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네트워크가 아프리카대륙으로 뻗어가고 있다.
이른바 암흑대륙이라 불리는 아프리카에서 휴대전화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이 지역이 동유럽·아시아에 뒤이은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들어 불어닥친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적 통신선풍은 아프리카
대륙이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아프리카인들의 전화, 특히 휴대전화서비스에
대한 욕구도 다른 지역 못지 않게 강했다.
지금까지 아프리카대륙은 통신서비스에 관한 한 불모지로 알려져 있었다.
동유럽이나 아시아와 달리 당장의 시장가능성을 인정받기에는 인간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지역이 넓은 실정이다.
실제로 이 지역에서 전화를 신청해본 사람이나 혹은 다른 대륙으로 전화를
해본 사람들은 대부분 고개를 가로 젓는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제외한 사하라사막 남부지역인 이른바 블랙 아프리카
는 일반전화 회선 보유율이 매우 낮다. 인구 1백명당 전화회선 보유율은 겨
우 0.48명. 참고로 미국은 1백명 가운데 60명이 전화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짐바브웨에서는 현재 전화를 신청해놓고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만 40만명이
다. 쉽게 말해 블랙 아프리카지역은 서유럽 통신선진국인 스위스와 비교, 인
구는 75배이지만 보유회선수는 스위스의 3분의 2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게다가 이들 지역 국가들은 대부분 전쟁이나 기아 등으로 정부의 투자는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이다. 또 빈약한 전화서비스나마 제공받기 위해서 뇌물
수수가 횡행하고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이에 반해 전화 네트워크 구축비용은 놀라울 정도로 높다. 국제전기통신연
합(ITU)의 조사에 따르면 금세기 말까지 사하라 남부지역에서 필수적인 각
지역을 연결할 수 있을 정도의 회선을 깔기 위해서는 2백80억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지역업체들은 그 3분의 1도 안되는 80억달러 정도만 있으면 그럭저럭
서비스를 받을만한 네트워크 구축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그보
다는 차라리 네트워크 구축비용이 저렴한 휴대전화 서비스가 이 지역을 연결
하는 가장 빠른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휴대전화 네트워크는 구축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장점을 갖
고 있어 아프리카에서 요원의 불길처럼 퍼져가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아프리카의 휴대전화 가입자수는 총 62만명. 세계 인구의
1%도 채 안되는 수치다. 이는 또 태국 방콕의 가입자 수보다도 적다.
그러나 이 지역 통신선진국이며 전화시장 성장률이 매우 빠른 편에 속하는
남아공은 지난 94년 디지털 유럽형이동통신(GSM)표준이 도입된 이래 휴대전
화 가입자수가 무려 7백50%나 늘었다. 현재 아프리카 가입자의 89%가 남아공
에 몰려 있다.
휴대전화 붐은 가난한 인접국가 및 혼란에 빠진 국가들로까지 퍼져가고 있
다. 그러나 가나·시에라리온·짐바브웨·우간다 등은 인구의 팽창이 전화회
선의 보급을 훨씬 앞서고 있다. 라이베리아·소말리아·수단처럼 전쟁에 휩
쓸려 그나마 있던 네트워크마저 훼손된 지역도 있다.
이 가운데 짐바브웨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열악한 휴대전화부문 사업현황을
단편적으로 드러내준다. 짐바브웨에서는 민간업체의 통신서비스를 정부가 가
로막고 있다. 휴대전화업체인 이코네트가 본격적인 서비스를 제공키로 하고
기지국과 교환소 등을 설치했다. 이들은 이미 3천만 짐바브웨달러(3백만달
러)를 투입했고 가입자도 5천명을 확보해 놓았다.
그러나 정부는 서비스 제공을 허가하지 않았다. 이코네트가 자유로운 서비
스 제공을 위해 법정투쟁을 하려 하자 정부는 허가없이 휴대전화 네트워크를
소유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선언하면서 이를 위반하는 업체는 벌금이나 징역
에 처한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한마디로 짐바브웨에서 통신사업을 전개
하려면 투옥당할 위험을 무릅써야 되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비스를 희망하는 업체들은 늘고 있고, 휴대전화 가입
자수도 무섭게 증가하고 있다. 부룬디·앙골라·자이레 등 국가들은 유럽지
역과 호환성을 갖는 GSM표준을 채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가나의 캐피털 텔레컴은 오는 98년까지 일반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휴대전
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모로코의 경우도 지난해 휴대전화 가입자수가
94년에 비해 2배로 늘어나 현재 1만3천8백명에 달하고 있다. 아프리카 통신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 및 유럽 휴대전화 사용자들의 월평균 이용시간이
99분인 데 반해 남아공은 2백50분, 나이지리아가 6백분에 달하는 등 아프리
카지역 국가들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프리카인들은 이제 돌창이
나 돌도끼를 내려놓고 휴대전화를 쥐었다. 「부시맨」에게도 휴대전화는 이
제 더 이상 콜라병과 같은 존재일 수 없다.
〈허의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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