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부품업계 우리는 맞수 (3);대덕전자-코리아써키트

대덕전자와 코리아써키트는 각각 74년과 72년에 설립된 국내 PCB업계의 양대 산맥이다. 대덕전자는 단면PCB를 제외한 컴퓨터·통신기기 등 산업용 양면 및 다층PCB를 생산하고 있으며 코리아써키트는 단면부터 다층에 이르는전부문을 생산하는 등 생산품목에서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다.

두 회사의 경쟁구도는 대덕의 아성에 코리아써키트가 맹추격하는 양상. 지난해 양사의 매출액을 보면 대덕전자가 9백13억원, 코리아써키트가 8백98억원으로 매우 근접해 있다. 이는 지난 92년 코리아써키트의 매출이 2백85억원으로 5백60억원을 기록한 대덕전자의 절반수준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할 때불과 3년만에 엄청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지난 3년간의 매출액 증가율을보면 대덕전자가 14.8%, 18.8%, 19.6% 등 비교적 안정성장을 지속한 반면 코리아써키트는 38%, 28.3%, 77.5% 등 상대적으로 괄목할만한 고성장을 달성했다. 특히 올 상반기에는 양사가 모두 5백3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연내에 외형순위가 바뀔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코리아써키트의 매출액이 모두 PCB제조로 달성된 것은 아니다.대덕전자의 매출액이 모두 제품판매로 달성한 것인데 반해 코리아써키트는 실질적인 PCB제조를 말하는 제품매출과 원자재를 협력사에 판매해 얻는 상품매출·임대수입 등이 혼재해 있는 복잡한 형태를 갖고 있으며 실질적인 PCB제조로 이룬 매출은 절반수준에 불과, 상당한 허수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제품경쟁력에서는 매출원가율이 대덕전자가 93년 이후 83.9%, 81.8%, 86.7%로 비교적 무난한 수준인데 비해 코리아써키트는 87.4%, 88.3%, 90.7%로 4%포인트 가량 높아 일단 대덕전자가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코리아써키트의 매출원가율은 단순 유통사업이라 원가율이 높은 상품매출원가를 합산한 것이어서 실질적인 PCB 제품경쟁력으로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하지만 이 회사의 제품 매출원가율만을 분리해서 봐도 역시 대덕전자보다는 높아 가격경쟁력에서는 일단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반면 판매비 및 일반관리비는 대덕전자가 매출액의 9%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코리아써키트는 불과 4.4%로 관리측면에서는 코리아써키트가 우수한 것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이들 두가지를 합한 양사의 PCB사업 경쟁력은 비슷한 수준이라는결론이 가능하다.

자산의 운용능력에 있어서는 코리아써키트가 대덕전자보다 우수한 것으로나타난다. 대덕전자의 자산은 1천36억원인데 비해 코리아써키트의 자산은 5백37억원으로 매출액이 비슷하면서도 자산규모에 있어서는 두배 정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재고자산은 코리아써키트가 64억원 정도에 불과한데비해 대덕전자는 1백39억원이나 되며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점이 눈에 띈다. 자산이 기본적으로 매출에 기여하는데 필요한 것이라고 하면 대덕의 자산운용은 코리아써키트보다 비효율적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수익성에 있어서는 대덕이 훨씬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이는 탄탄한재무구조에서 비롯된다. 재무안정성을 말하는 부채비율은 코리아써키트가 1백33.7%인데 비해 대덕전자는 67.6%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기업의 부채비율이 2백∼3백% 정도면 양호한 것으로 볼 때 코리아써키트의 재무구조도 매우우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1백%도 안되는 대덕전자의 부채비율은 국내상장기업중에는 손에 꼽을 정도로 우수한 것이다. 이는 대덕전자의 지난해수입이자가 55억원인데 비해 지급이자는 13억원으로 이자수입이 지급보다 많다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쓰기 때문에 지급이자가 수입이자보다 많은 점과 비교해 볼때 대덕전자의 재무구조가 얼마나 탄탄한지 금방 알 수 있다.

여러 측면에서 나타나는 양사의 상이점은 바로 기업경영 방식의 근본적인차이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양사가 지향하는 경영방식의 차이를 한마디로 말하면 대덕전자는 너무 보수적이고 코리아써키트는 너무 혁신적이라고할수 있다. 즉 대덕전자는 「내 돈으로 내가 만들어 판다」는 식의 보수적인경영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반면 코리아써키트는 소사장제 도입을 통해 20여개에 이르는 주요라인을 외주로 전환, 궁극적으로 관리중심 체제로 가겠다는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회사의 설비투자를 의미하는 기계장치 보유증가 추세를 보면 금방 드러난다. 대덕전자의 기계장치 자산규모는 93년 70억원에서 94년 1백41억원,지난해 1백78억원으로 계속 늘어난 반면 코리아써키트의 기계자산은 같은 기간동안 47억원에서 38억원, 30억원으로 계속 감소하고 있다. 외주생산 비중을 계속 늘리고 있다는 얘기다.

이때문에 지난해 코리아써키트의 외주가공비는 대덕전자(28억원)의 거의 9배에 해당하는 2백50억원에 달한 반면 노무비는 대덕전자(1백62억원)의 10분의 1 수준인 16억원에 불과했다.

대덕이 자체생산을 고집하는 것은 크게 두가지 경우를 상정해 볼 수 있다.

하나는 장비나 인력 등에서 자체 기술노하우가 많아 외주를 주는 것이 효율성이 떨어지는 경우로 생산품목이 고부가품목이거나 자체 생산노하우가 아주우수한 경우다. 또다른 경우는 과거의 경영방식만을 고집, 다른 효율적인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이 부족한 경우를 말할 수 있는데 대덕의 경우는 이 두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코리아써키트의 외주중심 정책은 일단 지표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는 듯 보이지만 상당한 약점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외주업체 관리에문제가 생길 경우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고 근본적으로 제조업체가 자체생산라인을 없앤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그리 바람직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단순히 매출액 측면에서는 비약적 성장을 거듭한 코리아써키트가 대덕을 앞지를 가능성이 높아보이나 수익성 등을 종합한 기업내용에 있어서는 대덕전자의 우위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다만 상이한 경영방식을택하는 이들 두회사가 상대방의 장점을 조금씩 배울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가능하다.

〈이창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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