 했다.

에이직프라자

에이직프라자(대표 정태섭)는 지난해 설립된 업체로 현재 6명의 엔지니어를 두고 있다. 대부분 삼성전자 출신의 디자이너들은 7~10년의 경력을 보유하고 있어 맨파워를 자랑하고 있는 업체다. C&S테크놀로지와 더불어 삼성전자의 디자인하우스로 지정되면서 4개의 대리점 물량을 소화하는데 주력중이다.

올해 들어 건인의 용역을 받아 설계한 셋톱박스용 컨트롤러 등의 제품이양산에 들어가면서 하반기부터 월 5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최근급변하는 ASIC개발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연말까지 세미 풀-커스텀 방식의 개발환경을 구축할 계획이다.

<정영태 기자>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