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떨어지는 D램 가격...대책은 없나

『가격이 바닥을 지나 지하로 들어가고 있는 기분이다』

최근 일부시장에서 범용 16MD램 기준으로 메가비트당 1달러선이 무너졌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업계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50달러를 호가했던 16MD램 가격이 불과 6개월 사이에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지난 85년 D램 파동때에도 이같은 낙폭은 아니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가 가장 최근의 가격추이와 관련해 한결같이 지적하고 있는 부분은 수요측면에서도 악화보다는 회복을 점치는 전망이 지배적이고 공급상황도 감산계획과 투자지연등으로 뚜렷한 과잉 조짐이 있는 것도 아님에도 불구, 가격하락이 지속되고있고 낙폭 또한 크다는 점이다.

문제는 특히 일본업체의 가격보다 한국업체들의 가격이 최근 많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 아직 대다수 일본업체들의 16MD램 공급가는 20달러선을 고수하고 있는 반면 국산의 가격은 15∼18달러선에서 왔다갔다하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3사의 마케팅 전문가들은 유독 한국업체의 가격이 이처럼 흔들리고있는 원인으로 우선 주거래선인 대형 PC업체들이 의도적으로 최근의 상황을 이용해 전에 없는 실리를 취하려 하고 있는 점을 든다.

실제로 최근들어 델·IBM·HP·컴팩 등 이 국내 반도체업체들에게 자주 가격 조정을 요청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는 기존 관례에서 벗어나 사실상확인 불가능한 경쟁사 가격을 넌지시 제시하며 공급가격 인하 압력을 넣고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어느 업체가 다음 분기부터 이같은 가격에 오퍼를 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는 식이다. 아직 계약도 안된 3.4분기 공급가격이 벌써부터 파격적으로 낮은 가격에 결정됐다는 소문이 나오고 있는 것도이같은 배경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국내업체들의 대응력 미숙과 취약한 업체간의 공조협력관계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올 초 시장환경이 위축세로 반전되면서 업체들은 저마다 해결책으로 수급상황에 맞는 출하 및 재고조절 등이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뒤에서는 이를 기회로 셰어확대에 급급했고 실적 채우기식의 밀어내기도 여전했다. 이같은 근시안적인 마케팅이 초호황 품목으로 군림했던 반도체를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제살을 깎아야하는 심각한국면까지 이르게 했다는 분석이다. 가격과 시장을 지키기 위해 일본업체들이벌이는 노력에 비하면 국내업체들의 공조노력은 구두선에도 못미쳤다는 평가다.

업계관계자들은 『일단 가격연착륙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수급상황에맞는 재고조절과 감산노력이 절대적이지만 어느 특정업체의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만큼 더 늦기전에 총체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입을 모으고 있다. 『예민한 시기이니 만큼 담합의 인상을 줘서는 안되겠지만 필요하다면 그룹차원의 공조노력은 물론 정부의 적절한 조절 역할도 필요한 때』라는 지적도 적지않다.

<김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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