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1세기 "G7" 진입 청사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마련한 「21세기 한국경제의 비전과 발전전략」은2020년까지 우리나라 경제를 G7대열로 끌어올리기 위한 장기 경제개발 청사진이다.

지금부터 24년 후인 2020년을 목표 연도로 설정하고 준비된 이 장기구상은자칫 지나친 장밋빛으로 비쳐질 수 있으나 21세기를 불과 5년 남짓 남겨두고있는 시점에서 우리 경제가 지향해야 할 목표와 추진방향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짚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KDI가 점친 21세기 우리나라의 경제상은 첨단 서비스업이 각광을 받고 기술혁신이 경제성장을 주도하며 내수 주도형 경제가 된다는 것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보면 통신·영상서비스업 등 지식·정보 관련산업이 급성장, 산업의 중추역할을 하며 대량생산보다 신기술 창조가 경제성장의 주요 動因이 된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고속성장을 주도했던 제조업 중심의 수출드라이브정책은 한계에 부닥쳐 새로운 발전 동력을 찾아내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정보·지식산업이라는 것이 KDI의 지적이다.

따라서 정보통신산업을 21세기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정보사회를 이루기 위한 하부구조인 「초고속 정보통신 기반」을 오는 2015년까지 구축,하루빨리 정보사회로의 이전을 완료해야 한다는 것이 보고서의 골자이다. 초고속 정보통신 기반구축 등 정보화는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켜 우리나라가 21세기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필수적으로 이룩해야 할핵심 사안이라는 점에서 올바른 방향설정이다. KDI는 또 모방 위주의 과학기술체계를 혁신적으로 전환하고 2000년까지 반도체와 가전 등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하며 2020년까지는 정밀기계·로봇·항공 등의 분야에서 세계 선두 수준에 진입하도록 해야 한다는 실천방안도 제시했다.

경제부문과 달리 정보통신과 과학기술 부문은 더욱 장기적인 시각이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초고속정보통신 기반사업을 효율적으로추진하기 위해서는 정보화의 저변 확대, 정보통신 인력의 확충 등 장기간 계획을 요하는 분야가 많으며 과학기술분야는 더욱 그렇다.

KDI가 장기구상 실천방안으로 제시한 과제 역시 그 기본방향은 매우 적절하고 올바른 것으로 평가된다. 우선 정부가 소프트웨어·영상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통신서비스산업과 장비제조업의 해외진출을 적극 지원하는 한편 정보통신산업의 경쟁확대와 규제완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여나가야 한다는 것이그렇다. 이와 함께 정보자료의 안전성과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하는 제도를확립하고 전자화폐·전자주민등록증 등의 도입에 따른 제도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했다.

그러나 이 장기비전도 목표달성을 위한 재원방안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것이 약점이다. 지난해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기획단이 수립한 초고속망 기반구축계획에 따르면 2015년까지 총 45조2천여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번 장기구상에 제시된 초고속 정보통신 기반구축이 이 안을 참고했다면 차질없는 예산확보 방안이 제시됐어야 했다. 아무리 계획이 좋아도 이를 실현하는 데 들어가는 막대한 돈이 제대로 마련되지 못하면 탁상공론에 불과하기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확정될 최종보고서에는 재원 조달방안이 반드시 고려돼야 할 것이다.

특히 장기구상은 지금까지의 계획을 포괄하는 일관된 계획으로 수립되고실천이 이루어질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기구상에 포함된 초고속 정보통신 기반구축과 정보통신산업의 전략산업 육성은 21세기를 내다본 것인만큼 이미 성안돼 부분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정보통신정책이나 초고속 정보통신망 기반구축계획을 보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장밋빛 계획의 성공적 달성을 위해서는 정부는 물론 기업 등 모든 경제주체의 합의를 전제로 하지 않으면 안된다. 정보통신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육성하거나 초고속 정보통신 기반구축은 관할부처인 정보통신부만의 일이 되어서는 안된다. 정보통신의 진흥은 이제 정통부의 영역만이 아니라 통산부·과기처·교육부 등 거의 모든 부처의 업무와 직결돼 있다. 이와 함께 기업들도 공급자로서 담당할 몫이 있다. 따라서 구체적인 계획수립 과정에서 여러관련 당사자들간에 충분한 논의를 통한 공감대 형성을 중요시 해야 한다. 그래야만 제대로 실천에 옮겨질 수 있고 그 결과에 따라 21세기 우리나라 경제모습도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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