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가 드디어 독립 제품임을 선언했다.
단순히 무선키보드의 등장으로 키보드가 자신을 구속하던 선(線)을 끊고본체로부터 자유로워졌다는 얘기가 아니다. 그 보다는 소비자들이 직접 선택·구매하는 하나의 독립된 상품으로 변신한다는 의미의 독립선언이다.
그동안 키보드는 컴퓨터를 구매할 때 소비자들의 의사에 관계없이 PC업체가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가장 기본적인 주변기기에 불과했다. 물론 소비자들도 컴퓨터를 구매하면서 키보드엔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소비자들의 구매패턴에 큰 변화가 일어나면서 하나의 독립된 제품으로 등장해 소비자들 앞으로 성큼 다가서고 있다.
요즘 서울 용산전자랜드 등 컴퓨터전문매장엔 메이커가 기본 사양으로 제공하는 일반 키보드를 외면한 채 보다 세련된 디자인에 다양한 부가기능을지닌 특별한 키보드를 따로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잦다.
특히 건강을 중요시 여기는 현대인답게 키보드작업을 많이 함으로써 발생하기 쉬운 어깨결림이나 손목통증 등을 미연에 예방할 수 있도록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된 고가의 키보드를 사가는 소비자들이 부쩍 늘고 있다.
이외도 어린이용 키보드나 하드록 키보드등 컴퓨터를 사용하는 연령또는업무특성에 따라 특화된 키보드를 찾는 소비자들도 자주 눈에 띄는 등 키보드의 수요패턴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한 듯 최근 키보드 업체들도 앞다퉈 제품 및 영업전략을대폭 수정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PC메이커 중심의 영업에서 탈피, 서울 용산 전자상가등소매상이나 최종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활발한 광고·판촉활동을 전개하고나선 점이다.
1∼2만원대의 저가 제품을 만들어 PC메이커에 헐값으로 대량 납품하기보다는 고급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제값을 받고 판매함으로써 키보드를 사운드카드나 CD롬드라이브처럼 하나의 개별 상품으로 끌어올리겠다는생각에서다.
이에 따라 최근 컴퓨터 주변기기 매장엔 인체공학적 설계에 패션·부가기능 등을 강조한 10만원대 안팎의 차별화된 고급제품들이 대거 쏟아져 나와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치열한 판매경쟁을 벌이고 있다.
키보드의 고급화·다기능화도 좋지만 키보드 값이 너무 비싼게 아니냐는지적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생활수준이나 전체 컴퓨터 가격을 고려해 볼 때 손과 팔목을 보호해주고 편안한 작업환경을 갖추는데 이 정도의 비용부담은 그다지 비싸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소비자들이 고급 키보드에 쏟는 관심이 점차 커지면 PC메이커들도 제품의 차별화를 위해 고급 키보드를 앞다퉈 채용할 것이며 이렇게 되면 수요증가에 따라 키보드 가격도 멀지않아 큰 폭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소비자들이 키보드를 개별상품으로 보고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 95환경에서의 작업효율을 높이고 속목·어깨 등의 피로감을 최소화시킨 인체공학적 설계의 「내추럴 키보드」를 발표하면서 부터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18개월간의 시장조사와 인체공학적 연구·유용성테스트 등을 거쳐 개발된이 제품은 처음 영문 제품이 발표됐을 땐 관심을 끄는데 그쳤으나 지난달 한글제품이 본격 출시된 직후부터는 12만원(부가세 별도)의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판매호조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티텍상사는 대만의 실리테크사가 내추럴 키보드의 인체공학적 설계를 바탕으로 고성능 터치패드를 부착해 만든 「어코드 키보드」를 지난 3월 국내에 발표하면서 내추럴키보드와의 정면 승부를 선언, 눈길을 끌었다.
소비자가격이 9만원(부가세 별도)으로 비교적 고가에 속하는 이 제품은 출시되자 마자 2만개가 불티나게 팔려 단숨에 베스트셀러의 대열에 올라서는등 내추럴키보드의 인기를 크게 앞서고 있다. 특히 키보드가 단품으로 짧은기간동안 소비자들에게 2만개씩 판매된 것은 거의 드문 일로 키보드를 하나의 독립된 상품으로 격상시키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처럼 인체공학형 키보드가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업체들도인체공학적 설계를 기본으로 다양한 기능을 탑재한 고급 키보드를 경쟁적으로 출시, 치열한 판촉경쟁을 벌이고 있다.
BTC코리아는 키보드의 패션·건강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고 최근 전자파방지와 시력보호는 물론 편안한 입력환경을 제공하는 「무선키보드」」를 비롯해 인체공학적으로 디자인된 키보드, 젊은층을 겨냥해 마우스 대신 트랙볼을 내장한 「트랙볼 키보드」, X세대의 분위기에 맞게 컬러에 변화를 준 「컬러키보드」등 소비자들이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키보드를출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세진전자도 키보드 본체의 잠금장치로 IC(집적회로)를 채택, 정보유출을방지할 수 있는 「하드록 키보드」를 비롯해 리모콘의 적외선 방식과 번파를가지고 원격제어하는 AM·FM방식의 「무선키보드」, 고객의 상품관리·물품판매들을 관리 할 수 있는 「IC카드리더 키보드」, 은행업무 전용으로쓰이는 「뱅킹키보드」등 특별한 업무성격에 맞게 개발된 7만원∼18만원대의고급 키보드를 출시, 틈새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아론전자도 착탈식 손목보호대를 설치하고 윈도환경에서 필요한 4개의 단축키를 별도로 추가한 「107키보드」를 개발·시판한데 이어 최근엔 워드프로세서를 많이 사용하는 사용자나 입력작업이 많은 프로그래머등이 손목증후군·팔목증후군등 새로운 직업병으로 고생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인체공학적으로 설계한 「휴먼키보드」를 개발, 다음달중 일반 소비자들에게 판매할 계획이다.
이처럼 인체공학형 설계를 바탕으로 패션과 다기능을 강조한 키보드가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최근 알트코리아가 7세 미만의 어린이를 겨냥한 아동용 키보드인 「키드보드」를 출시, 눈길을 모으고 있다.
사용의 편리성과 교육적 효과, 어린이의 흥미유도 등을 고려해 설계된 이제품은 키에 색과 그림을 넣어 쉽게 키를 찾고 기억할 수 있게 했으며 별도의 드라이버 없이 모든 소프트웨어를 작동할 수 있게 한 점이 돋보인다. 7가지의 게임소프트웨어가 함께 제공되는 이 제품의 가격은 9만원(부가세별도)으로 다소 비싼편이지만 국내 처음으로 출시된 어린이 전용 키보드라는 점이부각돼 인기를 얻고 있다.
한편 키보드가 일찍부터 하나의 독립된 상품으로 자리매김한 미국등 선진국에선 스피커·스캐너·터치패드·트랙볼 등 부가기능을 채용한 다기능 패션 키보드가 대거 쏟아져 나와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최근엔 컴팩컴퓨터가 광학스캐너가 부착된 키보드를 채용한 PC시리즈를 발표하는등 PC메이커들이 제품의 차별화및 PC판촉에 키보드를 적극 활용하고있어 눈길을 모으고 있다.
따라서 국내에서도 컴퓨터의 구매·선택이 어떤 키보드를 채용했는냐에 따라 좌우될 날도 멀지않은 것 같다는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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